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코와 리타' 리뷰
둥둥거리는 베이스, 리듬감 있는 피아노, 붉게 일렁이는 조명 아래 반짝이는 색소폰의 현란한 선율.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는 음악이 재즈다. 쿠바 역시 마찬가지다. 심장을 울리는 군부독재 타도에 대한 열망, 자유를 향한 힘찬 발걸음, 내리쬐는 남미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사랑은 한 데 모여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러한 혁명의 시대 속에서 치코와 리타는 그들만의 사랑을 꽃피운다. 치코는 노란 원피스를 입은 채 ‘Bésame Mucho’를 매력적인 음색으로 부르는 리타를 보고 자신의 뮤즈가 되어달라고 애원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러나 머지않아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치코에 리타 역시 사랑에 빠지고 그들은 재즈를 통해 서로를 배워간다.
그러나 시기, 질투 그리고 미끄러지는 진심으로 인해 그들은 서로에게 잠시 안녕을 고하게 된다. 몇 년이 흐른 뒤 뉴욕에서 성공한 리타를 찾아온 치코. 그들은 다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치코의 친구, 라몬은 리타의 후원자의 사주를 받아 치코에게 마약 밀매라는 누명을 씌우고 그를 쿠바로 추방시킨다. 그로부터 약 50년이 지나서야 치코와 리타는 다시 그들만의 세상을 그려가기로 한다.
영원한 사랑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치코와 리타에서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이 로즈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 같은 숭고한 사랑은 없다.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이나 존경 역시 찾기 힘들다. 젊은 날의 성공과 명예에 대한 동경,사소한 감정의 오해는 미화되지 않는다. 그 벽을 넘기지 못해 각자 다른 길을 걷는 다분히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이 보일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의 '이상'은 끝까지 지니고 있다. 가난했지만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쿠바에서의 시절을 잊지 못하고 끊임없이 서로의 흔적을 더듬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만의 사랑과 신념을 찾아 스스로 성공과 명예를 버리고 떠난 리타에게서는 인생을, 리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치코에게서는 사랑을 배운다. 화양연화와 같은 시간을 지나온 그들은 이미 노쇠하여 젊은 날의 여운을 곱씹으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치코와 리타는 삶의 잔여물로서의 여운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고, 사랑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는 강렬한 색채로 도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