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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Jun 11. 2022

2022년 하반기 반도체 시장 전망

 2022년도 어느새 6월로 접어들었다. 기업들은 상반기 실적을 마감하고 하반기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예상치 못했던 대외변수가 많다 보니 다른 해보다 하반기 시황을 예측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시황 예측을 위해 고객사들의 정보를 취합하고 있지만 해외 고객사들의 예상이 업체별로 상이하고 국내 고객사들도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주 고객사들의 예상 물량이 수시로 변하고 있어서 하반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렇게 가뜩이나 갈피 잡기 어려운 시점에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소식들 중 일부는 시황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있어 판단을 헛갈리게 하고 있다. 삼성, 애플,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이 감산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감산의 이유를 반도체 수급 이슈로만 몰고 가는가 하면, BOE가 애플 아이폰향 스마트폰 패널에 대한 무단 설계 변경으로 올해 아이폰 탑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소식과 BOE가 OLED 패널 구동을 위한 DDI 칩 부족으로 인해 아이폰향 패널 공급이 어려워졌다는 기사가 함께 검색된다. 또한 서버향 디램 반도체의 Order Cut(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기사와 하반기 서버향 디램의 수요가 늘어나 2017~2018년의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사가 오버랩되고 있다. 시황을 있는 그대로 기사화한 글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풀어낸 기사도 있기 때문에 여러 기사를 통해 진위 여부를 판별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겼다.     



 

  재고 자산은 아직 생산에 투입되지 않은 원재료, 공정 중에 있는 반제품, 그리고 제품화가 됐으나 출하하지 않은 제품들까지 포함한다. 여기에는 전자 제품을 제작할 때 반드시 필요한 반도체도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작년부터 급증하는 전자 기업들의 재고 자산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포털의 뉴스란을 통해 간간히 재고 증가에 대한 기사를 찾아볼 수 있으나 재고 과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Risk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기업들은 2021년의 호실적과 원자재 수급 이슈로 인해 막대한 양의 재고를 쌓아 놓았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기업의 매출액 성장에 따른 건전한 재고 확보 차원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확보해 놓은 재고의 평가가치가 올라서 호재라는 의견까지 있었다. 그렇다 보니 쌓여가는 재고를 보며 나 혼자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지난 2018년 말 갑작스러운 반도체 소재 업계의 불황으로 시작된 반도체 다운 사이클을 몸소 체험했다. 당시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소재 발주량이 줄었는지 알지 못했던 탓에 고객사인 OSAT업체들의 발주량이 줄었다는 답변 외에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경영진을 이해시키지 못한 결과, 고객사 발주량이 정상 궤도로 회귀할 때까지 존재하지도 않는 경쟁사와 쉐도우 복싱을 해야 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내가 경험했던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됐다. 향후 시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 누군가에게 시장의 변화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경우, 이 글이 조그마한 힌트라도 되었으면 한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치는 것이다.    

      


 

  지난 글을 통해 OSAT 업체와 EMS 업체들의 재고 자산에 대한 위기감에 대해 얘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범위를 넓혀 국내 전자 기업들 현황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전자 기업 4곳(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의 자료를 취합했으며 EMS업체는 대만의 Top 10 업체들로 한정했다.

 자료를 보기 전에 재고 회전율에 대해 설명했으면 한다. 재고 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숫자로써 높으면 재고 소진이 빠른 것을 의미하고, 낮으면 재고 소진이 더딘 것을 의미한다. 먼저 국내 업체 현황을 보면 코로나 이전, 세계 경제 호황의 정점에 있었던 2017년 4분기의 재고 회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서 2019년 세계 경제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매출액이 줄고 재고가 증가했다. 코로나가 가장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는 소비가 살아나면서 매출액이 증가했으며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해 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매출액이 늘어나면 재고의 회전이 빨라지면서 재고 자산이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2021년 1분기부터 2022년 1분기까지 재고 자산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어느 업체를 특정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4곳 모두 2022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재고 자산을 보유한 동시에 가장 낮은 재고 회전율을 보이고 있다.

