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0 ~ 09.10 적도 너머에서 배운 것 3
호주의 하늘은 참 맑았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푸른 하늘이 수평선에 맞닿아 있었다. 그곳의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자연을 닮은 여유를 느꼈다.
골드코스트의 서퍼스 파라다이스 비치, 케언즈의 인공 비치 라군,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 해안선을 따라 도시가 이어진 만큼 호주에는 바닷가가 많았다. 바닷물에 반사된 햇빛이 반짝거리고 밀려오는 흰 파도가 해안에 가까워져 부서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모래사장엔 수건 따위를 깔고 누운 사람들이 많았다. 호주에서 햇빛을 쬐다간 태닝이 아니라 피부암과 가까워진다는 말을 들은 탓에 겉옷으로 몸을 덮은 채로 누울 수밖에 없었지만, 따뜻하게 덮인 햇살이 좋았다.
(나는 실내에서 고작 3M 정도 올라가지만) 클라이밍이 높은 곳에 올라가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라면, 다이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었다.
등에 맨 산소통에만 의지한 채 전문 잠수부와 팔짱을 끼고 유영한 바닷속은 입에 문 호수를 놓칠 뻔할 만큼 아름다웠다. 영상에서만 보던 바닷속에 직접 들어가서 물고기와 산호초 주위를 헤엄치는데,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자유였다.
남은 시간에는 스노클링을 했는데, 구명조끼를 입고 수면에 뜬 채로 바닷속에 머리를 집어넣을 뿐인데도 눈앞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프리다이빙을 배워서 다음엔 꼭 맨 몸으로 탐험해 봐야지.
호주 영어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문장을 들으면 왜인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일본어의 "すみません(스미마셍)"처럼 모든 상황에 쓰이는, '괜찮아요'나 '천만에요' 같은 의미의 말이지만, 나에게는 직역한 "걱정하지 마세요"로 들려서 그런가 보다.
허둥대고 헤매다가 실수가 잦은 이방인의 입장에서 "Sorry"에 대한 상대가 괜찮다는 말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조금 더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이번 호주 여행에서 두 번이나 들은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잘해본 적이 없는 내가 원어민에게 영어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신이 나서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할 새도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열심히 뱉어냈던 것 같다.
원어민이 아니니 당연히 잘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부담을 줄여준 것 같기도 하다. 완벽하게 해내기보다 틀리더라도 일단 도전했다. 그렇게 쌓인 경험으로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영어 사용에 꽤 익숙해졌다.
'이민을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호주에서의 삶에 환상을 가진 채로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한 번쯤은 꼭 살아보고 싶은 나라였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의 내가 살고 있는 일상 속에서도 이곳에서 느낀 여유와 여기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딱 맞는 기념품을 발견했다.
바다를 가까이, 걱정은 조금만.
커다란 자연에서 여유를 느끼고, 실수할 걱정보단 시도하는 삶.
내가 여행을 통해 호주에서 남겨오고 싶은 삶의 태도였다.
지연이 잦지만 특가 항공권이 자주 나오고, 10시간 비행으로 유럽이나 미국보단 쉽게 닿을 수 있는 다른 대륙의 나라.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너무 길지 않은 시간 뒤에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은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