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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I Dec 30. 2023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세요

2023년의 마지막 글은 기고글 재탕.. 

회현동의 멋진 복합공간 Piknic 과 아산나눔재단에서 함께 준비한 #회사만들기 라는 전시가 있다. 전시 도록에 포함될 글을 쓰게 되었고 아래의 글이 그 초안. 아직 도록을 확인하진 못했는데, 내 글도 엄청 더 멋지게 다듬어져 있을 것 같다. 쓰다보니 좀 건방지게 쓰게된 것 같은데.. 뒤로 갈수록 좀 나아지니 꼭 끝까지 읽어주시고, 2023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러나,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세요

회사 만들기로맨스와 리얼리티  사이


창업을 하려는 마음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습니다마는아무래도 저의 이유가 가장 쩨쩨하고  로맨틱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년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요명분이 없더라고요그러던 차에 친구가 같이 회사 만들자고 꼬시기에 이건 정말 좋은 명분이다 생각이 들었어요. ' 창업을 결심했나요?' 라는 질문에  대답을 공개적으로  적이 없어요멋도 없고  빠지게 하는 대답 같아서요여러분에게만 살짝 고백해봅니다

 

저의 이유가 시시해서였는진 몰라도저는 초심이  그리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아주 거창하고 숭고한 이유들을 가져다 붙일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유 아닐까요. 5  Piknic  만든 김범상대표님도지금의 현대그룹을 일군 정주영회장님도  최초의 마음은 거기서부터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  창업을 하셨나요부럽습니다앞으로의  여정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우리를 어디든 데려갈 배가  준비되었고나와 뜻을 함께하려는 동료들이 옆에 있습니다내가 내딛는   걸음이 길이  것이고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무엇보다 우린 ..열심히  거니까요

 

응원합니다물론여러분들  절반은 3 내에 망하겠지만요. 5 뒤엔 생존확률 30% 되고요죄송하지만통계가

 

저는 창업자들에게 투자하는 일을 10  해오고 있습니다    창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검토하는  주된 일입니다. 100명의 창업자를 만나면     개의 회사에 투자를 하고요가만보자 년에 8-10 정도 투자를 하고 있고 일을   9년하고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니까… 어림잡아 1  정도의 창업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창업가들은 제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단연코 가장 똑똑하고 열정적이며 게다가 지독하게 집요한 사람들의 집단입니다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는 데에도 생존 확률이 3  절반이  안됩니다. ‘성공확률' 아니라 생존확률 입니다그러니까살아'있을 확률 입니다 여정을 옆에서 지켜보노라면 ‘정말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싶습니다저에게까지  고통이 전염되어 힘들 때가 있으니까요창업자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무거운 바위를 계속해서  정상까지 굴려 올리는 무한 반복의 형벌을 받는 시지프스 같기도 합니다. ‘나는 그냥 이태원에서 8평짜리 작은 가게 하려는 거지 세상을 바꾸겠다는  아닌데  이렇게나 겁을 ..’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저를 믿으세요회사의 크기와 상관없이 반드시 겪게  일들입니다

 

제 머릿속에 입력된 1만 명 창업자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회사를 이제 막 시작한 여러분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일들을 살짝 예측해보겠습니다. 
 

항해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의 감정상태는 매우 자주 롤러코스터가 됩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롤러코스터는 직장동료도심지어 당신을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과 연인도 함께  수가 없습니다회사를 경영하면서 겪는 감정의 진폭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이해할  없으며 오롯이 당신이 감당해야  몫입니다그러니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세요 여정은 마음 약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율성도전정신희열로 가득찬 나날들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언제나 ‘월급날' 그보다 훨씬  자주 찾아올 것입니다아무 이유없이   이루는 날이 잦아졌을테고 부족한 잠만큼 비례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있을 겁니다그러다보면 의도치 않게 동료에게 날이  말을 했을 수도 있고아쉬운 의사결정으로 동료를 실망시킬 때도 있을 겁니다함께 도원결의했던 최초의 동지들이 있다고 하셨던가요 년이 지난 지금그들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   세어볼까요?  많은 창업자들이 가장 무서운 순간  하나로 ‘직원이  이야기가 있다고 카톡메시지 보낼 ’  꼽습니다 짧은 메시지 하나에 오만 생각이  든다나요혹은 반대로 함께하던 동료를 강제로 배에서 내리도록 해야했을 때도 있었겠습니다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순간이죠.

 

일만 열심히 하면   알았는데 월급받던 때보다 오히려  복잡한 인간관계의 문제를 풀어내야 하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5% 정도 하기 위해서 95%  하기 싫은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영수증 정리하기각종 엎질러진  수습하기떼인 미지급금 받으러 다니기힘들다는 직원 토닥거리기투자자 찾으러 다니기 ..  없죠직원은 그만둘  있어도 당신은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안개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휘청이더라도 항해를 계속해야 합니다사장의 일은 이런 것이구나하고 현실을 깨달을  즈음 당신이 그렇게 욕하던  많은 사장들이 생각날 것입니다여전히 그들을 좋아하기는 어렵지만그래도 그들이  그래야만 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을거에요그렇게나 미워하던 사장님을 그리워할 수도 있습니다나에게 항상 비판적이던 동료가 박차고 나가 창업하고는    ‘이제는 당신을 이해합니다미안합니다하며 찾아왔던 이야기는 대표님들의 고정 레퍼토리  하나거든요.  

  

시작을 대단하게 여기지 마세요창업의 여정에서 시작은 절대 반이 아닙니다반이기는 커녕 ‘앞으로 펼쳐질 지난한 여정을 모르는 가장 어리석은 상태’  것입니다새로운 기대로 부풀어 있는 여러분의 뜨거운 심장을 차갑게 식혀 죄송한 마음입니다그러나  여정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우며 일단 시작하면 쉽게 끝내기도 어렵습니다가끔은 사회가 창업을 권장하는 만큼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문을 닫게될 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려줘야 하는  아닌가 생각합니다사업을 실패했더라도 여러분의 삶은 계속 나아가야 하고 시작하는 것보다  매듭짓는 것이 훨씬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서요

 

그런데요 신기하게도 창업자들에게 창업을 해본 적이 없는 삶과 창업의 경험을 살아본  가지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다수의 그들은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이미  고통을 알고 있고 여전히 하루하루가 고난행군임에도 불구하고요각종 난관과 불확실성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로 가득한 여정이지만 창업을 통해서만 느낄  있는 스릴값진 경험과 매력 또한  무엇에도 비할 바가 아니거든요

 

여기까지 읽고 나서도 회사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 변치 않으셨다면여러분진심으로 환영합니다그리고  시작을 축하합니다

 

힘든 순간들이  때마다나의 가능성을 스스로 의심하게  때마다  기억하세요현대그룹  창업자  최초의 시작은 작디작은 쌀가게였습니다이제  5 차에 접어든우리가 전시를 보고 있는  공간 Piknic 앞으로의 어떻게 달라져있을지 모릅니다모든 것이 창업자 당신의 꿈과 실행에 달렸습니다한계를 짓지 마세요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의 회사는  크고 대단해질  있습니다땅에 발을 단단히 딛고 있되 시선은  너머를 보는 연습을 하세요현실은 냉정하게 꿈은 담대하게

 

마지막으로 모든 창업자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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