 

 대만 EMS 10개 업체의 매출액과 재고 자산, 재고 회전율을 살펴보면 2021년 들어 국내 업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EMS업체들의 매출액은 애플향 스마트폰이 조립되는 매해 3,4분기에 최정점에 올랐다가 다음 해 1분기에 최저점으로 감소한다. 재고 자산은 조립이 시작되는 3분기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가 다음 해 1분기에 최저가 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2021년 들어 그동안의 패턴과 다른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일반적으로 3분기에 정점에 도달하는 재고 자산이 4분기, 2022년 1분기 들어서도 줄어들지 않고 급증했다. 현재의 재고 회전율은 팬더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멈췄던 2020년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44조 원에서 72조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 2022년 1분기 현황

-. 국내 전자 기업(4개사) : 매출액 117.52조 원, 재고 자산 72.43조 원, 재고 회전율 1.62

-. 대만 EMS 업체(10개사) : 매출액 118.46조 원, 재고 자산 71.92조 원, 재고 회전율 1.65

 

 2022년 1분기가 마감 실적을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 기업들과 대만 EMS 기업들의 매출액과 재고 자산 내역이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급증하는 재고 자산이 소진되지 못하면 원자재, 설비 업체들의 수주 절벽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는 산업 전반을 뒤흔들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국내 전자 기업과 EMS업체들 그리고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서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는 재고 과다 이슈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가장 최근 반도체 산업이 다운 사이클에 진입했던 2019년 1Q 이후, Foundry 업체들의 Wafer 출하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해당 자료에는 삼성전자와 Tower Jazz의 Foundry Wafer 가공 수량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대세를 읽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Wafer 가공 수량에 대한 공시자료가 없다. 그래서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게 패키징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동향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시황을 추정했다. 소재 업체들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는 것으로 보았을 때 메모리 반도체의 Wafer 생산량 역시 Foundry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위에 있는 그래프에서 주목할 것은 거침없이 상승하는 Wafer 출하량과 쌓여가는 최종 고객사(전자 기업 & EMS)들의 재고 자산이다.  


 2021년 4분기부터 경기 침체를 우려한 최종 고객사들은 재고 조절을 위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후방에 위치한 업체들에게 통지해 왔다. 하지만 2019년 1Q와 같이 Wafer의 감산을 통한 균형은 이뤄지지 않았다. Wafer 증산 가속도로 인해 전방산업의 경고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 있는 적은 않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Foundry &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서 Wafer 생산이 끊임없이 증가하기 때문에 Wafer 가공과 패키징에 필요한 원자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고객사의 재고 증가로 인해 원자재 발주량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원자재 공급업체에서 감당해야 할 보유 재고 처리이다. 시장이 단시간에 급속히 팽창했기 때문에 원자재 업체들 역시 시장의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 하위 원자재 공급업체에 주문해 놓은 물량이 많다. 전방 산업의 발주량이 꺾인 상황에 후방에 있는 하위 원자재 공급 업체로부터 원자재가 지속 유입된다면 반도체 공급망 어디에선가 불용 재고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제품의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유효기간이 짧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불용재고로 인한 손실비용이 증가하는 이중고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Order Cut이 최상위 고객사에서부터 공급망 최하단에 있는 업체들까지 이어질 경우, 산업계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된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단시간 내에 구축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더믹이 시작되고 나서 근 2년에 걸친 시간 동안 모든 반도체 산업 구성원 전체가 합심한 끝에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 시점에서 경기침체와 재고 과다로 인해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할 경우, 단시간 내 반도체 산업계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동안 악화 일로에 있는 상황이 2분기 중 재고 자산 소진을 통해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고, 중국의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 연준의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창고 가득히 쌓인 재고에 대한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전 글 말미에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지금 당장은 상황을 반전시킬 묘안이 없어 보인다. 

 반도체 산업으로 한정했을 때, 생산량 조절을 통한 건전한 재고 조정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이로 인해 확장 일로에 있는 반도체 산업이 다운 사이클로의 진입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때, 그 변화에 가장 먼저 내몰리는 것은 기술적 우위가 없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업체들이다. 중소형 Fabless가 다수 포진해 있는 대만에서는 이미 Over Cut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다운 사이클에 대한 신호탄은 중소형 Fabless의 Mid-Low end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소형 Foundry 업체들의 감산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업체 매출액 & 재고자산 변화('17 1Q ~ '22 1Q)
대만 EMS업체 매출액 & 재고자산 변화①('17 1Q ~ '22 1Q)
대만 EMS업체 매출액 & 재고자산 변화②('17 1Q ~ '22 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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