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슈즈(pointe shoes) (a.k.a 토슈즈), 말 그대로 발레의 ‘포인트’가 되어주는 슈즈. 포인트슈즈 수업이 진행되면 괜스레 한번 들여다보게 되고 나는 언제쯤 신을 수 있으려나 상상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드디어 포인트슈즈를 신어보자는 선생님 말씀에 신이 납니다. 그.렇.지.만 작품 속 발레리나의 우아한 발끝을 만들어주던 매력적인 슈즈가 왜 막상 나의 발끝에만 오면 애증의 관계가 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상상 속과는 너무 멀고 매 수업, 모든 동작이 난관입니다.
아니, 사실 신기도 전부터 난관에 봉착합니다. ‘천 슈즈 고르듯 내 발 사이즈만 맞으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첫 구매를 시도하기 때문이죠. 포인트슈즈는 특수화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많은 브랜드, 그 안에서도 다양한 슈즈 모델, 또 그중에서 나의 발 모양과 맞는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어찌어찌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하나의 슈즈를 고른다 해도 두 번째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냥 사서 바로 신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 발에 맞게 또 손질을 해야 합니다. "도대체 왜? 내 발에 ‘맞는’ 슈즈를 고른 건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선생님의 조언대로 이리 꿰매고 저리 만지며 손질을 하죠. 우여곡절 끝에 이제 드디어 직접 신어볼 차례지만 고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발의 이질감에 당황스러움이 느껴지고 아픔을 이겨내며 움직여야 합니다.
어떻게 신는 건지 알려주실 분...?
처음 신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욕심이 나던 신발인데,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막상 신어보니 내 마음 같지만은 않습니다. 마치 내 발끝에는 딱딱한 나무를 덧대어놓은 것만 같죠. 그런데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약 25cm의 발로 매일 땅을 디디고 서있다가 한순간에 약 3cm에 불과한 바닥으로만 서서 춤을 춰야 하니까요. 또한 포인트슈즈가 어떤 용도로 시작되어 어떤 기능을 하는 특수화인지 정확한 이해 없이 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인트슈즈는 기본적인 천 슈즈와 달리 어느 정도의 기본기와 관련 지식을 갖춘 사람이 신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번 겸손한 마음으로 연습해야 하죠.
그러나 누구 하나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으니 눈치껏 배우고 어설픈 지식 때문에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전공생들마저도 정확한 포인트슈즈 착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사실 포인트슈즈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어로 불리는 동작의 정확한 의미와 역할, 작품 속 캐릭터의 이해와 표현법 등 발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는 정말 많은데 그와는 상관없이 그저 팔다리만 움직이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솔직히 발레 애호가이자 전공자로서 많이 속상했습니다.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은 이렇게나 많은데 제대로 된 의미와 기능조차 모르고 있다니요!
그래서 직접 포인트슈즈를 신어보고 발레를 배우고 공부한 사람으로서 발레 가이드북(?)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적이고 깊은 내용보다는 발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가벼운 참고서 느낌 정도로 접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요. 포인트슈즈 외에도 발레와 관련된 다양한 작품, 발레단, 무용 용품 등에 대한 정보를 드릴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여하튼 서두가 길었지만 결국 이 글을 왜 쓰는지, 여러분은 왜 읽으셔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시간과 노력, 무엇보다도 몸은 소중하니까요. 최근에는 취발러(*취미 발레 + er: 취미 발레 하는 사람)도 전공생 못지않은 열정으로 춤을 추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이 전공생은 물론 취발러의 건강한 발레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신는 건지 알려주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