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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May 24. 2022

대만 반도체 산업 4월 실적에 대한 소회

성장 일변도의 Foundry, 증폭되는 위기감

 대만의 상장 기업들은 월간 매출 마감 실적을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지하도록 되어 있다. 대만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속한 기업들은 월별 공시보다는 3개월에 한 번씩 실적을 공시하기 때문에 월간 매출 내역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대만 기업의 월별 공시자료에는 영업이익을 비롯한 기타 재무자료가 실려 있지 않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단순 매출 실적 공시로 가볍게 여길 수 있으나 월별 매출 Trend를 통해 시장 현황을 빠르게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OSAT업체들을 위주로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이들의 미래 변화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전후방 산업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높고 파운드리 역시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업체들을 통해서 전체 반도체 시장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대만의 OSAT업체뿐만 아니라 대만의 Foundry와 Memory 그리고 EMS까지 넓은 범위를 모니터링하며 시장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포털에서 "4월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 보면 대부분 대만 반도체 산업의 매출 호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의 매출 호조가 뉴스거리가 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시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향후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반도체 경기 순환에 대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8년 말~2019년 사이에 반도체 산업은 다운 스트림을 겪었다. 이후 팬더믹 기간을 거치며 반도체 시장은 파운드리 업체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했지만 현재 누리고 있는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다년간 누적된 월간 매출 변화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압축된 상태로 제공되는 연간보고서나 분기 보고서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을 월간 매출 변화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 산업에 속한 업체들의 매출 변화를 리뷰하기 위해 반도체 업체 38개사의 5년간의 월간 매출액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Foundry(6개사), Memory(2개사), OSAT(20개사), EMS(10개사)로 나눠 해당 분야에 속한 업체들의 매출액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매출 변화를 정리했다. 원화 매출액은 월간 평균 환율의 최종 고지 환율을 베이스로 산출했다. 


-. Foundry : TSMC, UMC, PowerChip, VIS, Novoton, Win Semiconductor

-. Memory  : Nanya, Winbond

-. OSAT : ASE, SPIL, PTI, KYEC, Chipbond, Chipmos, YTEC, Xintec, Vate, FATC, OSE, Tonghsing,

               Etrend, Winstek, Sigurd, Ardentec, Walton, TICP, Lingsen, GREATEK

-. EMS : Foxconn, Pegatron, Quanta, Compal, Wistron Corporation, USI, Inventec,  

              New Kinpo Group, Global Brands Manufacture Ltd, Pan-International Industrial Corp.



대만 Foundry & Memory Wafer 가공업체 매출 변화

 먼저 대만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Foundry 분야를 살펴보자. 지난 4월 TSMC를 비롯한 대만 Foundry 업체들은 9조 원이 넘는 실적을 냈다. 지난 3월과 비교하여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2022년 1월부터 이어진 성장세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모습이다. 또한 TSMC와 UMC가 Wafer 가공 비용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Wafer 가공 매수가 정체하더라도 매출액이 증가하는 구조가 구축되었다. 이미 2020년 중반부터 Foundry 업체에 Wafer 가공 물량을 맡기기 위해 Fabless 업체 간 쟁탈전이 있었던 만큼, 이들은 향후 수년치 주문 물량이 쌓여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Foundry 산업의 이런 거침없는 성장세가 우려스럽다. 2020년 팬더믹 이전 월 매출액 5조 원을 밑돌던 Foundry 산업 매출은 2021년 7조 원을 넘어 8조 원을 터치하더니 2022년에는 9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물론 팬더믹으로 인한 급속한 디지털화와 자율 주행 등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Foundry 산업의 성장세는 전방산업을 압도하고 있다. 만약 전방 산업이 흔들릴 경우, Foundry에서 생산되는 Wafer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하여 생각해 보자. 팬더믹 기간이었지만 각국에서 돈 풀기를 멈추지 않았던 2021년과 각종 대외변수가 복합적으로 터진 2022년, 과연 어느 해의 상황이 더 유리해 보이는가?      

  2022년의 Foundry 산업은 2021년 대비 50%에 달하는 연간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패닉 바잉에 기인했다. 2021년부터 급가속 페달을 밟은 Foundry는 반도체 다운 사이클을 통한 시장 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다. 조정이 지연될수록 반도체 시장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대만의 Memory시장을 보면 2021년 9월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꺾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Nanya의 경우, 4월 연간 성장률에서 마이너스 전환을 했다. 2020년 Nanya를 제친 Winbond는 Specility DRAM의 출하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Memory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Memory 반도체 시장에 대한 내용은 추후에 다루고자 한다.  



대만 OSAT & EMS 월별 매출액 변화

 Foundry와 Memory의 전방산업에 해당하는 OSAT와 EMS의 매출액 변화를 짚어보자. 매출액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Foundry에서 생산되는 Wafer가 증가하고 선단 패키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패키징과 테스트에 대한 위탁 생산 수량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시장 수요에 힘입어 OSAT업체들 역시 2021년 대비 20%가 넘게 매출액이 증가했다. 2020년까지 월 매출액 2조 원을 넘지 못했던 OSAT업체들은 2021년 6월 월 매출액 2조 원을 넘어서더니 2022년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전방산업 둔화로 인해 저가 반도체 패키징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형 업체들의 경우, 이미 3월부터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반도체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매출액에 큰 변화가 없다. 

