여행은 단편적인 시선과 주관적인 경험

단 한 사람의 행동이...

by 바카

여행을 다녀와서 우리가 그 여행을 평가할 때 여행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나에게 얼마나 큰 만족을 주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이 친절했는지 불친절했는지가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물론 불친절함을 이길만한 훌륭한 여행이었다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 특히 현지인이 나에게 친절했다면 그 여행지는 좋은 여행지로 평가될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물론 친절과 불친절에 대한 차이는 당연히 아주 지극히 주관적이다.


나에게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여행지는 중국 청도이다. 청도는 아무런 정보 없이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지였다. 여행을 워낙 좋아했어서 어떤 여행이든 당연히 좋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감은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깨졌다. 공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탔는데 언어소통이 하나도 되지 않아 답답함과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다. 나는 중국어를 하나도 몰랐고 그 어떤 언어로도 소통이 되지 않자 덜컥 겁이 났다. 손짓 발짓으로 겨우 숙소에 도착했고 택시비는 제대로 냈는지 바가지를 쓴 건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내렸다. 그 이후에도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나는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택시를 타야만 했다. 택시 기사는 오로지 중국어만 했으며 나중에는 말이 통하지 않자 대답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주행했다. 내가 말한 목적지로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혹은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닌지 무서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동네 시장 골목은 나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깨끗하지 않은 외형과 맛있는 냄새를 덮는 악취, 왠지 모를 께름칙함이 빨리 이곳을 지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동대문의 어느 시장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익숙함과 편안함은 정감 있게 느껴지고, 낯섦과 두려움이 주는 느낌은 그저 그곳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내가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는 이집트이다. 이집트는 가족이 생긴 후 두번째로 간 여행지였다. 이집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여행지 중에 가장 저렴했고 무엇보다 아이가 있었던 터라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집트에서 우리가 묵었던 리조트 안에 어린이교실(킨터 클럽)이 있었는데 유치원과 비슷한 환경에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저녁에는 가족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디스코 시간도 있었다. 어린이 교실(킨더 클럽)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5년 차 베테랑으로 독일인이었는데 6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였다. 그중 한국어는 없었지만(한국인이 가는 여행지는 아니었으므로) 독일에서 간 우리는 독일인 선생님이 반가웠고 거부감이 없었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너무나 상냥했고 친절했으며 사랑이 많았고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실된 마음이 느껴졌다. 아이들 역시 그나마 익숙한 환경과 선생님을 만나서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교실(킨더 클럽)은 5살부터 혼자 머물 수 있고 5살 이하는 부모가 함께 머무르는 게 원칙이었지만, 3살 5살인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고 자매가 함께 있으니 괜찮다며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보내라고 배려해주었다. 중간중간 아이들을 보러 갈 때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었고 그때마다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신뢰가 갔다. 이렇게 단 한 사람과의 좋은 만남으로 그 외 안 좋았던 것들을 감수할 만큼(이집트 공항은 검문이 철저하 다 못해 사람을 질리게 한다. 5번 이상의 검문을 실시함.)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된 것이다.


여행이란 것은 그렇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를 만나서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의 단편적인 시선과 주관적인 경험이 그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