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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Nov 20. 2022

메모리 반도체 '22 3Q 결산 리뷰①

  예년과 달리 11월 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 업계는 매서워지는 찬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뚜렷해지면서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다. 한 달 먼저 실적을 발표한 Micron의 생산량 감축 소식과는 반대로 "인위적인 생산량 감소는 없다"는 삼성전자의 말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언론은 삼성전자의 실적 콘퍼런스에서 나온 생산량 유지라는 말을 치킨 게임의 서막으로 받아들인 듯 기사마다 치킨게임을 언급했다. 기사를 읽어 보면 삼성전자가 이번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난립하던 DRAM 업체들이 정리되고 현재는 3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SK hynix, Micron의 DRAM 시장 점유율은 96%에 달한다. 시황에 따라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소폭 움직일 뿐, 더 이상 파격적인 시장 점유율의 확대가 어려운 구조이다. Nanya를 비롯한 대만의 DRAM 업체들과 새로이 시장에 진입한 중국의 CXMT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은 고작 4%로서 Big 3에게 있어 논외의 영역이다.

 Nand Flash 시장은 2021년 12월 SK hynix가 Intel Nand 사업부(SOLIDIGM)를 인수하면서 시장 내 플레이어가 한 곳 줄었다. 현시점에는 총 5개의 메인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2022년 3분기 기준 우리나라 업체들의 Nand 시장 점유율 합계는 50%에 달한다. 일견 DRAM 시장과 같이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Nand 시장의 내부 사정은 DRAM보다 훨씬 복잡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는 핵심업체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만약 재차 치킨게임이 발발한다면 과연 우리나라 업체들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08년과 같은 치킨게임이 가능할지 유무와 업체별 득실을 가늠하기 위해 2022년 3분기 기준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어지는 글은 지극히 개인적 시각에서 바라본 시황이므로 이점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우선 재무제표를 통해 반도체 사업의 매출 & 재고 확인이 가능한 4개사의 정보를 취합하여 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삼성전자(한국), SK hynix(한국), Micron(미국), Nanya(대만) 중 Nanya를 제외한 3개 사는 DRAM과 Nand Flash 2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는 일 년 단위로 생산 물량을 확정하며, 위중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대부분 정해진 연간 물량을 내부 계획에 따라 생산한다. 반도체 회사의 각 부문은 생산량을 달성하기 위해 생산 설비의 입고, 유지보수, 인력 운영뿐만 아니라 원부자재의 입고 계획까지 정밀하고 철저한 준비를 한다. 그럼 어떤 과정에 의해 현재와 같은 과재고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복기해 보면 시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작년 이맘때, 반도체 시장이 끝없이 우상향 할 것처럼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던 시기에 내년도(2022년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시에는 반도체 물량 부족과 공급망 붕괴로 인한 원자재 수급 이슈에 대한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었다. 전자기업들은 앞다퉈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었으며 거대 IT업체들은 신규 데이터 센터 설립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시황의 급격한 변동보다는 유지 혹은 우상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2021년 1분기와 2분기에는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반도체 재고가 눈에 띄게 소진됐다. 또한 중국을 중심으로 Lock down이 반복되면서 불안한 공급망으로 인한 필요 이상의 원자재 발주가 일상이던 때였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2021년보다 더 많은 생산 물량을 계획하고 계획된 물량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 라인 가동과 자재 입고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올해 초부터 미국 금리인상과 우-러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반도체의 주요 매출처가 수요를 줄이자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반도체의 재고가 급격히 쌓이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Fab. 은 마치 제철소의 용광로와 같아서 생산량을 줄이고 싶다고 해서 당장 라인 가동을 멈출 수 없다. 반대로 다시 생산량을 늘려 정상궤도로 돌아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회계 연도 중, 예상하지 못한 경기 불황이 발생하더라도 물량 조절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기는 회계연도의 마지막 분기, 즉 내년도 물량을 계획하는 시기뿐이다. 그 전에는 불황으로 인해 재고가 쌓이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Wafer 생산을 멈출 수가 없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업체별로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대한 대응 시기가 다르다. 삼성전자, SK hynix, Nanya의 경우 매년 12월 말에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반면 Micron의 경우, 매년 8월 말에 회계연도가 마감된다. 경기 변동의 발생 시기가 회계연도 결산 시기와 겹치느냐 마느냐에 따라 업체 간 대응력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일례로 Micron은 지난 8월 말 2022년 회계연도가 마무리되고 9월, 2023년도 1분기를 시작하면서 닥쳐올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 투자 연기와 Wafer 생산량 축소를 언급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 hynix는 올해 4분기까지는 어떻게든 계획된 수량의 Wafer를 생산해내야 한다. 2022년 Fab. 을 가동하기 위한 일년 치 원자재에 대한 구매 계획에 따라 생산 물량을 맞추기 위한 원자재가 쉬지 않고 입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Kioxia와 미국의 Western Digital(이하 "WDC")은 Nand Flash 사업만을 영위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다. Kioxia는 Toshiba 분식회계 사태 후, 2018년 분사한 Toshiba 반도체 사업부를 모태로 하고 있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 생산업체인 WDC의 Flash 사업부는 2016년 인수한 미국의 Nand Flash 생산 업체인 SanDisk가 그 시작이다. Kioxia와 WDC는 양사가 공동 투자한 Flash Ventures(Kioxia 50.1%, WDC 49.9%)를 통해 일본 욧카이치시에 위치한 Wafer 공장을 함께 운영한다. JV가 소유한 욧카이치 공장에서 생산된 Wafer는 계약된 수량과 가격에 따라 양사에 분배된다. Kioxia는 WDC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Fab. 외 자체 Wafer 조달을 위한 Fab. 을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WDC 보다 가용 Wafer가 많다. Kioxia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물량을 미국의 Kingston과 같은 Nand Flash를 기반으로 한 저장매체 제조업체들에게 판매한다. 저장매체 기업들은 Kioxia로부터 구매한 Wafer를 대만의 PTI와 OSE 같은 OSAT 통해 패키징 한다.

 현시점에서 Nand Flash의 재고 상황은 DRAM보다 더 심각하다. 데이터 센터 투자 축소와 전자제품의 수요 감소로 인해 무서운 속도로 재고가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Kioxia는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분기 매출액과 대형 이벤트 이외에는 내부 회계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 WDC는 상장기업으로 Flash사업부의 매출을 별도로 나눠 공시하지만 재고는 Hard Disk 사업부와 Flash 사업부를 합산하여 공시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점유율과 생산 Capa., 자체 & OSAT업체 패키징 정보 등 공식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이 두 업체 또한 Wafer 가공을 지연시키면서 물량 조절을 하고 있다.   

 WDC의 경우, 지난 3분기에 -24%에 달하는 매출이 감소했다. Kioxia 역시 출하량이 대폭 감소했으나 일본 엔화 약세로 인해 환율 차로 인한 환차익으로 도리어 6%의 매출 상승이 있었다. 하지만 3월 회계 마감 후, 4월부터 신규 회계 연도가 시작된 Kioxia는 3분기(10월 ~ 12월)부터 Wafer 투입량을 30% 줄인다고 공시했다. WDC 역시 Kioxia와 비슷한 수준의 Wafer 감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2023년 생산 물량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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