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할 뿐 서럽지는 않게
따랑따랑 이 소리는 100걸음을 거를 때마다 ‘캐시 워크’ 어플에서 1원씩 캐시가 쌓이는 소리다. 2030 세대를 휩쓴 ‘YOLO’ 열풍이 지나가고, 이제는 되려 짠돌이/짠순이 재테크가 유행인 것 같다. 특히 한 푼 두 푼 쌓는 재미가 있는 앱테크 유저들이 늘고 있다. 혹자는 앱테크를 ‘온라인 폐지 줍기’라 칭하는데 마치 누군가 버린 폐지를 주워 돈으로 받듯이 앱테크 유저들은 광고에 시간을 쓰고 돈으로 받는다. 나 또한 어플을 여러 개 사용하고 있는데, ‘토스’ 어플에서 1년 동안 모은 돈이 무려 117,349원이라는 것에 새삼 놀랐다.
어쩌다 젊은이들이 이렇게 앱테크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지난 몇 년간 월급에 비해 물가는 치솟고,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건 뿐인데 생각보다 돈이 줄줄 샌다. 사람들은 근로소득만으로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 어떻게든 월급 외의 다른 소득을 만들려고 혈안이 돼있다. 그러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니 목돈이 없고, 주식에 투자하려니 변동성이 두렵다. 유투브? 그걸로 돈버는 건 더 어렵다. 결국 무자본으로 돈을 버는 방법인 ‘온라인 폐지 줍기’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다. 초기 앱테크의 경우 광고를 보거나 어플을 다운을 받아야 보상을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퀴즈를 풀거나(토스)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히는(피클 플레이) 등 사용자 주도적인 방식의 어플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 많으면 500원 적게는 100원의 소득이지만 한 달이면 커피 한 잔 값을 벌 수 있으니, 너도나도 앱테크에 빠져버렸다.
앱테크에는 사이드 이펙트가 또 있었으니, 바로 소비 습관이 달라지는 것이다. 평소 내키면 커피 한 잔 정도는 부담 없이 사 먹었는데 하루에 만보를 꼬박 걸어야 100원을 벌 수 있으니 이제는 4,000원가량의 커피값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결코 커피를 사 먹지 않는 내 신세가 서러운 것은 아니다. 그저 돈을 아끼는 생활 습관이 재미있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앱테크를 통해서 현금을 벌 수도 있지만 보통은 기프티콘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렇게 모은 기프티콘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인기를 끌고 있다. 판매자는 기프티콘을 현금화할 수 있어 좋고,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좋다. 많게는 15%에서 적게는 5%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이제는 할인 없이 카페를 이용하면 호갱님이 된듯한 기분까지 든다.
하지만 기프티콘을 구매하는 리워드 앱의 허점이 있었으니... 점점 더 해당 앱에서 판매하는 기프티콘의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현금과 1대 1로 지급하는 리워드 앱과는 다르게 앱마다 자체적인 화폐를 지정하다 보니 상품의 가격을 올리기 용이하다. 일례로 ‘캐시 워크’의 경우 4,100원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4,600 캐시 정도에 팔았었는데 야금야금 가격이 올라 이제는 무려 5,740 캐시다.
사실 나는 앱테크에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 대학생 시절, 잠금화면에 광고를 설치하고 화면을 켤 때마다 돈을 쌓는 어플을 이용한 적이 있다. 그때도 난 스마트폰 중독자였으므로 정말 열심히 잠금화면 해제를 했고, 3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어플은 현금화를 선착순으로 할 수 있었는데, 돈을 아무리 인출하려 해도 인출이 되지 않았다. 나는 단순히 내가 하루에 인출 가능한 정원에 들지 못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플랫폼은 어느 순간부터 리워드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어플이었다. 그때의 쓰라린 기억 이후 한동안 난 앱테크는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최근에 이용하고 있는 만보기 앱 ‘캐시 워크’와 ‘토스’는 제작자가 지속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 안심하고 사용하고 있다.
퀴즈는 한 개인데 돈을 버는 사람은 여럿이니, 이게 바로 창조경제?!
세상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이제는 리워드 앱으로 돈을 버는 이용자도 있다. 퀴즈를 맞혀 보상을 받는 리워드 앱의 경우, 특수한 유저들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답을 실시간으로 알아내 공유한다. 티스토리에 정답을 올림으로써 수많은 이용자가 티스토리에 방문하게 되고, 티스토리 주인은 애드센스로 돈을 벌 수 있다. 한 명의 광고주가 리워드 앱에 광고를 요청하고 리워드 앱 제작자는 수수료를 떼간다. 그리고 정답을 빠르게 찾아서 공유하는 사람도 자신의 플랫폼에 광고를 올림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퀴즈를 맞힌 리워드 앱 이용자도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땅을 파서는 돈이 나오지 않지만 잠금화면을 해제하면, 광고를 보면, 퀴즈를 맞히면, 만보를 걸으면 돈이 나온다. 가만히 있어도 통장에 돈이 증식하면 좋으련만...초저금리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난 오늘도 폐지를 줍는다. 줍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