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중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과 헝다를 비롯한 중국의 거대 부동산 개발사가 국내외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중국 정부의 무차별적 코로나 제로 방역과 기준이 모호한 반간첩법에 질려버린 외국계 기업들의 탈 중국 행렬이 지속되면서, 중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과 실업률 증가를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중국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듣는 현지 소식도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불안정한 현재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부분이다. 현황 파악을 위해 중국 증시에 상장된 전자기업 13개사의 영업 현황 정보를 수집했다. 특정 영역에 치우쳐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스마트 기기부터 소비가전, 디스플레이 패널, 반도체, EMS업체까지 영역을 넓혔다. 다만 업체별 영업 현황에 대한 장기 데이터를 축적했으나 코로나를 전, 후로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코로나 시작 시점인 2020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의 데이터만을 참고했다.
중국 전자 기업들은 2022년 3,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 위축으로 인해, 전자 제품의 판매가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들은 2023년 1분기까지 강도 높은 출하량 조절을 통해 산적해 있던 재고의 부담을 대폭 낮췄다. 2022년 3분기 68.6조 원까지 치솟았던 13개 업체들의 재고는 2023년 2분기 55조 원으로 하락한 뒤,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2023년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체들에 따라 2분기 대비 3분기 매출이 줄어든 곳이 있어 전체 매출액은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늘었다. 비록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고 하지만 2023년 1분기에 경험한 큰 폭의 하락에 비하면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3분기까지의 실적만 놓고 본다 현지 경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럼 중국의 전자 산업은 이제 우상향을 위한 단단한 바닥을 다진 걸까? 아니면 2차 하락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릴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중국 전자 산업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전자 산업보다 선행에서 움직이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2024년 상반기 중국의 OSAT산업, 더 나아가서는 반도체 산업의 시장 변화를 예측했다.
화홍 반도체(Huahong Semiconductor, SHA: 688347)는 중국 2위, 글로벌 6위의 파운드리 업체로서 상하이에 8인치 팹 3곳, 우시에 12인치 팹 1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생산 능력(8" + 12")은 8인치 기준으로 환산 시, 월 35만 8천 장, 분기 생산량은 107만 장에 달한다. 우시에 위치한 최신 12인치 팹에서는 55nm의 선폭까지 양산이 가능하지만,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node는 0.35um↑로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46.9%에 달한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Application은 Discrete 반도체이며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41.5%를 점유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소비가전, 산업용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에서 얻어지는 만큼, 시황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화홍 반도체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은 어느 파운드리 업체에서도 생산이 가능한 반면, 55nm 이하의 미세 공정이 필요한 고기능 반도체는 화홍 반도체에서 생산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코로나 기간 중, 급격한 디지털화로 인해 전자 산업의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의 정보는 지금 시점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2020년부터의 변화에 집중해 보면, 반도체 수요량이 급증함에 따라 화홍 반도체의 매출액과 Wafer 생산량 & 출하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반도체 업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슈퍼 사이클의 시작이다. 2020년 2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무려 10분기 동안 화홍 반도체는 생산 능력의 100%를 상회하는 Wafer를 생산해 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진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정상이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Wafer의 최초 투입 시점으로부터 생산 완료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선단 공정이 적용된 제품은 투입부터 생산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그래서 직전 분기에 투입한 웨이퍼가 공정을 완료한 시점을 기준으로 생산량에 반영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생산된 웨이퍼 수량이 생산 능력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일반적으로 파운드리 업체는 생산 물량을 유기적으로 조정하여, 다음 분기에 부족한 물량을 채우거나 넘치는 물량을 덜어낸다.
고공행진하던 화홍 반도체의 생산량은 2022년 2분기 107.7만 장을 최정점으로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3년 2분기에 다시 106.9만 장으로 치솟았다. 2023년 3분기에는 생산량이 93만 장에 불과했지만, 출하량은 107.7만 장으로 역대 최대 출하량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화홍 반도체가 이미 가공이 완료된 Wafer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전방 산업의 수요 감소가 포착되자마자, 화홍 반도체에 주문을 맡긴 Fabless에서 Wafer 생산에 급제동을 건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중국의 Fabless들이 지난 2021년 4분기 생산량이 출하량을 초과함으로써 발생한, 전자 산업의 전방위적인 반도체 과재고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인 주문 취소로 추정된다. 물론 화홍 반도체 입장에서는 생산이 완료되어 창고에 보관 중인 Wafer를 더 안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출하를 감행했다. 그래서 생산량이 15만 장 가까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은 최대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화홍 반도체에서 예상하는 4분기 실적은 5,900억 원 ~ 6,550억 원 사이로 3분기 대비 -21% ~ -12%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출 이익 5% 수준으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화홍 반도체의 사례를 통해 설명한 내용을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적용해 보자. SMIC는 2022년 2분기에 역대 최대 물량인 196만 장을 생산했으며 같은 시기에 출하량도 최대 물량인 189만 장으로, 생산량과 출하량 차이는 7만 장에 달한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2021년 3분기부터 현재까지 SMIC의 생산량은 줄곧 출하량을 상회해 왔다. 물론 제품을 생산함에 있어 일정 물량을 초과 생산하거나 부족하게 생산하는 것은 시황에 따라 어느 업체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생산 능력과 생산량, 출하량 정보를 공개하는 UMC(대만), SMIC, 화홍반도체의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해 보면 SMIC의 생산량, 출하량 차이가 유독 눈에 뜨인다. 2023년 2분기에는 생산량과 출하량 차이가 8" Wafer 기준 36.8만 장에 달한다. 직전 분기에 투입된 물량이 생산량에 합산되면서 출하량과의 괴리가 커진 것이다.
