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하루를 희망하며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by 바카

처음 그림을 그리자고 마음먹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살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담아내는 그림도 내 삶을 가꾸기 위한 그림도 남편을 디스 하는 코믹한 그림조차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것도 다 마음 안에 힘이 있어야 하는 거였다.


지독한 독일의 겨울이 가고 봄이 고개를 내미는 햇살 가득한 날들이 계속되자, 내 마음 안에도 미처 피지 못한 씨앗들이 꿈틀댄다.


그러자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포근함이 묻어나는 커다란 둥근 창으로 비취는 따스한 햇살과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와 asmr같이 속삭이는 듯한 파도물결소리 그리고 향내음이 진동하는 꽃들을 품속에서 스르르 잠이 쏟아질 것만 같은 시간


그림을 그리고 나니 내 마음에 싹이 뽁 피어난다. 다시 한번 내가 나를 일으켜본다.


쉬어가도 돼. 잘하지 않아도 돼. 실패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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