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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월 Jan 14. 2020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물건이 나를 일하게 했다.

[1주 1권] 2020년 1주 차

어찌 보면 세상 감성적인 책을 리뷰하는 일의 첫 번째 책으로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정하다니 누가 보기엔 참 속물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서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것에 집중하기란 ‘돈’이라는 것 없이는 힘든 일이다. 난 [1주 1권] 1주 차 책,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읽고 자본주의를 이해할수록 돈이 만드는 옥쇠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배웠다.


어릴 때 난 꽤나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는데, 내 주변의 가장 속편해 보이는 아이들은 대기업 부모를 두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 내 꿈은 대기업에 입사하기였고 결국 원하는 대기업에 입사하였다. 난 입사 전 주어진 두 달의 빈 시간 동안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 거의 1,000만 원을 썼다. 숫자를 확인하지 않고 돈을 쓰다니 참 간도 컸다. 편의점 삼각김밥을 살 때도 돈을 따지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마주한 사치였다. 해외여행도 떠났다. 여행 중에는 내가 여행 경비로 얼마를 쓰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남들도 다 이정도 쓰면서 사는거 같더라고.


입사 후에는 PT, 골프, 미국 여행 등 직장인이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둘씩 탐욕스럽게 해치웠다. 자랑도 실컷 했고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행복하진 않은 것 같았다. 더 누리고 싶은 게 많았다. 편의점에서 가격을 보진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사고 싶은 백화점표 옷으로 옷장을 꽉 채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인스타 감성 카페를 못 가서? 시답지 않은 수많은 이유들 때문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물건을 사야 할 이유를 찾곤 했다. 특히, 야근이 심한 달이나 주말근무를 할 때면 실시간으로 추가 수당을 계산하여 그만큼은 더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

날씨 좋은 토요일에 회사를 나와 4시간을 일했으니 난 XXX을 지를 자격이 있어!


그러다 보니 나름 내로라하는 대기업 직장인으로 일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도 모은 돈이 없었다. 그때 들리는 동기의 소식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 무려 4,000만 원을 모았다는 것이다. (입사 전에 모은 돈을 포함한 금액이었지만) 내가 옆에서 봐도 그 동기는 정말 알뜰살뜰 열심히 돈을 아꼈다. 나와 그 친구의 차이는 바로 소비의 총량이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내가 소비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너무나도 마케팅의 유혹에 약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내가 얼마를 소비해도 되는 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저 막연히 대기업에 다니면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고, PT를 받으며 헬스장을 다니고,  유기농 식단을 먹을 수 있는 줄 알았을 뿐이다. 내가 사고 싶어서 지르는 것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도 너무 많았다. 미세먼지 수치가 최악이라는데 공기청정기는 현대인의 생필품 아닌가? 다이슨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면 그렇게 빨리 마른다는데, 아침 준비시간을 10분 아낄 수 있다면 30만원이 안아깝지.


책에 따르면 난 완전히 자본주의에 조종당하고 있었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뇌에 심어둔 칩은 ‘무엇이든 소비하라’이며 우리의 생활에 심어둔 칩은 ‘이것은 꼭 필요한 물건이다’이기 때문이다.(책 107쪽)” 필요하다는 생각은 곧 가지지 못하면 불행한 나를 만들었다. “기업은 물건을 파는 대신 이미지나 서비스 같은 것을 팔며 사람들에게 ‘소비의 수준’이 ‘당신의 수준’을 결정짓는다고 끊임없이 속삭인다.(책 108쪽)”


내가 가진 물건의 가치가 내 가치는 아니다. 또한 그 물건을 가지지 못한다고 내 인생이 부족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 물건을 가지지 못한 내 처지가 불만족스러웠다. 물건은 나를 일하게 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물건을 사게 만들었다. 즉, 물건이 나를 사용한 셈이다.


물건이 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


자본주의에 끌려다니는 호갱님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사용’ 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호갱님들은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금융이란 결국 돈의 융통인데 은행의 대출을 통해 돈의 사용 시기를 결정할 수도 있고, 주식을 구매함으로써 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냥 월급 받는 대로 땅에 묻어두겠다고? 그건 사실 돈을 버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 가치는 떨어지면서 물가는 지속적으로 올라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배운 점은 월급쟁이는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 (정해진) 소비, 투자의 저금통에 돈을 차곡차곡 넣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금융생활을 적나라하게 마주 볼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뻔한 월급에 어느새 쌓인 카드값을 들여다보는 건 정신적 스트레스다. 하지만 그 고통을 무책임하게 미래의 나에게 부탁해선 안된다. 그러면 결국 고통의 도돌이표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말이다.


올해부터 짠순이/짠돌이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읽어보시라.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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