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왜 읽어요(1)

책은 잘 살기 위한 도구다.

by 라봉파파

예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책 많이 읽으라는 잔소리는 여전하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02년, 월드컵 열기에 한창인 여름날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독서를 강조하셨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는 것보다 한 글자라도 더 책을 읽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시간이 많이 흘러 2018년 현재, 나는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도대체 왜 공부하는 곳에서는 그렇게 책, 책, 책 하는 걸까.

girl-reading-a-book-with-cat-bookmark-600x367.jpg <독서 - wonderfulmind.co.kr>

나는 어렸을 때 책을 멀리하며 살았다. 책을 읽지 않아도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으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그냥 무시했다. 밖에 나가서 축구도 열심히 하고, 야구도 열심히 하고, 집에 컴퓨터가 생긴 다음부터는 그 유명한 피파 온라인에 빠져 살기도 했다. 그래도 공부를 썩 잘했기 때문에 그 어떤 위기의식도 느끼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었고, 행복했고, 공부를 잘했고, 선생님들께 늘 칭찬받는 모범생으로 살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책을 읽지 않은 후폭풍을 처음 감당해야했던 일이 생겼다. 모의고사 언어영역. 도대체가 처음 읽는 지문이 왜 이리 많은지. 딱딱한 비문학은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기조차 어려웠고 특히나 과학 지문이 나오면 그 지문에 달린 4개 정도의 문제는 거의 다 틀렸다. 소설, 희곡도 마찬가지였다. 소설도 그냥 소설이 아니다. 근대 소설도 나오고 우리가 평소 경험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소설도 많았다. 소설을 다 읽는다 치면 늘 시간이 부족했다. 평소 책을 읽지 않으니 텍스트와 친해질 수 없었고, 친해지려고 아등바등했지만 수능 때까지 절대 친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진학 할 수 있었다. 수능은 언어영역만 평가 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대학생 때 접해야하는 수많은 텍스트들을 이해는커녕, 읽어 내려가기도 벅찼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 때 제대로 공부를 한 기억이 없다. 공부는 했지만 제대로 안했다. 철학, 인문학, 사회학, 교육학, 역사 등등 모든 학문은 텍스트로 전달된다. 나는 늘 교수가 칠판에 적은 판서들을 받아 적거나, 친구들의 노트를 빌려 어렵게 요약본을 만들어 그것만 봤다. 공부는 늘 텍스트를 해독하는 과정이었고, 그것은 매우 곤욕스러웠다. 어렸을 때 책을 읽지 않은 게 훗날 이런 고통을 안기다니. 정말 답답했다.

초등학교 임용고시에 응시했을 때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초등학교 임용고시는 수능 때만큼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텍스트를 짧은 시간에 읽어야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과학 과목 시험이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문제를 읽고 또 읽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그 문제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맞다. 나는 그 문제를 이해도 못한 채 계속 읽기만 했던 것이다. 결과를 보니 역시나 과학 과목의 시험 문제는 다 틀린 것 같았다.

드디어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이제 해방이다? 어림없는 소리. 교실에 도착하면 수많은 쪽지들이 줄을 지어 읽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읽기만 하면 안 된다. 답장도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신중하게 써야한다. 쪽지에 첨부된 파일들에는 온갖 글들로 채워야할 빈 칸이 참 많았다. 교실 안에는 다뤄야 할 글이 많다. 국어시간에는 아이들이 주장하는 글을 쓰고, 학기말에는 아이들의 교과학습발달사항, 행동특성발달사항,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 등 기록해야 할 것들이 넘친다.


그렇다. 인간은 살면서 꾸준히 읽고 쓰는 존재다. 일을 할 때도 읽고 써야한다. 사랑을 할 때도 읽고 써야한다. 서로 연대를 할 때도 읽고 써야한다. 놀이를 할 때도 읽고 써야한다. 그런 존재가 어려서부터 글을 멀리하는 건 건강을 생각하면서 밥을 먹지 않는 것, 친구와 놀고 싶으면서 시간을 내지 않는 것과 같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텍스트로 전수되는 삶의 양식, 예술, 문화, 역사를 이해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독서는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차원을 넘어 세계를 받아들이고, 세상을 해석해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