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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배운 독립운동의 마음

by Balbi

봄봄봄 봄이 왔네요~


날씨, 기온, 바람, 꽃망울 등 많은 것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유난히 차디찬 내 손도 이제 더 이상 차갑지 않고 모든 것이 봄을 알리고 있는데 설레지 않는다. 연일 나오는 기사와 뉴스를 보면 암울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한동안 일부러 멀리 했다. 현실을 피해왔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 탄핵 선고 마지막 주말이기를 기대하며 안국역/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모두가 같은 맘으로 모였으리라. 탄핵 인용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함께 힘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거리에서 많은 이들 틈에서 함께 하니 암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해소가 되었다. 암담했던 상황에서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집회 중간, 민노총 집회 무리가 합류되는 모습은 가슴을 뜨겁게 했다. 수많은 거대 깃발을 흔들며 많은 인파가 광화문으로 밀려오는 모습은, 암울한 현실에 작은 희망 같았다.

무엇이 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는가?


그들이 외친 정의와 공정은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기득권을 위한 정의와 공정이라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국민들은 참을 수가 없었기에 집회에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 공화국임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삼권이 명확히 분립된 나라인데, 지금의 상황은 사법부가 독립된 기관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모두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고, 정권의 눈치를 보며 특정인에게만 특별한 잣대로 판결을 내리는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가. 그리고 헌재의 판결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많은 국민들은 정의와 공정이 무너진 이 상황에 쌓인 울분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왔다. 울분을 꾹꾹 눌러가며 성숙하게 평화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은 가슴을 찡하게 했다.


해가 떠있는 동안 집회는 춤추듯 넘실거리는 수많은 깃발이 감동을 안겨주었다면, 해가 진 후엔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반짝이듯 응원봉의 반짝임이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5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내 가슴을 움직이게 하고 뜨겁게 만드는 일은 없었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슬쩍 눈감고 모른척 넘긴 일도, 그 내용에 관심조차 두지 않아 몰랐던 일들도 있었다. 창피하지만 실제 그랬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 내가 어떤 참여도, 목소리도 낼 수 없다면 세월이 지난 후에 큰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올 것 같았다. 또 다시 그가 정권을 잡아 비상계엄이 터진다면, 지금껏 살아보지 못한 나라에서 아이들이 살아야 할 것이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일제시대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체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하신걸까?’

‘저 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독립운동을 했을까? 친일을 했을까?’

늘 궁금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아,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처음으로 독립운동가 분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 알 수 있다.


나처럼 정치와 나라 돌아가는 것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 관심을 갖게 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지난 주 아이들의 총회 순서 중 묵념을 하는 동안, 주문을 외듯 맘속으로 수없이 외쳤다.

‘제발 탄핵. 빨리 윤석열 탄핵. 탄핵, 탄핵!’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디 나 하나 뿐이겠는가.



집회 막바지에는 수많은 인파가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종로 일대 거리 행진을 했다.

이 경험은 초4 둘째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엄마, 이게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 무료로 콘서트 보는 거 같아.”

집회 차량에 올라 집회를 이끌고 있는 언니들을 보며,

“엄마, 언니들은 더 재밌겠다.”


둘째가 커서 20대가 되었을 때, 이런 집회가 또 있으면 안 되겠지만 집회가 있다면 초4 둘째는 집회 차량에 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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