 2022년 들어 OSAT업체들은 원자재 수급을 줄이며 그동안 쌓아두었던 재고를 소진하고 있지만 Foundry에서 넘어오는 Wafer의 수량이 너무 많다. 그동안의 패턴에 따르면 원자재 재고가 소진될 쯤에는 Wafer 수급량이 줄어들면서 전후방 산업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기존의 패턴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Foundry와 OSAT를 거쳐 막대한 양의 반도체가 생산되고 있지만 정작 최종 고객사 격인 EMS는 4월 중국 봉쇄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봉쇄 지역 인근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Pegatron과 Quatna, Compal의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2021년 중반 여러 변수로 인해 EMS의 매출액(제품 생산량)이 2020년 대비 역성장을 했음에도 해당 기간 중, 반도체의 생산량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OSAT업체에서 패키징을 연기할 수 있는 수량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Foundry에서 Wafer가 쉴 새 없이 밀려들어오는 이상, OSAT는 Wafer를 패키징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제품화된 반도체는 EMS업체를 비롯한 전자 기업들의 창고에 쌓여간다. 이를 반증하듯 2022년 1분기 기준, EMS업체들이 보유한 재고 자산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2021년부터 시작된 상위 고객사의 재고 자산 급증 현상은 비단 EMS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17년 1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여 각 산업 분야의 64개월에 대한 매출 변화를 그래프로 작성했다. 매년 10월경 출시되는 아이폰을 위해 EMS는 7,8월을 기점으로 조립을 시작한다. 연례 빅 이벤트 기간 동안 EMS의 매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12월을 기점으로 빠르게 감소한다. 이 기간 중 사용할 반도체 수급을 위해 EMS보다 한두 달 먼저 Foundry와 OSAT의 매출액이 증가하는 것이 그동안의 패턴이었다.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조립 난이도 상승에 의한 조립 판가 인상으로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해 왔다. 2017년 ~ 2018년 데이터센터용 Memory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연관 업체들의 급격한 매출 변화가 있기는 했으나 건전한 수급 변화가 반복적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팬더믹으로 인해 반도체 수급 이슈가 붉어지면서부터는 반도체 산업의 모든 역량은 생산량 증산에 집중되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증산을 위한 여러 액션은 2021년부터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대한 반도체 산업 전체가 증산을 위해 일제히 속도를 올리다 보니 가속도가 붙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경기 변동으로 인해 최전방에 있는 EMS나 전자 기업의 전자 제품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반도체 생산량 조절에 큰 어려움에 처할 위험이 커졌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매출액 변화를 그래프로 시각화하고 나서야 왜 현재의 상황을 두고 슈퍼 사이클과 다운 사이클로 의견이 나뉘는지 명확해졌다. 공급망의 범위를 Fabless-Foundry-OSAT까지만 한정해서 보면 반도체 산업은 아직도 대세 상승기에 있다. 마치 짐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점진적으로 속도를 올리며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처럼 매출액 그래프는 우상향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망에 EMS를 추가하여 범위를 넓히면 현재 상황은 달리는 트럭을 멈추기 위해 EMS라는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4분기에 EMS 업체들은 후방에 위치한 OSAT업체들에게 반도체 과재고 경고를 통보했다. 전방업체의 경고에 대한 대응 절차에 따라 OSAT 업체들은 2022년 1분기부터 원자재 발주량을 줄여 과다 보유 중인 원자재의 양을 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2019년 다운 사이클과 비교하여 더욱 거대해졌다. 적재량을 늘린 대형 트럭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긴 제동거리를 필요로 한 것처럼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OSAT업체들은 3~4개월의 재고 조절을 통해 원자재 재고를 낮췄지만 Foundry 업체에서 물밀듯이 들어오는 Wafer를 더 이상 적재할 곳이 없다. OSAT업체들은 전방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부득이하게 패키징 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OSAT업체들은 기껏 줄였던 원자재 수급을 다시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까지는 다가오는 7월까지 EMS와 전자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늘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의 다운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Foundry 업체들의 상황을 놓고 보니 현재 반도체 산업의 확장(Fabless to OSAT)은 9월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EMS산업이 디커플링 되면서 대세 하락의 시기를 감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금의 Foundry 업체들은 최소 10개월 이전에 수주받은 Wafer를 출하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반도체 수급 이슈가 절정에 달했을 때, Foundry 업체들은 "주문 취소 불가" 혹은 "취소 위약금 대폭 인상" 조건으로 발주를 받았다. 업체의 규모를 떠나 현시점에서 주문을 취소하는 것은 Fabless 업체 입장에서는 손실이 너무 크다. 이는 Foundry를 통해 Wafer가 지속적으로 출하됨을 의미하며 반도체 수급 조절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함을 뜻한다. 최근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깃이 작년부터 비축한 재고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재고를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는 공산품과 달리 시기를 잘못 잡으면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쉽게 처분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언젠가 반도체 재고가 최정점을 찍게 되는 순간이 오면 반도체 산업에 속한 시장 참여자들이 이로 인한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그동안 두 차례의 반도체 다운 사이클(2008년, 2019년)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을 봤기 때문에 시장이 이번에도 건강한 조정을 통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단순히 조금 높은 파도로 생각했던 이번 다운 사이클은 자칫 대형 쓰나미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Foundry 실적의 고공행진보다 EMS를 비롯한 전자기업의 실적 반등이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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