SMIC보다 30% 더 큰 생산능력을 보유한 UMC의 경우에는, 2022년 4분기에 생산량과 출하량 차이가 7만 장까지 나는 경우가 있으나, 다음 분기에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직전분기에 발생한 과생산 물량을 해소했다. 하지만 SMIC의 생산량과 출하량의 현격한 차이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은 향후에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2023년 들어 생산량과 출하량의 차이가 2023년 이전보다 3배가량 늘어난 것은 SMIC 내부에 출하되지 못한 Wafer가 상당량 적체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적으로는 적체된 Wafer의 대부분이 화홍 반도체와 node가 겹치는 55nm 이상의 선폭을 가진 저사양 반도체로 생각된다.
SMIC는 4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1~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매출이익은 직전 분기 19.8%보다 줄어든 16~18%를 예상하고 있어, 영업이익 적자 전환의 가능성이 있다.
2020년 1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 화홍반도체와 SMIC의 Wafer 생산량과 출하량 차이와 재고 변화를 정리했다. 화홍반도체는 2022년 4분기부터 생산량의 완급 조절을 통해 적체된 Wafer의 재고를 조정했다. 특히 2023년 3분기에는 가동률을 87%로 낮춰 출하량 대비 생산량을 15만 장 줄임으로써, 시황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다. 신속한 액션의 결과로 화홍반도체의 재고는 2022년 4분기 7,819억 원에서 2023년 3분기 6,472 억 원으로 1,347억 원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91%에 달하던 재고 비중도 87%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SMIC는 여전히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년 2분기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밀어붙인 생산량 증가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화웨이 Mate 60에 탑재된 하이실리콘의 최신 AP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 비용 증가가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23년 3분기 기준, SMIC의 분기 매출 2.13조 원 대비 3.38조 원의 재고는 적정 수준을 아득히 초과했다. 매출 대비 재고 비중은 159%로서 같은 기간 TSMC의 48%, UMC의 64%, Global Foundries의 81%보다 높다.
SMIC의 재고는 2022년 4분기 기준 2.6조 원에서 2023년 2분기 3.09조 원으로 19%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2분기 1.83조 원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증가폭은 69% 달한다. 재고를 원자재, 재공품, 완제품으로 분할하여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 원자재
6,630억 원('22 2Q) → 1.04조 원('22 4Q) → 1.29조 원('23 2Q, HoH 25%↑, YoY 95%↑)
-. 재공품
1.1조 원('22 2Q) → 1.28조 원('22 4Q) → 1.38조 원('23 2Q, HoH 6%↑, YoY 23%↑)
-. 완제품
600억 원('22 2Q) → 2,744억 원('22 4Q) → 4,385억 원('23 2Q, HoH 60%↑, YoY 631%↑)
2023년 2분기에서 3분기로 넘어오면 재고 총액은 3.09조 원에서 3.38조 원으로 다시 10% 증가했다. 세부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재고를 구성하는 항목에 대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지만, 이 기간 동안 완제품의 재고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이 완료되었음에도 출하되지 못하고 SMIC에 적체되어 있는 Wafer가 유효기간 임박으로 시장에 풀릴 경우, 시장은 반도체 과재고로 인해 큰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대표한다며 한껏 치켜세운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중국의 파운드리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바라본다. SMIC, 화홍반도체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반도체 굴기보다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가진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SMIC(84%), 화홍반도체( 77.5%)의 자국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이들이 철저하게 중국 내수용 업체임을 방증한다. 10nm 이하의 선단 공정을 필요로 하는 HPC, 인공지능 반도체는 중국의 Fabless, 파운드리가 양산 관점에서 접근할 수 없기에 논외로 한다. 하지만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스마트폰 & 커뮤니케이션 Application과 같은 중고가 반도체에 대한 낮은 매출 기여도(SMIC 25.9%, 화홍 반도체 12.6%)는 향후 중국 파운드리 산업의 미래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들은 증설에 열올리고 있다. 화홍반도체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우시에 12인치 팹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진행 중이다. SMIC도 중국 정부와 손잡고 12인치 팹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 팹을 가동하기 위한 고객은 확보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28nm 수준의 팹으로 대만의 TSMC, UMC 물량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정작 팹이 가동을 시작했을 때 대만의 파운드리와 경쟁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 시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착공한 웨이퍼 팹이 30여 곳에 달한다. 당장 내년 하반기쯤이면 이중 일부 팹은 작은 물량이나마 가동을 시작할 터인데, 팹을 가동하기 위한 충분한 고객과 물량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팹은 한낱 '돈 먹는 하마'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 고립된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진 Fabless의 물량을 끌어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로지 중국 Fabless의 물량을 위주로 생산 계획을 짜야하는데, 시장 분위기와 중국 기업이 가진 역량의 한계는 중국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만약 SMIC가 대외 과시를 목적으로 팹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거나 출하하지 못할 물량을 알면서도 생산이 지속할 경우, 응축된 힘의 통제가 풀린 순간 시장은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2021~2023년 중, 중국의 중소형 OSAT가 다수 상장되어 분기별 매출 실적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상장 시기가 제각각이라 실적 확인이 가능한 시점이 천차만별인 점은 감안해 주시길 바란다.
