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유월 Jan 18. 2020

시간을 팔아 콘텐츠를 사는 사람들

나는 누르면 지는 기분이라서 다른 누군가가 쓴 글을 보지 않는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내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글쓴이가 책을 출판하고,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된다.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늘어나면 정규 방송에서 유튜버인 그들을 모신다. 다들 분명 원래의 직업이 있는 사람들일 텐데... 그들은 본업만큼이나 훌륭히 그들의 부업을 수행한다. 나는 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불편하다. 내가 못나서 그렇다.


전업 작가의 삶을 얼추 상상해보면, 그들이 등단을 하고 한 권의 책을 정식으로 출판하기까지의 삶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또 그 책이 출간되기 위해 편집자, 북 디자이너, 인쇄소의 직원의 노동력이 들어갔음이 당연하다. 정규 방송을 보더라도 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스탭과 연출자와 작가와 연기자 그리고 자본이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만원을 주고 책을 사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할 때, 그 돈이 어느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콘텐츠 너머에 수많은 노동자가 일을 하였고, 나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1/n으로 나눌 것임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 방송이 대형 학원이라면,
개인 방송은 과외다.


개인이 만든 콘텐츠는 다르다. 내가 개인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할 때 그 돈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비중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한 유튜버가 개인적으로 카메라를 사서 영상을 찍고 스스로 편집하고 업로드하였을 때, 내가 그의 광고를 시청하면 그로 인해 창출된 수익은 대부분 유튜버에게 돌아간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건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글이다.) 마치 광고를 보는 나의 ‘시간’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그들의 콘텐츠를 구매한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적으로 내가 금전을 지불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시간을 광고주가 유튜버에게 돈을 주고 구매한 것이다.


나의 시간은 내가 영상을 소비함으로써 팔린다.


이 괜한 마음은 바로 놀부 심보와 자책감이 더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데, 누구(나)는 월급에 쪼들리며 사는데 남들은 근로소득 외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샘도 나고 부럽기도 한 것이다. 남이 만들어준 콘텐츠를 즐겁게 소비하지 못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으므로, 개인이 만든 콘텐츠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 그들이 쓴 글과 영상은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도 있고, 내가 몰랐던 지식을 알려줄 수도 있다. 오히려 광고를 시청하는 15초 보다도 더 가치 있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도 많다.


자, 나는 이 괜한 마음을 정리하려 한다. 방구석에 누워서 가히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이득인 것인가! 질투는 나의 힘, 그들의 부산물에 대한 질투심을 동력 삼아 나도 콘텐츠 메이커가 되리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