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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I Feb 21. 2023

'매력수명'시장이 뜬다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며 이 생각 저 생각

    이틀 동안 도쿄의 대형재즈클럽에서 T-SQUARE의 색소포니스트 Ito Takeshi , 그리고 미국 트럼페터 Chris Botti 의 공연을 관람했다.


    엄청난 뮤지션들이긴 하지만 사실 '핫한 아티스트' 반열에서 제외된 지는 좀 연식이 지난 것도 사실이라, ‘마주할 기회가 흔치 않아서 보긴 본다만 언제적 티스퀘어, 크리스보티인데.. 그냥 추억팔이 정도 공연이면 어쩌지' 했던 생각은 매우 기우. 잘 단련된 몸과 관리된 비주얼로 등장하여 '아니 저 나이에 저런 피지컬을 유지한단 말이야?' 하는 놀라움과 탄성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58년 생(개띠..)과 62년 생 뮤지션들은 여전히 무대를 장악했으며, 본인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 그리고 오랜 동료들로 구성된 밴드를 통해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숙련된 기교를 함께 담아냈다. 특히 크리스보티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그의 연주 중간중간에 에너지로 꽉찬 밴드의 솔로연주/보컬을 집어넣어 계속해서 강약조절하며 관객을 홀렸다. 여전한 연주, 무대매너, Young talent 들이 기꺼이 함께하고자 하는 영향력과 리더십.. 이 모든 것을 담아내는 기획력. '여전히 매력적인 사람들이구나,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말고 더 긍정적인 단어를 찾고 싶다..) 싶다' 는 생각을 계속 했다.


매력수명연장에 성공한 Ito Takeshi, Chris Botti. BRAVO!!


    '매력수명' 걍 내가 지어낸 말이다ㅋㅋ 좀 더 뻔뻔하게 용어정의까지 해보자면.. '타인이 나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바로 그 직전까지의 나이’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내 맘대로 말을 지어내고서 그 시장이 존재하고 심지어 뜰 거라고 선언하는 건 웃긴 일이지만, 하나의 단어로 정리되지 않았을 뿐 이미 있었고,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시장이라 생각되어 이 글을 적어본다.


    태초에 ‘기대수명’이라는 단어가 있었고, 최근엔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 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드는 대한민국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 를 잡기 위한 많은 시도와 투자가 바로 이 건강수명을 타깃하고 있다. 헬스케어시장이라고 명명되는 재화나 서비스가 바로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들. 그런데 분명 동일한 사회적 현상(연장된 수명)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시장인데 '건강수명시장' 에 포함되기는 애매한 것들이 있다. 5060대 이상 연령층의 성형수술 및 안티에이징 시술, 네이버 밴드 등 각종 온오프라인 취미 커뮤니티, 골프장 등 각종 프리미엄 웰니스 회원권, 근거리 해외여행, 중장년 패션브랜드, 남성 화장품, 탈모&발기부전 치료, 재교육&재취업, 트롯트아이돌 팬덤 등..


젊기 위해, 외적으로 아름답기 위해,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이기 위해, 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기 위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소비하는 것들. 

    결국 '매력수명'시장이라 함은, ‘(나이가 들어서도) 타인이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교류하고 싶도록 하기 위해 소비하는 물건이나 서비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사회적 수명 이라고 부를수도 있겠고.


    너무 당연한 거다. 매슬로의 욕구이론 단계의 5단계(생리적욕구=걍 수명)와 4단계(안전의욕구=건강수명)가 충족되어가고 있으니, 이제는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지는 것.  


    2020년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평균 기대수명은 82세, 건강수명은 66세라고 한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차이는 16년. 매력수명은 아직(그리고 앞으로도) 측정되지 않아 알기 어렵지만 그냥 대충 생각해보면 건강수명과 10-15년 정도의 간극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매력수명과 건강수명, 그리고 기대수명 사이의 간극이 좁은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활력있는 인생,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그 간극을 줄여주는 비즈니스가 앞으로 매우 유망할 거다. 야 이 사람아, 내가 바로 그 비즈니스 하고 있단 말이야, 하신다면 당신에게 이 링크를 추천합니다 


    암튼 믿을 것은 인구변화 뿐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2023년이다. 세상은 계속 바뀐다. 최근엔 스마트폰보편화, 인터넷속도 짱 빠름, 만국공통 유튜브, 실시간 번역기술의 발전 등으로 정보 접근성까지 매우 높아져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국가,집단,개인의 속도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그 변화들이 서로 계속 영향을 주고 받고 있기에 엄청 강한 충격이 급격하게 오기도 하고 '어? 올 줄 알았는데 안오네? 앞으로도 안 올 거 같네?' 하고 예상과 다르게 일들이 전개될 때도 많아졌다. 그래서 앞으로 3-5년 뒤에 올 미래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더더욱 갈팡질팡 고민만 깊어진 지난 몇 년 이었다. 이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그래도 예측가능하고 거의 100% 의 확률로, 그것도 거의 정확한 타이밍으로 올 것은 결국은 인구변화. 그리고 특히 대한민국의 인구변화는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고 다이나믹하니까, 일단 국내. 그리고 주변국들도. 


    되게 영글지 못한 생각이지만.. '한국의 성형외과/피부과들은 잠시 일본에 진출했다가 5-10년 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좋지 않을까' '트롯트아이돌 전문 엔터사는 어떨까' '뷰티 디지털디바이스 시장은 이제 시작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고 얕은 생각들도 해보았다. 


    암튼!  그럼 나는 겨울옷과 여름옷이 혼재되어 매우 비효율적인 캐리어를 끌고, 도쿄를 떠나서 싱가포르로 가보겠다. 20분 뒤에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거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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