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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렌 Feb 21. 2020

섹스리스가 괜찮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관심이 없거나.

이상하다.


섹스리스 부부인 상태로 한두 해를 넘겨 잘 사는 여성들은 간혹 저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면 결혼생활 자체가 심각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대체로 여성들의 생각이라는 것이 내 의견이다.


어쩌면 출산 이후 아이가 두 돌 혹은 세 살이 되기까지 기간에 섹스를 조금 멀리한 것이 부부를 어색하게 만들 수는 있고 그게 굳어질 수는 있다. 현상적으로는, 실제로 많은 부부들에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남성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할 경우, 섹스리스는 부부에게 절대로 괜찮지 않다.


저런 경우 미안하지만, 그리고 저질이지만 대다수의 남성들은 다른 곳에서 성욕을 대체한다. 성매매든, 여자들이 있는 술집이든 안마방이든, 혹은 외도이든. 내가 아는 한 대다수의 남성들이 그러했다. 아이 아빠이며 유부남인 사람들 중 '나는 아닌데?'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 사람은 아마도 섹스리스 부부의 남편이 아닐 것이다.(내 경험상 여자보다 다른 무엇/취미가 좋다고 말하는 30대 전후의 남성은 대체로 섹스의 맛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성과 섹스를 해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이 말인 즉슨 스스로도 수컷으로 매력이 없는 남자였다는 것이다.)


섹스리스 부부가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부인이 '남편이 저래도 괜찮다' 내지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에 기반하지 않는 이상 하나도 괜찮은 것이 아니란 얘기다.


당신이 모르는 것이지 괜찮은 게 아니다. 모르는 게 괜찮을 수는 있지만 전혀 괜찮지 아니하다고 보는 게 맞고 그 부부관계는 아직 순탄해보일지 모르나 이미 남여로서 갈라졌고 이제 곧 부모로서 의무를 다 하고 나면 어느 날 문득 같이 살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고 황혼이혼은 따놓은 당상인 셈이다. 그런 부모로서의 역할도 기껏 20년이니까.


결혼제도는, 사실 인류 역사상 인간이 가져본 제도 중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제도이고, 그 중에서도 일부일처제는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동물의 본능에 반하는 제도이다.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단언컨데 그러하다. 교육에 의하여 유지되고, 사회를 안정적으로 지탱하게 위해 만든 제도이고 평화를 위한 제도이지만 전혀 동물적이지 못하다.


그런데 인간도 동물이다.


동물로서 욕구를 억제시키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욕구에 일부 반하더라도 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 노력이란 성적 매력을 유지하고 긴장감을 갖는 것이다.


섹스가 불필요해도 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좋지 않아도 그 제도 안에서 평화를 오래 유지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는 타협도 해야 한다. 여자한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조금 매력적이지 못해도 노력해야 한다. 사실 당신도 별로일 수 있다. 그래, 이는 미안하지만 부부 모두에게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들의 부부는 대체로 관습적으로 결혼을 의무처럼 행해 왔다. 때문에 자식을 낳고 나서의 부부관계나 사랑, 애정에 대해서는 크게 점수를 주지 않고 살아온 경향이 크다. 부모가 키스하거나 애정행위를 하는 것을 평생 한 번 보지 못하고 컸다. 그건 내 자식 대에까지도 영향을 주게 된다.


부부가 부모가 되면 부부로서보다 부모로서 더 비중을 갖고 산다. 이건 사실 바람직하지는 않다.


아름다운 청춘의 몸은 이제 매력이 없고 서로 끌리지도 않게 변하는데 그걸 그대로 둔다. 핑계는 많다. 바쁘다 힘들다... 그래 그 댓가가 바로 서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몸뚱이이고 섹스리스다. 그 대가는 이혼으로 치르게 될 것이다. 남녀가 남녀로서 부부관계를 맺다가 부모로 변하면 그 가치만으로도 20년은 지탱할 수 있겠지만 그 후로는 없다. 베이비부머 이전 시대의 가치와 다른 현대의 가치관에 사회 변화를 고려할 때, 결혼생활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지금 30대인 당신이라면 2060년, 2070년이 지나 100살까지 산다 가정하고 동세대에 이혼하지 않고 배우자 사망시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는 장담컨데 20%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스스로든 상대방에게든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수컷으로서 암컷으로서 더 이상 건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 오해는 하지 말자.


이혼도 방법이고 결혼이 하나의 제도이고 선택이듯, 이혼도 그러하다. 그래도 행복할 수 있다. 나도 안다.


그저, 섹스리스지만 괜찮다고 느끼는 아내라면 그건 본인만의 착각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남자가 건강하다면 그건 전혀 괜찮지 않다. 그는 이미 다른 곳에서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는 뜻에 매.우. 가깝다. 모르니까 괜찮다고 여길 뿐이다. 그걸 착각이라 부른다.


끝으로, 당신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부부로서 그 제도를 받아들이고 유지하고 그게 바람직하다고 여긴다면 아이를, 출산을, 일을 핑계대지 말고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매력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런 냄새를 풍기지 못하고 그저  스스로를, 상대방을 아빠로 엄마로만 여긴다면 사실 굳이 결혼 생활을 한 집에서 한 침대를 쓰고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건 각자 옆집에 살면서도 할 수 있고 각방 쓰면서도 할 수 있다. 이혼해도, 혹은 같이 안 살아도 아빠로서 엄마로서 각자의 의무를 성실히 하는 사람들도 있다. 굳이 남녀로서 사망신고를 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부모로서의 각자의 의무를 행하면서도 성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정신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섹스리스 부부는, 내가 아는 한 둘다 혹은 최소 어느 일방이 어떤 이유에서든 성적 매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걸 괜찮다고 받아들인다면, 할 말은 없다.


오십(제대로 읽자, 사십이 아니다)도 지나지 않았는데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거울 속 내가 그럭저럭 멋져보이지 않다면 당신은 지금 이미 성적 매력을 잃어버린 상태라는 뜻이다. 단순히 몸매 얘기가 아니다. 몸매가 나빠도 그런 상황에서 당당한 사람이 있다. 여전히 성적매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게 무엇에 근거하든, 그 원천이 무엇이든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야 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냥 남들 눈에도 보기 좋고 건강한 몸으로 성적매력을 풍기는 게 차라리(!) 쉽다. 그렇지도 않은데 성적매력을 풍기는 사람이라면 정말이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일 것이다. 특히 매일 24/7을 함께 하는 부부가 볼 것 못 볼 것 다 보는 사이에 남녀로서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는 것은 몸매유지 차원보다 좀 더 상위 난이도의 미션이다. 당연히 내내 이 점을 신경 쓰고 살아야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결론을 말하자면, 섹스리스가 괜찮다는 것은 대체로 혼자만의 착각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당신이 그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미 남편이나 배우자에 대해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고 있거나 남편을 수컷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고 그것은 당신 스스로 암컷의 매력을 상실했거나 그 이유를 굳이 깊게 찾아보는 것이 피곤하기 때문이거나 그 솔루션을 찾는데 이미 실패했거나 크게 피로한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남녀 관계로나 부부 관계로나 전혀 괜찮은 징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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