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블로그, 브런치까지 !
나는 평소에 sns에 글쓰는걸 아주 사랑한다. 지금은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자주 들어가는 건 인스타그램이다. 하루에도 열 몇 개씩의 스토리들을 올리고, 한건 정도의 게시글을 올린다. 게시글은 추억에 남길만한 이벤트를 올려 기록한다. 사실 진짜 좋아하는건 인스타 스토리로, 그냥 내 일상에 별 소소한 일을 다 올린다. 아까는 자는 아기의 볼따구를 올렸고, 방금은 제로맥주와 안주 사진과 브런치에서 게시글 조회수가 2000회 넘은 인증샷을 올렸다. 이 글쓰기가 끝나면 목글데이 업로드 완료!라며 글은 보이지 않게 멀찌감찌 찍은 서재 사진을 올리겠지.
나는 좋고 비싼 것만 올리지는 않는다. 뭐 그런건 어차피 없기도 하고, 진짜 이런 소소한거 하나하나를 다 올린다. 열받으면 열받은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서운하면 서운한 대로, 자랑스러우면 자랑하는 대로, 재밌으면 재밌는 대로.. 남편은 sns를 거의 안하는 사람이라 뭐 그런걸 하나하나 올리며 전시하냐고 하지만.. 이런건 거의 유전학적으로 정해지는거 같다. 대학생땐 페이스북에 글을 그렇게 길게 썼는데, 그저 플랫폼이 바뀐 것뿐이다.
재밌는 사실은 내가 남의 sns를 보는건 또 별로 관심없다는거다. 난 그냥 내 상태를 그때그때 올리는 게 순수하게 재밌다. 얘를 키워서 돈을 벌겠다던지, 실제의 나보다 훨씬 잘 살아 보인다거나 멋져보일 생각도 없다. 그러려면 내가 또 남을 의식해야 하고 뭘 계획해야되고 어쩌고.. 그런게 만사가 귀찮다. sns에 들인 시간을 제대로 썼다면 이미 인플루언서가 되고도 남았을텐데.. 어짜피 난 그만큼 영리하지도 여우같지도 못하다.
왜 이렇게 활발히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올리게 되었을까, 고민해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로는 대학생 때의 기억 때문이다. 학부생활에 난 외모도 무섭고 말도 쎄게 해서 후배들이 엄청 무서워했었다. 뭐 한 것도 없는데 무서워하고 어려워하고.. 실제로는 관심도 별로 없어서 누가 누군지 얼굴도 잘 몰랐지만. 가끔 과방에 있으면 눈치없는 나도 불편하고 민망할정도였다. 공기가 묘하게 어색해진달까.. 원래 대학은 별 이야기가 다 도는 곳인데 나는 그런 거랑 애초에 성격이 안맞았고, 내 뒷이야기는 쉽게 담장을 넘었다. 별난 짓을 좀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선배들도 어려워하는 사람이였다.
그때도 난 부지런했고, 시간은 남아돌았고 심심했다.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글쓰는게 낙이였다. 지금처럼 자주는 아니였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씩 페북에 긴 글을 썼다. 대학생때야 워낙 주변에 별 일이 다 많으니까 글 쓸 소재는 충분했다. 그냥 어떤 일에 대한 내 생각이 주였다. 저격이니 뭐니 징징대는 것도 귀찮아서 억울하면 너도 네 페북에 글써라..라고 편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예의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좋아요는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읽을 사람들은 다 읽었던 모양이였다.
언젠가부터 내 이미지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렵지만 그래도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라고. 워낙에 반골정신이 있고, 아닌건 아니라 말하는걸 좋아하는 나였다. 교수님들도 약이는 약이니까.. 하면서 유하게 넘어가주곤 했다. 내가 다니던 사범대는 나름 기강이 좀 있었고, 그런 확실한 태도가 호감을 샀었나보다. 몇 알지도 못하는 나도 공기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졌다.
먼저 다가와주는 후배들도 몇 있어서, 감사하게도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때 아, 글은 힘이 있구나를 느꼈다. 외모나 행동으로 남들이 보려 하지 않았던 내 다른 장점을 쉽게 보일 수 있는 장치라는걸 배웠다. 그땐 이 단어를 마케팅으로 알았지만, 지금보니 일종의 브랜딩이였다. 이게 내게는 아주 유리하구나, 활용하며 살아야겠다 싶었다. 실제로 지금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로는 내가 로컬에 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상가라고는 편의점 하나뿐인 외딴 지역에 살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살아도 사람들의 삶의 양상은 매우 다양한데, 난 주로 심심하기 때문이다. 대학교도 없고, 젊은 사람도 찾아보기 힘든.. 지역에 살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게 늘 고프다. 본가에서는 가족들끼리 눈뜰때부터 말해서 눈감을때까지 토론을 하고 살았는데, 남편은 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교대근무라 나랑 겹치는 시간도 많지 않다.
