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호성동에 자리잡고 있는
정통중화요리백두산은
마치 숨박꼭질 놀이라도 하듯
3번이나 이사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간 꾸준히 쫓아다니고 있을 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짜장면 맛집 중 하나다.
그 잦은 이사 다님으로 인해
백두산짜장 관련 에피소드도 여러 차례 겪었고
애정만큼이나 애증도 많이 쌓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생각나는
이 집 시그니처메뉴 백두산짜장 때문에
욕하면서도 또 찾아가는 맛집.
ⓒ글짓는 사진장이
전주 백두산짜장은 '짜장면돌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내가 단연코 첫째 둘째 손가락에 '꼽았었을 만큼' 가장 좋아'했었던" 짜장면 맛집이다. 음식점 상호이자 시그니처메뉴인 '백두산짜장'이 특히 별미인데, 꽤 오래 전 자체적으로 개발한 짜장과 짬뽕 양념을 황금비율로 양분한 색다른 비주얼부터 아주 매우 많이 눈길을 사로잡는 맛집.
이 집은 내겐 다른 맛집들과는 좀 다른 의미의 맛집이기도 하다. 한때 남자라면 인생에 열 번은 읽어야 한다는 말까지 있었던 필독도서 <삼국지>의 주인공이자 훗날 황제 자리에까지 오르는 유비가 천하제일 모사 제갈공명을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세 번이나 초옥을 찾아가 청했다는 저 유명한 삼고초려 고사를 떠올리게 만들어서다. 손님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땐 자존심 상할 정도로 졸졸 쫓아다니며 매달린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무슨 얘기인가 하면 이 백두산짜장이란 음식점이 걸핏하면 삼십육계 줄행랑치듯 어디론가 도망을 치더란 얘기다. 내가 처음 이 집과 인연을 맺은 건 대략 20여 년 전쯤으로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 회사 지인 뒷꽁무니를 따라간 게 시작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집은 전북 완주군 봉동읍 소재 완주고등학교 옆에 껌딱지처럼 딱 붙어 있는 크게 주목받지 않는 음식점이었더랬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보니 거기서 3~4km쯤 떨어진 9군단(지금은 없어진)이란 군부대 입구 삼거리 앞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로부터 다시 몇 년 뒤에는 시군 간 행정구역 경계마저 훌쩍 뛰어넘어 10여 km 떨어진 전주시 호성동이라는 곳에 새 둥지를 틀어버렸다. 1년 전인가 2년 전쯤엔 또 다시 또 수백 미터 떨어진 현 위치로 이전을 했고.
앞서 내가 뜬금없이 유비의 삼고초려 운운한 건 지난 20여 년 간에 걸쳐 내가 그 옮겨간 네 곳을 일일이 다 쫓아다니며 기어코, 기를 쓰고, 기꺼이 그놈의 짜장면을 사먹었다는 거다. 하늘에 맹세코 내 평생에 이렇게까지 쫓아다니면서 뭘 사먹어 본 적은 이곳 외엔 단 한 번도 없다.
한 가지 재밌는, 아니 화가 나는 건 그 과정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도 겪었다는 사실이다. 2번째 영업장소였던 9군단 삼거리 앞 시절, 한 번은 가족들까지 모두 대동한 채 '그때 그 죽여주는 짜장면 맛집에서 밥이나 한끼 먹잣!' 하고 어깨까지 뻐껴가며 이곳을 찾은 적이 있는데, 가족들 반응이 영 별로였다. 회사 동료 등과 함께 앞서 몇 차례 더 이곳을 찾은 적이 있는 나 역시도 고개가 갸웃거려졌을 정도.
분명 원래 있던 그 자리 그대로, 백두산짜장이라는 상호까지 버젓이 내건 채 시그니처메뉴 백두산짜장까지 그럭저럭 비슷하게 만들어 내왔지만, 맛이 달랐다. 짜장면에 관한 한 제법 예민한 미각을 보유하고 있는 내 혀가 '이건 아니얏!' 하는 비명을 내질렀고, 자세히 살펴보니 양념에 들어간 양파 역시 큼직큼직하게 썰어내던 원조 주방장 스타일이 아니었다.
