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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20. 2024

기자님들 즐겨찾는 '달인'표 라면맛집 전주 <대성식품>





대학생 시절 이후 30년 넘는 세월 동안 나는 밖에서 라면을 사먹어 본 적이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비싼 돈 내고 가성비 형편없는 맛없는 음식들을 먹는 게 징그럽게도 싫어 그 중 가격이 좀 덜 억울하다 느껴지는 라면만 죽어라 시켜먹던 젊은 시절 한때를 제외하면.


여행을 좋아해서 고속도로 좀 타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많이 공감할 거다. 요즘은 그나마 개구리 뒷다리만큼은 나아졌지만, 예전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이라는 게 정말 욕나올 정도로 돈값을 못했었다는 걸. 아무리 배가 고파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절대 밥을 안 먹는다는 사람들도 많았을 정도다.


그래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어쩔 수 없이 한 끼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그냥 간단히 허기나 면할 요량으로 나처럼 라면이나 시켜먹는 사람들도 많았더랬다. 가격이 제일 착한 편인 이유도 있으되 그나마 물 양만 잘 맞추면 평균 정도 맛은 보장되는 음식이 바로 라면이었으니까.


왜 갑자기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은 디스하고 난리냐구? 거의 몇십 년만에 고속도로 휴게소도 아닌 일반 음식점에서 라면이란 음식을 자그마치 돈을 주고 사먹어 본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전주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대성식품이란 이름을 가진 30년 넘은 노포가 바로 그 주인공 되시겠다.


전주에서 나름 유명세를 얻고 있는 라면전문점 대성식품 소문을 들은 건 사실 좀 오래됐다. 하지만 처음 소문을 접했을 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대학시절 밥 먹듯 라면을 끓여먹고 살아본 결과 봉투에 쓰여진 레시피대로 끓이는 게 사실은 최적의 맛을 낸다는 걸 알고 있는 데다가, 실험정신 강한 아내 덕분에 떡과 만두는 기본이요 콩나물과 황태채, 청양고추, 청양고춧가루 등 온갖 재료들을 가미한 특제 라면까지 두루 섭렵한 까닭이다.


그 결과 '라면 전문점이라고 해봐야 뭐 별거 있겠엇?'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최근 우연히 읽게 된 대성식품 관련 언론기사 하나가 그런 내 호기심을 쫑긋 세우게 만들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대성식품이라는 라면전문점에는 귀는 물론 입까지 쫑긋거리게 만들만한 이유가 무려 두 가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는 대성식품이 전날 술 한 잔 거나하게 마신 기자님들이 해장을 위해 즐겨찾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살아오는 동안 꽤 여러 명의 기자들을 알게 됐는데, 이 직업군의 사람들은 비록 월급쟁이 신세라서 주머니는 가벼울지언정 워낙 온갖 군데를 돌아다니며 맛난 음식들을 먹고 다니는 까닭에 입맛만큼은 청와대급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기자들이 제 돈 내고 제 발로 찾아가는 라면집이라는 건 분명히 그만한 돈값을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닐 거였다. 맛집 찾아다니는 걸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로 여기는 나같은 맛객들에겐 그야말로 한 번 찾아가 볼만한 이유가 충분하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두번째는 이 대성식품이라는 라면전문점 사장님이 저 유명한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출연해 '달인'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획득했다는 사실이었다.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단 말이 있을 만큼 어느 누구라도 간단한 레시피 정도만 익히면 손쉽게 끓일 수 있는 게 라면이란 음식인데, 그 간단한 음식으로 어떻게 '달인'이라는 칭호까지 얻을 수 있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찾아가 봤다. 궁금한 건 꼭 확인해봐야 하고, 맛있는 건 한 번 먹어봐야 하는 성격이다 보니 직접 가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길래 기자님들의 고급진 입맛을 홀려냈고, 그 까탈스러운 방송국놈들한테 '달인'이라는 호칭까지 얻을 수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성질 급한 분들을 위해 여기서 결론부터 간단히 얘기하자면 '기자님들 입맛 인정, 달인 칭호 받을만 했다'였다. 집에서 수제비를 넣어 라면을 끓여줘보니 아이들이 맛있다며 잘 먹는 걸 보고 수제비 라면을 손님들에게 팔기 시작했고, 수제비와 떡, 만두 등이 추가돼 한층 배부르고 맛나게 잘 먹는 걸 보는 게 행복해서 엄마의 마음으로 시그니처 메뉴 울트라라면을 개발해 끓여내기 시작했다는 대성식품 사장님표 라면은 그야말로 '찐' 그 자체였다.


특히 일반 라면과는 달리 끓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탱탱한 면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법을 가미해 끓여내는 조리방법은 '달인'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미지근한 물 상태에서 라면과 스프를 먼저 넣은 뒤 수제비를 툭툭 잘라 넣어주고, 라면이 한창 끓고 있을 때 미지근한 물을 한 번씩 추가로 투입해 찬물로 헹궈주는 효과를 낸다는데, 생활의 달인 촬영팀이 비교 테스트한 결과 일반 방식으로 끓인 면은 5분쯤 지나면 힘없이 툭툭 끊어지는 반면 대성식품 사장님 비법으로 끓여낸 라면은 오래도록 탱탱한 탄력을 유지했단다.


라면과 함께 이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시그니처 메뉴 계란말이도 '존맛'이었다. 모양을 내고 각을 잡아 모르는 사람이 딱 봐도 한눈에 음식점표 계란말이라고 보여지는 것들과는 달리 대성식품 계란말이는 집에서 식구들 반찬용으로 내놓듯 겉모양보다는 실속에 더 비중을 둔 가정식 느낌이라는 게 특징. 그 안에는 야채도 듬뿍듬뿍 넣어서 맛과 영양을 고루 잡았다는 사실도 인기비결 중 하나다.




메뉴는 아니지만 라면과 함께 주는 묵은지김치도 대성식품을 찾는 손님들이 열광하는 시그니처 반찬이다. 주방을 살짝 들여다보면 조리대 옆에 아주 매우 많이 넉넉하게 쌓아놓고는 손님들이 원하는만큼 넉넉히 챙겨주시는데, 라면도 라면이지만 이 묵은지가 너무 맛있어서 이곳을 즐겨찾는다는 손님들도 있을 정도다.


대성식품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을 한다. 매주 일요일은 정기휴무이며, 좁은 골목길 한편에 자라잡은 작은 골목식당이다 보니 주차장은 따로 없다. 따라서 차를 갖고 가는 분들은 근처 골목길에 요령껏 주차를 하거나 인근 전주남부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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