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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렌 Feb 15. 2021

중고교 운동부 학폭과 일반 학폭은 구분되어야 한다.

기자들이 보도를 외면하는 학교 운동부 학폭의 이해관계

지금 많은 사람들이 배구계의 학폭 사태를 학교폭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석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고 공소시효도 없이, 규정이나 법률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몰아붙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중고교 운동부의 학폭은 일반 학폭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며, 피해자들의 대부분도, 그 부모들도 이해관계자였던 사람들이다. 자녀가 당하면 눈에 피눈물이 나고 복수심에 불타는 게 부모인데 왜 저들 부모는 그 당시에 터뜨리지 못했을까.


이유는 딱 하나다. 뛰어난 학년의 에이스 하나가 동학년의 몇 명의 진학을 책임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 미래를 저 에이스 아이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학년, 더 나아가 학교 에이스가 상급 학교로 진학할 때 패키지로 그 학교 선수 몇 명을 달고 진학하는 것이 무려 대학교까지다. 때로는 전국대회 성적이 바로미터가 되는데 그 전국대회 성적에 학년 에이스가 절대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례로 고교 야구를 보면 에이스 하나가 예선부터 결승까지 연속 등판으로 팔꿈치와 어깨가 작살나도록 끌고 간다. 실제로 졸업과 동시에 부상병동이 되는 일도 흔하다. 경기에 뛰는 선수  숫자가 적은 농구는 말할 것도 없다. 실력이 압도적인 수준에 있는 선수들은 사실 컨디션 난조나 작은 부상 등으로 한두 대회 망쳐도 진학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평범한 선수들은 다르다. 눈에 띄지 않는 그들의 진학은 학교 성적이 전부다. 에이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게 다름 아닌 평범한 선수 부모이고 감독, 코치다. 그 에이스에 내 아이, 나머지 아이들의 미래까지 달렸다고 보는 것이 나머지 선수 학부모들의 시각이다. 그 아이들이 억울함을 풀 수 없게 만든 게 그 부모였을 거라 봐도 무방할 게다.


이걸 단순하게 엘리트 성적주의라고 할 수 있나? 집단 전체의 짐을 에이스에게 얹어놓는 걸? 성적, 기록이 좋고 실력이 좋으면 봐주는 개념이 아니다. 실제로 그 일부 선수, 아니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다. 그 아이가 아파도, 부상이 있어도 대회가 있다면 전체를 위해 희생하게 한다.(당근 없이 채찍만 주고 내 아이도 진학할 수 있게 해줘 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개인종목이 아닌 단체종목에 특히 문제가 많은 이유다. 개인기록 경기는 연중 성과가 충분하지 않아도 쌓아둔 기록이 좋으면 진학에 문제가 없으니 아프면 쉰다. 단체경기 선수는 그게 안 된다. 내 진학이 아니라 동기, 팀 선수들의 진학이 전부 내게 달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평범한 중고교를 나온 이들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학교 운동부 기부금이나 찬조, 직간접적 후원도 모두 그 운동부 성적에서 나온다. 동창회나 동문회에서 들어오는 돈들, 선수단 유지비, 시설 개선의 일부도 모두 에이스에게, 에이스가 끌어내는 성적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 때 그런 학폭을 견뎌내는 것은 그게 피해자인 나의 아이와 그 스스로의 이익, 진학과 미래에 부합, 아니 직결되기 때문이란 거다.


이번 사태는 언론이 대단한 화제로 기사거리를 뽑아대고 조회수 올라가는 것에 신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나, 학교 체육계나, 협회나 구단은 먼저 나설 수 없는 상태다. 과거 고교선수들의 프로야구 드래프트 사태 때의 학폭과 달리 이건 너무 오래 전이고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조사도 이루어지기 전에 너무 많은 기사들이 판박이처럼 양산되서 터져버려서 다들 뇌정지가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잘 아는 그들로서는 이게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수준이니 자기반성조차 시작도 할 수 없다.


만일 당신이 10년 전 학창시절 잘못으로 회사에서 해고 당하고 징계를 받으면 당신은 받아들일텐가?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 모두가 프로이다. 그들이 TV에 나온다고 다른 인성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건 차별을 떠나 당신의 도덕적 무책임함의 대가를 그들에게 덧씌우는 것 뿐이다. 그건 사회 정의가 아니다.