주방장이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면서 이젠 단골을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 나는 음식값 계산을 하면서 "이 집 혹시 주인이나 주방장 바뀌었어욧?" 하고 물어봤는데, 사장인 듯 보이는 남자는 펄쩍 뛰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솔직히 별로 믿음이 안 가는 대답이었긴 했으되 대놓고 거짓말 아니냐 물어볼 수도 없어 그냥 나왔지만, 곁에서 눈치를 살피던 아내는 단정적으로 "이 집 주방장 바뀐 게 맞아욧! 맛이가 완전 달랏!" 하고 얘기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알고 보니 사장이 바뀐 게 맞았다. 어떤 경로로 사장이 바뀌었음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상호를 사용하며 같은 메뉴를 냈는지는 모르겠으되, 차라리 레시피를 전수받아 분점을 냈다고 정직하게 답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래지 않아 음식점 간판이 다른 업종으로 바뀐 걸 보면 그 거짓말조차도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 같지만 말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예의 백두산짜장이 완주군 행정경계를 뛰어넘어 전주시 호성동이라는 동네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음으로는 '9군단 입구에서 한 번 당했음 됐지 두 번 당하는 건 아니잖앗?' 하는 생각이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지인들 손에 이끌려 자존심도 없이 결국 또 찾아가고야 말았다.
솔직히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이 집 특유의 짜장면 맛이 도저히 포기가 안될 만큼 매력적인 '존맛'이라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됐다. 좀 괘씸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지만 대체불가한 맛이라고나 할까.
한동안은 완주 백두산짜장이었다가 언젠가부터 전주 백두산짜장이 된 이 음식점은 현재 또 한 번 이전을 해서 덕진구 초포다리로 170 위치에서 4번째 둥지를 틀고 있다. 여전히 짜장면이 맛있어서 밀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오랜 단골인 내 입장에선 몇 가지 아쉬운 게 있다. 이 포스팅 첫머리 부분에서 내가 <첫째 둘째 손가락에 '꼽았었을 만큼' 가장 좋아'했었던" 짜장면 맛집>이라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첫째는 예전에 비해 시그니처메뉴 백두산짜장에 들어가는 해산물 양이 많이 줄었다는 거다. 면부터 열심히 먹어대는 나와는 정반대로 해산물 등 면 외 먹거리들부터 공략하는 아내의 경우 예전엔 그것만 먹고도 배가 불러 면은 다 남기기 일쑤였는데, 최근 방문에선 전혀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 물론 최근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재료비 원가 역시 많이 올랐을 거란 사실은 나 역시 잘 안다.
두 번째는 입구 부근에 미어캣처럼 죽 늘어서서 빈 자리 나기만 목빠지게 기다리게 만드는 웨이팅 시스템이다. 이전보다 음식점 좌석수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밥시간대 몰려드는 손님 수에 비해서는 늘 자리가 부족한 편이기 때문인데, 캐치테이블 같은 예약시스템이 없다 보니 대기 손님들이 음식점 현관 주변에서 빈 자리 날 때를 기다리며 앞서 들어와 밥먹는 손님들만 바라보는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
세 번째는 조미료에 조미료를 더한 느낌이 너무 강해졌다는 거다. 사람마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나처럼 조미료에 무딘 사람조차 그 맛이 강해졌음을 느낄 정도라면 아무리 맛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좀 절제하는 미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나는 천연조미료 지상주의자도 아니고 음식맛에 도움되는 적당한 MSG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너무 과한 건 좀...
단골들 사이에선 통칭 백두산짜장, 정식 등록상호는 정통중화요리백두산인 이곳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20분까지 문을 연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며, 매주 일요일은 정기휴무.
주차장은 이사를 한 번 할 때마다 2~3배쯤 주차면적 넓은 곳으로 이사에 이사를 거듭한 결과 현재 수십 대 분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나, 점심밥 시간 등 피크타임에는 그조차도 부족해 인근 도로변까지 주차행렬이 늘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는 아래 사진 언덕 위 하얀색 SUV차량처럼 바로 옆 하천 둑방길 위에까지 주차행렬이 줄을 지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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