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 답답, 울분, 분노, 좌절, 암울…….
이런 단어들만 생각나던 3월이 지나고 4월이 시작되자 헌재의 침묵이 끝났다.
<헌재, 尹대통령 탄핵심판 4월 4일 오전 11시 선고> 속보가 떴다.
어제와 오늘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나의 마음은 완전 달라졌다. 절망의 바닥, 지하 10층쯤에서 허우적거리던 내 마음이, 탄핵선고일 발표 하나로 지하 5층쯤은 올라온 기분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 모두의 애간장을 녹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속보로 알게 되고, 병력이 국회에 투입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모습에 탄핵은 신속하게 처리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쉽지 않았다.
이번 탄핵 시국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헌법을 공부하며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참담한 상황속에서도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된 일이다. 특히나 헌법을 공부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이번 비상계엄이 왜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헌법 조문은 딱딱하고 어려웠지만, 그 조문 사이로 사람들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숨결이 느껴졌다.
하나하나 내용을 살피다 보니 혼자만 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이 내용을 함께 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들 수준으로 헌법을 정리했다. 이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작업인지 알 수 없지만 평생을 살며 한번은 헌법이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맙게도 둘째는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읽어주고 있다.
연재를 이어가다 보니 조금 더 쉽게 카드뉴스로 발행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헌법이 많은 이에게 닿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4월 1일이 시작되며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동시에 탄핵선고 기일이 뜨다니. 날짜에 특별히 의미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잊지 못할 숫자들이 내 안에 새겨졌다.
12월 3일, 비상계엄.
1월 19일, 대통령 구속.
4월 1일, 탄핵선고 기일 발표.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긴 겨울이 지나고, 이제 내 마음에도 봄이 스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