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있는 '왕산중화요리'를 찾아간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이날 방문이 있기 전까지 나는 이웃도시 군산에 그런 음식점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군산 하고도 옥구읍에 자리잡은 옥구향교 배롱나무꽃을 보러 갔던 길이었다. 이 맘 때면 오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향교 한옥건물을 배경으로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다.
하지만 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쓸만한 사진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맛난 음식으로 입이라도 즐겁게 해주자는 생각에 인근 맛집을 검색했는데, 거기서 딱 얻어걸린 게 바로 '왕산중화요리'였다.
이때 내 눈을 잡아 끌었던 건 음식점 이름 앞에 붙은 '특허 받은 짬뽕'이라는 수식어였다. 내가 그동안 숱한 음식점들을 다녀봤지만, 특허 받은 음식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동했다.
참고로 특허라는 건 '특별히 허락함'이라는 단어 의미처럼, 발명이라든가 하는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에 한해 내주는 특별한 권리다. 궁금해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음식 역시 특허가 가능하며, '음식물 자체는 물건 발명에 해당하고, 음식 조리법인 레시피 역시 발명'이라는 거였다.
그렇게 찾아간 왕산중화요리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수많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2시 무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들리는 얘기론 점심시간엔 제법 긴 웨이팅 행렬까지 생긴다고 하니 이용 시 참고하면 좋을 거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음식점 이미지와는 달리 운영 시스템은 신생 점포를 연상케 할 만큼 현대적이었다. 주문은 각 테이블마다 배치된 태블릿PC를 통해 주방으로 바로 전달됐고, 완성된 요리는 로봇에 의해 한 점 착오도 없이 정확하게 서빙됐다. 아직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로봇이 한 걸음 더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온 느낌이었다.
기대하고 고대해마지 않았던 이 집 시그니처 메뉴 '특허 받은 콩나물짬뽕'은 그 느낌이 재미졌다. 홍합과 낙지 등 해산물들을 산처럼 높게 쌓아 만든 외관은 감탄사를 자아냈고, 다른 집에선 거의 사용않는 콩나물을 가미한 건 재미있는 식감을 선사했다. 해산물 덕분인지 콩나물 덕분인지, 덕분에 짬뽕 국물맛은 더할 나위없이 시원하고 깊으면서도 칼칼함마저 더해져서 좋았다.
짜장면과 탕수육도 세트 메뉴로 함께 시켰는데, 짜장면은 면발이 탄탄해 씹는 맛이 좋았고, 탕수육은 쫀득하면서도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져 맛있었다. 다만 탕수육의 경우 토마토 맛이 느껴지는 달달한 소스를 사용해 먹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산중화요리 짬뽕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일부러 먼 길을 찾아갈 정도 맛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개개인마다 입맛도, 취향도 다 다른 만큼 백 사람을 모두 만족시키는 맛이라는 건 애당초 있을 수 없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다. 반대로 말하면 내 입맛과 취향에 잘 맞으면 평범한 음식점도 세상에 둘도 없는 맛집이 될 수 있다는 말씀 되시겠다.
왕산중화요리가 거기 있어서 필연적으로 공영주차장이 생긴 건지, 아니면 운좋게 얻어걸린 건진 몰라도 이곳은 드넓은 공영주차장과 맞붙어 있어 주차 환경도 매우 좋은 편이다. 족히 몇 십 대는 주차할 수 있는 드넓은 주차장이 뒷문과 바로 연결돼 있는데, 손님들이 한창 몰릴 때면 이조차도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하니 방문 시 참고하면 좋을 거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