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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lare J Mar 11. 2020

포인트슈즈, 그리고 +α

 기본기를 갈고닦아 드디어 포인트슈즈를 마주했지만 준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무슨 패드, 본드, 실 같은 보조 용품도 필요하답니다. 그럼 그렇지. 무작정 맨발을 끼워 넣고 화려할 수는 없나 봅니다. 한편으론 생각지도 못한 지출로 이어질 수 있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죠. 아무리 발레가 장비빨이라지만 생각보다 많은 보조 도구를 모두 살 수도 없으니까요. 발레 입문자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처음부터 포인트슈즈를 사기 전에, 어떤 보조 도구가 있고 왜 필요한지도 알려주었다면 당황하지 않고 최소한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말이죠.  


 발레는 여러모로 공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포인트슈즈도 그러하죠. 포인트슈즈의 기능과 구조를 알았다면 다음 단계는 보조 용품입니다. "취발러(취미발레+er)도 자세히 알아야 하나요?"라고 물으신다면, 네. 아셔야 합니다. 어깨너머로 다른 이의 발을 보며 ‘음… 대충 이렇게 쓰는 건가’ 하고 따라 하다가는 자칫 어설픈 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각각 도구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나에게 요긴하게 쓰일 물품만 쏙쏙 골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우리의 포인트를 다듬어줄 보조 용품에 대한 내용입니다.



* 토씽, 토 패드 (toe pad) 

포인트슈즈 ≠ 발

 포인트슈즈와 무용수의 발 사이에서 쿠션 기능을 하는 패드입니다. 발가락을 보호하고 충격을 흡수해주는, 포인트슈즈의 중요한 구성품이자 옵션이죠. 토 패드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포인트슈즈 ≠ 발’이기 때문이죠. 포인트슈즈는 어느 정도 정해진 틀과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발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정형의 발을 딱딱한 박스 안에 넣으면 발과 슈즈가 닿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뜨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포인트를 서게 되면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 때로는 심한 압력이 느껴지겠죠. 다시 말해, 포인트슈즈 형태와 발 모양이 달라 공간 차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때, 그 차이를 줄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토 패드입니다. 


 최근에는 실리콘, 젤, 양털 등 다양한 재질에 사이즈, 모양, 부드러운 정도까지 토 패드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발가락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미니 토 패드로 있지요. 따라서 포인트슈즈 못지않게 토 패드를 고르는 것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발마다 특징이 너무나도 달라 ‘좋은’ 토 패드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잘 맞는’ 토 패드는 발가락이 꽉 조이지 않으면서 신었을 때 어느 정도 바닥이 느껴져야 합니다. 발의 감각을 제대로 느끼기 위한 옵션이 오히려 움직임에 방해를 주어서는 안 되니까요. 추가로 포인트슈즈를 신고 많이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체온이 올라가고 땀 분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염증 예방을 위해 통풍이 잘 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양한 재질의 토 패드 ( *카페지오 홈페이지 캡쳐)
미니 토 패드 사용 예시


* 하드너 (hardener), 접착제 

 포인트슈즈의 약화된 부분을 보강하고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접착제를 활용합니다. 포인트슈즈의 핵심은 토 박스와 섕크입니다. 토 박스라는 뼈대 위에 섕크가 마치 척추처럼 중심을 잡아주죠.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은 토 박스와 섕크 모두 발에 길들여지는 순간부터 구조적으로 약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래 신을수록 발의 땀과 외부 충격에 의해 물러지죠. 그래서 약화된 부분을 단단하게 보강하여 조금 더 신을 수 있도록 주로 토 박스, 섕크, 내부 밑창 등에 하드너를 바르기도 합니다.


* 플랫폼 패드 (platform pad) 

 무대 바닥과 직접 닿는 플랫폼의 관리는 중요합니다. 지속적인 마찰로 인해 쉽게 헤질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뼈대가 되어주는 토박스에 불필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일반적인 신발이 더러워지고 닳았다면 세탁하고 신발 굽을 갈겠지만 포인트슈즈는 세탁기에 돌리고 굽을 교체할 수 없는 특수화입니다. 따라서 계속된 접촉으로 생길 수 있는 마모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 패드를 부착합니다. 또 얇은 새틴으로 싸여있는 플랫폼이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에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붙이기도 합니다. 

좌 : 닳은 포인트슈즈의 플랫폼 (photo by Melalouise on Flickr) / 우 : 플랫폼 패드 (*이발레샵 홈페이지 캡처)


* 발레 슈즈용 실

발레 슈즈용 실, 바늘 (* 이발레샵 홈페이지 캡처)

 왁스 처리된 발레 슈즈 전용 실입니다. 포인트슈즈는 무용수의 발에 맞춰 토박스, 섕크를 길들이고 리본, 밴드를 직접 달아야 합니다. 또 안정감 있는 자세를 위해 슈즈의 단단한 앞부분을 직접 꿰매고 보강하기도 하죠. 이때 쉽게 끊어지지 않는 실과 튼튼한 바늘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바닥에 눌리고 마찰이 생기는 포인트슈즈 특성상 일반적인 실은 아무래도 약할 수 있겠죠. 또한 단단한 표면을 튼튼하게 지지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발레 슈즈 전용 실을 사용합니다.



 이외에도 오염을 방지하는 포인트슈즈 커버, 마찰력을 높여주는 밑창 브러시와 휴대용 송진 스프레이 등 꽤 다양하고 많은 보조 용품이 있습니다만, 모두 말씀드리기엔 어려움이 있어 두루 쓰이는 물품 위주로 정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 이 보조 용품들의 필요성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꼭, 무조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죠. 누군가에겐 유용한 플랫폼 패드가 내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구매하기보다는 각각의 도구들이 나에게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의 통장은 소중하니까요.



[참고]

김수연.『발레 포인트 슈즈의 시대적 발달사』. 한양대학교대학원 무용학과 석사학위논문. 2008

이발레샵. www.eballetshop.com

카페지오. www.capezio.co.kr 

perfectfit pointe. perfectfitpointe.com


여기저기서 직접 경험하고 읽고 배운 내용들을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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