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된 것들

내 것들과의 사소한 인연

by bakomin
이삿날.jpg

지난여름

오래되어 잘 보지 않는 책들과 서류, 그리고

집기들을 정리하였다

오랜 시간을 손때 묻혀가며 곁에 두었었고

뿌듯해하고 고마워했던 것들이다


그것들을 정리하려니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하였다

애써 그동안의 고마움을 잊으려 하는 것 같아

죄 짓는 듯 하였다


책상이거나 컴퓨터이거나

하다못해 각종의 소모품까지도

하나하나의 기억이 모두

제각기 자리하고 있던 것 들이라

더욱 더했다


이런 각별함에도 불구하고

더욱 마음이 불편하였던 것은

이 모든 것들이 폐기물, 또는 폐기 후 재활용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산업쓰레기인 셈이었다


길게는 이십 년 이상

짧아도 수년을 곁에 두었던 것들이

정리하기로 한 그 순간 이후로

쓰레기가 된 것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긴 하였지만

끌어안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적지 않았다


요즈음의

미니멀 라이프라는 트렌드를 쫒는 사람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물과의 이별에 까지도 이렇게 청승스러울 테면

진작에 정 붙기 전에 정리함이

마땅하겠다


곁에 오래 두지 말고

용도가 불분명해진다 싶으면 버려야 하겠다


그러면

오랜 후에

내 곁엔 무엇이 남아 있을까

무엇으로 추억을 삼을까


여러모로 심란해지는 초겨울의 휴일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