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두 번째 프로젝트
키보드 좋아하는 사람은 메인 사진만 보아도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 있을 때 주문 파트 과장님이 키보드 모으는 게 취미라고 했다.
자기는 키감 기압에도 예민하다고 했다.
나는 뭔 소린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진정한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아!"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과장님이
"제가 키보드 하나를 사 와서 마침 두 개인데~ 과장님 이거 하루 써봐요 진짜 좋아요!!"
하면서 리얼포스 기계식 키보드를 하루 빌려주었다.
키보드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알겠다고 키보드를 하루 사용하였다.
기계식 키보드라서 타건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내가 생각해도 사람들에게 눈치 보일 정도로 커서 소리 크게 안 들리고 천천히 사용을 했다.
하루가 끝나갈 때쯤 나도 모르게 속으로는 "하루만 더 빌려줬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단 하루지만 좋은 키보드를 사용해 봐서 일까 현재 내가 쓰는 키보드가 모든 게 마치 쓰레기 플라스틱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지금 쓰는 키보드를 못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키보드의 종류에 대해 아주 깊게 찾아보게 되었다.
키보드 브랜드 종류도 많고 갈축?적축? 키보드 안에 넣는 축의 종류들도 많았다.
계속 검색 중에 우연히 키보드 예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해피 해킹"이란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무접점의 끝판왕", "키보드계의 에르메스"란 수식어가 신기하기도 했다.
해피 해킹 사용 후기를 보면 사용하다가 적응이 안 돼서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는 글도 보았다.
반면에 글을 많이 적는 작가분들이 많이 사용 키보드라고 들었다.
나는 오히려 흥미로웠다, 나의 청개구리 기질을 발동시킨 것 같다.
게임을 해도 제일 안 좋다는 직업을 고르고, 핸드폰도 예전에 블랙베리 폰을 5년이나 사용하였었다.
그 당시 채용회사에 있었는데 정직원 70명 중에 블랙베리 폰을 쓰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었다.
와이프가 우연히 나의 핸드폰의 유튜브에 온통 키보드 관련 영상만 나오는 걸 보고는 "이렇게 갈망할 정도면 그냥 사자"라며 허락을 해주었다.
그렇게 당시(2019년) 해피 해킹에서 새로 출시한 해피 해킹 프로페셔널 하이브리드라는 모델을 거금 55만 원에 구매를 하였다.
ESC, Ctrl 키는 다른 색상의 키 캡, 키보드 덮게, 조셉 공방의 팜레스트 한 번에 구매하였다.
과연 정말 적응 못할 정도의 키보드인지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개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해피 해킹을 사용하였다.
Ctrl 키(빨간색) 이 보통 키보드 CapsLock 쪽에 위치해서 컨트롤 키가 적응이 안 되었다.
무의식 적으로 방향 키를 건드리기 싫어져서 마우스로 커서 이동을 많이 했다.
개발하면서 소스 코딩하다 개발이 끝나면 해당 라인의 맨 앞(home) 그리고 맨 뒤(End) 엔터 치는 버릇이 있는데 손가락이 정말 꼬여버린다.
다른 거보단 나의 버릇인 이 부분을 먼저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Ctrl + fn + K(Home) ,(End), Enter 키를 입력하는 연습을 많이 하였다.
엑셀 작업할 때 fn+2(F2) 누를 때 엄청 어색했었다.
제일 난관이었던 Ctrl 키, 방향 키를 적응하고 나니 일반 키보드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렇게 해피 해킹을 사용한 지 일주일 만에 적응 완료하였다.
개발하거나 문서작업할 때 특수문자 빼고는 생각보다 너무 잘 적응하였다.
무접점의 타건감은 부드러운 도각도각 느낌이 많이 나고 소음도 많이 적다.
그리고 Ctrl 키가 Capslock에 배치되어 있는 게 적응은 안 되지만 적응하게 되면 복사+붙여넣기 할 때 새끼손가락에 무리가 덜 간다.
유선, 무선 둘 다 연결이 가능하여 가끔 보안이 철저한 대기업 프로젝트는 블루투스 자체를 차단하는 곳이 있어서, 유선 케이블로 연결해서 사용하면 된다.
주위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한 번씩 눌러보고 갔었다.
특수문자 변형하는 기능이 없어서 문서 작성 시 특수문자가 필요하면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특수문자를 검색해서 복사+붙여넣기를 해야 한다.
나에겐 제일 큰 단점은 중요한 미팅이나 회의가 있을 때 반드시 키보드를 들고 가야 한다.
예전에 사용자 테스트 회의할 때 키보드를 안 들고 갔는데 현업들의 요구사항을 쏟아지는 와중에 긴장하고, 당황하여 손가락이 완전히 꼬여버린 적이 있다.
중요한 일이나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내 몸과 같이 키보드도 같이 들고 가야 실수할 여지를 없앨 수 있다.
그리고 배우는 입장이라고 해야 할까, 내 자리에 사수나 나보다 윗사람이 소스를 봐줄 일이 있으면 접대용 키보드 하나 정도는 따로 구비해놔야 한다.
키 배열을 설명해 줘도 방향 키에서 바로 막혀버린다.
해피 해킹을 구매한지 5년이 지난 현재도 해피 해킹을 사용하고 마우스는 서피스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6년 차 동안 주위에 해피 해킹을 쓰는 분을 단 한 명도 만나보질 못했다.
개발자들은 레오폴드, 리얼포스 두 브랜드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 취향 참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지금도 만족하고 있다.
현재 제일 고민인 부분은 해피 해킹 신제품이 출시되었다.
우연히 브런치에서 작성해 주신 글을 찾아서 링크를 공유한다.
https://brunch.co.kr/@ruseupi/105
이번에 나온 해피 해킹 스튜디오를 사용하면 마우스도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나를 더 이상한 사람으로 볼지 그게 걱정이다. 하하하
조금만 더 고민해 봐야겠다.
나와 같이 새로운 것, 좋은 것을 알아버린다면 부디 고민은 조금하고 지르는 것으로 극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