파운드리 상황과 연계하여 중국 OSAT의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 OSAT 또한 2022년 동기 대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Big 3인 JCET, TFME, TSHT은 선단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공장과 고객사 보유 유무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JCET는 자회사인 StatchipPAC의 해외 공장을 통해 미국, 유럽 업체들의 패키징 물량을 소화하면서, 그룹 내에서의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JCET는 중국 내부의 실적 하락을 해외 공장을 통해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TFME 또한 자회사 TF-AMD를 통해 AMD의 물량을 꾸준히 패키징 하면서 1분기의 부진을 떨쳐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선단 공정 경쟁에서 뒤처진 TSHT은 향후 시장에서 Wise road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시안 공장의 가동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난징 공장의 메모리 패키징 물량 확대로 커버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중국 내에서 날로 격해지는 수주 경쟁으로 인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MOS wafer의 패키징을 전문으로 하는 WLCSP는 중국 전자 기업의 발주 감소로 인해 작년 대비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전자기기의 생산량 감소에 그 원인이 있다. 2021년 상장 초기부터 불안 불안했던 Chippacking은 2022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Chippacking은 lead frame 기반의 저사양 반도체 패키징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패키징 업체들과 경쟁을 통해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 하지만 1 tier 업체들조차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Chippacking 같은 소규모 업체들이 물량을 수주받기 위해서는 출혈 경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2022년 말 상장한 Forehope 또한 Chippacking과 동일하게 lead frame 기반의 패키징 비중이 높다. 그래서 웨이퍼 가뭄으로 인해 업체 간 비딩을 통해 낮은 가격에 물량을 수주하다 보니, OSAT는 작년 이맘때와 유사한 매출을 올리고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출혈 경쟁은 패키징 업체들 뿐만 아니라 테스트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30%에 준하는 영업이익률을 올렸던 테스트 업체들이지만, 이들 또한 저가 경쟁에 참전함으로써 수익률이 급감했다.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4분기 중, 영업이익을 적자 전환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까지 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출하하는 웨이퍼 수량이 감소함과 더불어, 스마트 기기에 사용되는 부가가치가 높은 Wafer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테스트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업체 간 수주 경쟁도 테스트 단가 하락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장의 분위기가 주춤하지만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문 OSAT인 Chipmore와 UNION Semi는 나름 선방하고 있다. 중국 패널사의 출하량이 일부 회복된 것도 있지만, 중국 Fabless의 패키징 물량이 대만의 Chipbond, Chipmos에서 Chipmore, UNION Semi로 이관되면서, 시황에 비해 높은 성장세와 영업이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Chipmore(2023년)와 UNION Semi(2022년)는 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대만 DDI 패키징 업체들은 그동안 매출에 일조했던 중국 업체들의 패키징 물량이 중국으로 회수됨에 따라 뜻하지 않은 매출 하락에 직면해 있다.
지난 반도체 업사이클 시기에 다수의 중소형 OSAT가 중국 증시에 입성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상장 심사가 거절되었을 법한 업체들도, 반도체 산업 성장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타고 상장에 성공하며 큰돈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업사이클 시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여 생산 공장을 늘리고 생산 장비를 대거 발주했다. 시장 상황이 반전된 현재, 생산 공장이 준공되고 설비가 속속 입고되면서 이들의 고정 자산은 매분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시황이 악화될 경우, 매출 하락 충격에 고정 자산의 감가상각 비용까지 더해져 업체들의 재무 상황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하자면 중국 반도체 시황은 상반기 반등을 끝으로 하반기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들의 손에 생산이 완료된 Wafer가 적체되고 있다는 것은 반도체를 소비하는 전자 기업들의 영업에 적신호가 들어왔음을 뜻한다. 이는 분명 OSAT에게 있어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다. 또한 중국 OSAT의 패키징 소재 발주와 출하 물량이 11월 들어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1분기에 반도체 생산량이 재차 감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가능성이 현실이 될 경우, OSAT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연관된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