중고교 운동, 아마추어 스포츠계를 취재하는 언론사와 기자들은 이번 일에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건 우리나라 학원 체육의 근본적인 문제이자, 가해자 피해자가 무의미한, 시스템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시절 그들의 잘못을 깨달을 수가 없었다. 아무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당신도 마찬가지다. 그 환경은 그가 슈퍼스타를 떠나 그가 전체를 진학으로 이끄는 구원자인 세계다. 동료들의 미래까지 책임지고 무조건적으로 모든 시합, 전 경기에 나가는 건 특히 일찌감치 진학이 결정된 엘리트들에겐 무의미한 일이다. 


피해자들의 부모가 나서서 화조차 낼 수 없었던 세상에서 한 번도 그게 문제라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본 적도 없을 가해자가 과연 뭔가 깨달을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그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성인이 됐을 것이다. 불가능한 얘기다. 모든 선수들의 부모들은 한 선수 아니, 그 청소년 하나에게 의지하고 경기에 나서고 그 아이 따라 진학이 결정되는데 그깟 을노릇 마다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게 싫은 사람, 학생이나 부모였다면 중학교 1학년 즈음 모두 운동을 그만둔다. 그렇다. 중3만 되도 모두 동일한 입장이 된다. 


멈출 수 없는 학생과 부모들이 중3 이후를 감당하는 것이고, 그 피해자의 부모조차 가해자에 동조하여 내 아이를 방관하고 피해자가 되게 만들었고, 솔직히 지금도 그러고 있다.


지금의 중고등학교 운동부 역시 똑같단 얘기다.


시스템이 그러하다. 진학에 있어서 변한 건 하나도 없다. 지금 잘 나가는 운동선수들과 그 부모들의 대다수가 알게 모르게 똑같은 경험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다.


정신들 차려라. 운동부 학폭은 일반 학폭과 다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운동선수들 중 중고등학교를 다 국내에서 나온 선수들 안 털릴 선수가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히 구분되는 일반 학폭과 운동부 학폭은 결이 다르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똑같다고 하는 게 아니다. 성인 어른으로서, 학부모로서 그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가해자 만을 탓하는 게 불가능할 지경이라는 게 사실이란 얘기다.


저 학교는 쌍둥이네 팀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그 쌍둥이가 쌍끌이로 우리 부 애들, 내 아들과 딸을 진학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고교 전국 대회는 학교 체육시간이 아니다. 내 아이에게 공이 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학을 위한 성적을 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니까 가만 있는 거다. 누가 피해자를 피해자라 할 것이고 누가 방관자를 방관자라 할 것인가. 


(과거 학폭 피해자로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경우, 이 이야기가 제대로 들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일반 학교폭력 피해자가 감정이입을 하면 안 되는 완전히 결이 다른 경우다. 학년 동기들, 학교 전체를 끌어가는 청소년에게 걸린 부담을 상상해보면 그 애들의 스트레스는 이미 한 집안 가장의 그것보다 무거우면 무거웠지 절대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 정상적인 상황 자체가 아니다. 수술해서 꿈쩍도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 아이들은 스스로와 학교 전체를 위해 몸상태와 무관하게 대회에 나가 몸이 부서져라 뛴다. 고교시절 날아다니던 야구, 축구 유망주 선수들이 프로나 대학 가서 부상으로 사라지는 경우, 이런 혹사의 후유증이다.)


기자들아, 언론들아 당신들이 소셜미디어 화제거리나 날라다 쓰는 기레기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학교/학원 스포츠에 대해서 이야기해라. 각 프로스포츠 선수협회에 가서 이 문제에 자유로운 선수 있냐 묻고 익명으로 설문이라도 받아봐라. 과연 학원 스포츠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곳인지 물어봐라. 아니, 물을 필요도 없지. 알면서 침묵하고 기사 조회수나 노리고 기사화 할 대상만 늘어나길 기다리고 있겠지. 몇몇 선수가 더 튀어나오길 기다리고 있겠지. 더 이름값 있고 화제거리 될 선수 없나 하겠지.


내 암만 봐도 언론 늬들이 제일 나쁜 새끼들이다.(늬들이 이렇게 욕하면 조회수니 언론 시스템 운운하겠지, 일개 기자가 무슨 힘이 잇냐 하겠지. 그런 늬들은 성인이고, 쟤들은 청소년이었다. 아무리 봐도 늬들이 제일 나쁜 새끼들이다.)


운동부 내 폭력과 갑질을 일반 학교폭력과 같은 연장선에서 다루어선 안 된다. 어느 종목에서 몇몇 선수 매장한들,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물론 피해자분에겐 의미가 있겠죠.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것도 중요하겠죠. 개인차원에서는.)


언론이, 기자가 양심이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도 국민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지, 프로선수 몇 명 매장 당하게 선동하는 기사들만 써제껴서야 되겠나. 최소한의 직업 양심도 없냐 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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