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팬들은 아티스트에게, 아티스트는 팬들에게 스며들다
덕질을 하는 우리들은 아티스트에게 덕통사고를 당했다고 표현한다. 교통사고처럼 순간적으로 너무나 갑작스레 빠지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그러나 순간의 불꽃에 반응하다 그 불꽃이 사그라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시간이 지나며 불꽃이 커져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커지는 사람도 있다. 아티스트와의 추억과 서사가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애정이 깊어지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조금씩 그에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는 것은 달리기 하듯 요이땅! 하고 시작되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가 땅속의 물을 빨아들이듯 겉으로 들어나지 않고 ‘슥~’ 스며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스며듦이 팬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나 오프에서 아티스트를 보면 그들도 팬들에게 스며들었구나! 처음 팬들을 만났던 때와 시간이 흐른 후 팬들을 대하는 모습을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깊어지는 이 돈독함이 좋다.
#2. 엄마는 아이에게, 아이는 엄마에게 스며들다
며칠 전 <인복이 많은 아이들>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더니 비밀 독자님께서 ‘엄마복 잔뜩인 아이들’ 이라는 응원의 글과 100P를 남겨주셨다. 응원의 글을 보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그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엄마는 아니다. 어젯밤에도 욕실에서 한참을 안 나오는 아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스며든다는 것은 모든 관계에서 다 적용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만 봐도 그렇다.
임신 했을 때부터 뱃속의 아이와 많은 교감을 하며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성애가 막 샘솟았다는 엄마들이 있는 반면, 나처럼 시간이 지나며 내가 아이에게 스며들고, 아이가 내 안에 스며들어 모성애라는 것이 생겼다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모성애가 더 진실 되고 아니냐를 따질 수 없다. 모성애라는 것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숭고한 감정이니까.
그 차이가 문득 MBTI에서 F(감정형)와 T(사고형)의 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F 성향의 사람들은 관계, 감정, 직관적인 연결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기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 같은 경험을 더 자연스럽게 하고, 반면 T 성향의 사람들은 감정보다 논리와 구조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 생명에게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 차근차근 알아가야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애정을 감정보다는 행동, 책임, 관계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들만의 방식인거다.
아들과 대화 중 종종 “엄마 T야?” 하는 질문을 받는다.
즉각적인 공감에는 좀 느리고 때로는 차갑다는 느낌을 주지만 T 성향의 엄마들은 서서히 스며듦으로 믿음과 신뢰감에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든 우리는, 어느새 서로에게 가장 좋은 신경안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