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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년 수능 날

by Balbi


한때 수능일만 되면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감정 아닐까 싶다.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입시는 큰 스트레스니까.


다 지난 일이고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입시가 다시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아들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고, 조카는 오늘 수능을 치른다. 조카에게는 미리 용돈을 보내주었지만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 흔한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수능 당일 아침, 언니는 자신이 더 긴장되고 떨린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평소에는 “혼자만 치르는 수능이냐”며 놀러 갈 거 다 놀러 가고, 겉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이더니 아니었나 보다. 스스로 쿨한 척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도 당장 입시를 앞둔 아이가 있다 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실기가 중요한 입시이다 보니 손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산다.

입시는 이런 것이다. 평소 무심한 엄마들까지도 긴장하게 만드는.


매년 수능 날이면 둘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오케스트라 발표회를 한다. 작년부터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맡은 둘째는 연습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한다. 그 덕분인지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도 꽤 훌륭한 실력을 갖췄다. 지금은 즐겁게 바이올린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언젠가 입시로 연결된다면 과연 지금처럼 즐거울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아이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게 없어요.’라는 말만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 아들은 기타로 진로를 정했고, 둘째는 음악 하는 오빠의 영향인지 피아노를 하겠다고 한다. 지지해 주고 아낌없이 지원해 준다면 부모로서의 역할은 끝이라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문득 ‘이렇게 지지해 주기만 하는 게 맞는 걸까? 다른 길을 함께 제안해 주는 것이 맞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내 꿈에 대한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은 돌고 돌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막고 싶지 않다. 쉬운 길을 두고 어렵게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서다.


다만 어떤 길을 택하든, 그 끝에는 입시라는 큰 관문이 버티고 있다. 그 관문은 사람에 따라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부디 너무 고생스럽지 않게, 순탄히 그 관문을 뛰어넘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수능을 치르는 조카도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진학하기를.

우리 아들도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를.

수능날, 더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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