그래서 말을 하고 싶다. 근데 또 성격상 통화나 개인톡은 잘 안한다. 그리고 나도 늘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답을 기다릴 시간도 없다. 단체톡은 대답에 대한 부담이 더니까 훨씬 선호한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뭔가를 하면 스토리에 인증처럼 올리고, 또 어떤 생각이 나면 그때그때 기록해 놓는다. 책을 읽을때는 중간중간 쉬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생각을 기록해놓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동감한다는 DM이 오면 꽤 긴대화가 되기도 한다. 내가 손으로 기록하면 절대 다시 보지 않는데, 스토리로 기록해놓으면 남들도 볼 수 있고 공감도 해주고 가끔 대화도 되니 즐겁다.
그래서 매일 스토리에 자잘한 일상을 올리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나름 코어팬층(?)도 생기고 나를 쉽게 파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나란 사람을 따로 설명할 이유가 없고, 얇고 넓은 관계들이 많이 생겼다. 거기서 좋은 기회들이 오기도 하고, 작가들과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사실 날 아예 모르는데 팔로우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건너건너라도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충분하다. 원래는 비공개였는데 공개로 돌린 이유도, 주변의 주변사람들에게 나름의 브랜딩을 하는 목적도 있다. 나는 인스타로 딴 사람들을 찾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몰랐는데, 염탐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하니까.. 이렇게 되게 오래전 인연과 다시 닿기도 한다.
블로그와 브런치는 사용용도가 다르다. 인스타는 진짜 유희목적이 강하다면, 블로그는 일상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 블로그는 사진 중심이라서, 내가 참여한 교육과 내가 간 전시와 데이트한 것 등 진짜 사진첩처럼 일상을 남긴다. 검색으로 들어오는 플랫폼이라 우리 지역 사람들에겐 꽤 유용한 정보들을 올리기도 한다. 인스타는 친분이 있어야 댓글을 다는 반면에, 블로그는 진짜아무나 들어와서 서로이웃 추가나 성의없는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점은 나랑 잘 맞지 않다.
처음엔 블로그를 키워서 협찬을 받고 싶었는데, 이제 그런 욕심도 다 내렸다. 그러려면 또 남눈에 뭔가를 맞춰서 적어야 하는거다. 뭐 타이밍이 맞으면 어떻게 할 수도 있겠지만. 또 실제친구들인데 블로그를 하는 친구들과 서로이웃을 맺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인스타는 단편적이라면 블로그는 훨씬 긴 글을 적어야 하니까, 그 친구들을 더 자세히 알 수가 있다! 인스타는 감각이 보인다면 블로그는 스타일이 보인달까.. 진짜 사바사 느낌이고, 블로그를 할 정도면 다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아 배우고 자극받는 것도 많다.
브런치는 더 내면적인 긴 글들이 많다. 블로그가 사진 중심이라면 브런치는 이렇게 긴 글에 맞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날이면 3명 이상의 사람들의 글을 읽고 선플을 달고 시작하는 리추얼이 있다. 또 오늘처럼 조회수가 터지는 날에는 나름의 뿌듯함이 있다. 물론 주제선택도 무시 못하지만.. 블로그가 사진 중심의 유쾌한 설명이라면 브런치는 감정중심의 깊은 글이라고나 할까. 브런치는 접근성이 낮아서 아쉽지만, 출판사들이 호시탐탐 보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연락이 한 번도 오지 않은걸 보면 내 글이 썩 책감은 아닌가보다.
원래는 인스타랑 브런치만 꾸준히 했는데 이제 블로그도 꾸준히 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추억창고라는 메리트가 크다. 나도 몇 년전 여행기록을 보며 와 이럴때도 있었는데.. 하며 추억에 잠기곤 하니까. 그냥 사진 앨범은 다시 꺼내보지 않는다. 요즘은 경험하는 만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해진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목글데이는 참 의미있는 모임이기도 하다. 블로그가 조금 익숙해지면 유튜브까지 욕심을 낼꺼고, 그게 익숙해지면 팟캐스트도 꾸준히 해보고 싶다. 나는 팟캐스트가 진짜 재밌을거 같은데 좋은 파트너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가능하다면 팟캐스트보다는 정식적으로 라디오를 꾸준히 해보고 싶지만.
하이튼 나름 sns활용을 잘 하고 있다. 뭐 돈벌고 이런건 못하지만 일단 내가 재밌으니까. 또 시간이 지나면 상업적인 면과 닿을 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뭐든 노력과 꾸준함 앞에 장사 없으니까. 몇 년 뒤의 내 sns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