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마다 글쓰던 습관
삼개월간 목요일마다 글을 써서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목글데이 스터디 5기가 끝났다. 2기부터 꾸준히 참여해오고 있는데, 최근 기수가 제일 좋았다. 캐릭터 확실한 5명의 글을 매주 읽고, 서로 댓글을 달아주는건 꽤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줌 미팅에서 서로 얼굴을 보고 느낀점을 말하고 주최자는 다음 기수를 홍보했다. 나도 주변에 관심있어하던 몇에게 연락을 돌렸다. 다음 기수를 뽑으니, 모집하라고. 그리고 평소 스토리가 궁금했던 친구들에게도 연락했다. 이런 모임이 있으니, 가능하다면 네 글도 보고 싶다고.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별거 아닌 모임일수도 있다. 난 원래 해도 안해도 먹고 사는데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좋아한다. 신기하게도 이런 모임엔 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다 온다. 먹고사는데 열심인 사람들이 먹고사는거에 관련없는 일까지 아주 열심히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 글로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나고, 일상을 읽어낸다는건 실로 멋진 일이다.
마지막 줌미팅에서 사람들은 출산 전날에도 ot를 참여하고, 출산한 다음날에도 글을 써 공유했던 내가 멋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출산이라는 빅 이벤트 앞에서 생생한 그날을 남기고 싶었다. 글로 기록하지 않으면 많은게 휘발된다. 나는 이전 기수의 카톡방에서 나오지 않아서, 가끔 들어가 내 예전 글들을 읽어본다. 타인에 대한 욕이 신랄하게 적힌 글도 있고, 회사생활의 어려움이 낱낱이 쓰인 글도 있다. 이 글을 보니 다시 일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목글데이는 완전한 타인들만 글을 읽기에 정말 생생한 날것의 글을 솔직히 쓸 수 있었다.
마지막 마감일에 민택님이 모든 사람에 대한 리뷰를 남겨주었다. 내 글은 남들의 글들과 확연이 다르고, 글 자체가 정리정돈된 느낌이라고 했다. a부터 z까지 안내문 같고, 모든 것이 매뉴얼화 되어있는 대기업의 체인점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으면 에고가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한다. 난 되게 의외라고 생각했다. 내 글이 어느정도 날 것의 글이며, 흔들리고 힘들어하는 것도 자주 글에 담았기 때문이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느낌은 정말 다르구나.. 싶다. 그래서 사실은 많은 피드백이 필요하다.
나는 사실 퇴고도 잘 안하고 생각나는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글을 적지만, 사실은 많이 읽고 쓴 경험이 있어서 알아서 정리되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은 글쓰기 수업도 몇 번 받았었고.. 물론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이 배우고 읽고 쓰고 싶다. 가능하면 꼭 책도 내보고 싶다. 원하는건 모두 내게 온다고 믿기에 언젠가 분명 될 일이다.
목요일마다 글을 써야한다는건 부담감보다는 소소한 재미와 루틴으로 다가왔다. 하릴것없이 목요일이 특별한 날이 되곤 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싸맬때도 있었지만, 쓰다보니 일주일은 정말 빠르게 흘렀고, 매번 말하고 싶은 주제가 생기곤 했다. 온라인으로 올리면 되는거라 부담도 덜했고, 정바쁘면 미리 써논 글을 올리거나 다음날 오전까지 올려도 되는 일이였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일도 꽤나 재밌게 느껴졌다. 타인의 응원은 일주일을 사는 힘이 되기도 했고, 가능하면 나도 그런 힘을 주고 싶었다.
마음이 뭉치면 일이 꽤 커지나보다. 혼자라면 그냥 쓰고 말았을 일들도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서스럼없이 공유했다. 아, 밖에서는 내가 이렇게 보이는구나- 신기하기도 했다. 아직은 참여자들이 지인 소개로 들어오는 만큼, 온라인의 편리함과 책임감있는 사람간의 정이 섞인 스터디였다. 또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 참여자들이 더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삼개월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아마 다음 삼개월도 그러겠지.. 그 빠른 시간내 내 글들은 소복히 쌓일거다. 그간 목요일마다 행복했기에, 주최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물론 6기도 신청할 예정이다. 다음 기수의 글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