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일어나 여행용 대형 캐리어 2개를 바예나 트렁크에 밀어 넣고 김포공항으로 달렸다. 늦을까 싶은 마음에 이른 시간에 출발한 탓에 공항 입점 가계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시간이 넉넉해 별 탈 없이 김포와 간사이 공항의 출입국 심사를 무사히 끝내고 숙소로 향할 전철 티켓팅을 알아봤다.
난카이 난바역에서 홀로 폰 삼매경에 빠진 동동
난카이 난바 역에서 숙소로 이동
간사이 공항에서 난카이 난바 역으로 향하는 전철 창밖으로 오사카 근교 풍경을 감상했는데, 고층 아파트와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 주택이 대세인 서울과는 달리 낮고 아담한 복층 주택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난카이 난바 역에 도착 후 숙소 방향으로 출구를 찾아 나가는 것이 조금 힘들었는데, 미로를 헤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바 파크스(Namba Parks) 쇼핑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단 숙소로 향해 20분 이상 걸었다. 어차피 거주지에서는 무심코 지나쳤을 별것 아닌 풍경도 유심히 살피는 것이 여행의 기본이라 조금 생소한 거리를 구경하다 메이드복 차림의 여성을 보았다. 숙소로 가는 골목에 유독 많았는데 아마도 근방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는 분인 듯싶다.
숙소에 도착 후 한 컷 그리고 숙소로 돌아갈 때 한 컷!
온야도 노노 난바 내추럴 핫 스프링
온야도 노노 난바 내추럴 핫 스프링(Onyado Nono Namba Natural Hot Spring)은 도톤보리에서 가까운 일본 전통 다다미방 스타일의 료칸(旅館)을 적용한 호텔이다. 천연 온천이 있는 숙소인 이곳은 도톤보리와 쿠로몬 시장으로 도보 이동 가능한 거리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은 닛폰바시 역이 가장 가깝고 난카이 난바 역에서도 10분 정도 걸린다.
오사카 중심지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숙소 내 와이파이가 아이폰을 외면한다는 기현상을 빼고는 딱히 단점은 찾기 힘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기술적으로 가능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안드로이드는 전층에서 와이파이가 잘 잡히나 아이폰은 저층에서만 터짐) 그런데 천연 온천이 조금 은은하다고 해야 하나, 내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 온천은 이곳에 비해 아메리카노에 샷 하나 추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쿠로몬 시장에서 먹거리를 고르는 중
쿠로몬 시장(黒門市場)
숙소에서 급하게 짐 정리를 하고 쿠로몬 시장으로 향했다. 남대문 시장쯤 생각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는데 바다가 가까운 도시라 그런 것인지 새우나 게 종류의 해산물 간편식이 많았다. 정신없이 둘러보다 일행이 배고프다고 해 마침 구경하던 가게에서 쇠고기 꼬치를 주문하고는 실내로 들어갔다. 물론 3,000엔이란 가격표를 제대로 확인한 사람은 나뿐이었고, 이미 주문이 들어간 상태.
남대문 시장에 와서 12,000엔 주고 꼬치 4개를 먹는 일본 관광객이 있을까 싶지만, 고베 쇠고기라는데 대충 횡성 한우를 꼬치에 끼운 맛이다. 하여튼 이번 여행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비싼 음식 되시겠다.
펌프질에 진심인 동동과 호젠지 풍경
호젠지 요코초(法善寺横丁)
이후 도톤보리를 향하는 길에 돌바닥이 깔린 좁은 호젠지 골목을 걸었다. 호젠지(Hozenji)는 난바에 위치한 정토종 사찰이다.(사찰이라기보다 암자 정도의 크기) 소원을 빌며 계속 물을 끼얹어 지금의 초록빛 이끼로 덮인 불상이 되었다는데 작고 아담한 곳이었다. 동동이는 다른 것에는 무관심했고 오직 재래식 수동 펌프에만 진심이었다. 떠날 때까지 계속 펌프질만 했다.
'천일전'이란 현판이 보이는 센니치마에 거리
센니치마에(千日前)
센니치마에는 도톤보리 동남쪽에 있다. 숙소에서 도톤보리 가는 방향으로 길 건너면 바로 보이는데, 대충 지붕 있는 쇼핑 아케이드 거리라고 보면 된다. 이곳저곳 구경하며 아케이드를 걷다 보면 지붕 쪽에 아기자기한 현수막이 많아서 좋았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이런 부분이다.
에비스 다리에서 글리코사인과 에비스 타워가 보인다
도톤보리(道頓堀)
호젠지 골목 근처의 이곳저곳 둘러보며 도톤보리 쪽으로 향했다. 먹거리며 선술집이 가득한 곳이라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타코야키 노점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오사카의 도톤보리에는 재미있는 간판들이 많았는데, 특히 게 전문점 같은 경우는 거대한 움직이는 게 간판이 있었다. 에비스 다리에 올라 유명한 글리코사인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대관람차가 있는 에비스 타워(에비스 맥주 레이블 때문에 익숙함)를 둘러보았다.
에비스 다리에는 눈에 띄는 복장과 화장을 한 어린 여성이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낮 시간이라 그나마 적은 편이라고, 과거 신림역에서 보던 낯익은 풍경이다. 도톤보리는 오사카를 떠날 때 돈키호테와 이치비리안도 들를 겸 다시 올 예정이라 전반적인 풍경만 눈에 넣어두고 숙소로 향했다.
쿠시카츠 다루마와 또 다른 가게 모습
쿠시카츠 다루마(串かつ だるま)
오사카에 가면 쿠시카츠를 먹고 싶다는 몽몽이의 바람이 생각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쿠시카츠 다루마 호젠지점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오사카 명물이라는 쿠시카츠(串かつ)는 채소나 고기 같은 재료를 꼬치에 끼워 튀긴 후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쿠시카츠가 탄생한 1929년에 저임금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그나마 쿠시카츠가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이었던 것 같다. 직접 보면 왜 소스에 한 번만 찍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요즈음은 개인별로 소스를 덜어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우리가 노점상 어묵을 먹을 때와 동일한 이유)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쿠시카츠 다루마를 떠나 숙소로 돌아올 적에 편의점에 들러 주류 및 간편식을 샀다. 코로나 판데믹의 영향인지 계산할 때 손님이 직접 현금을 입금했고,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현금 계산이 일상이었다.
여행 기간 중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를 주로 이용했는데,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탓에 입에 맞는 도시락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마도 국내 편의점에 도시락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이야기였던 듯. 그래도 잘 고르면 맛난 게 가끔 있는데, 연어와 생선이 들어간 도시락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궁금했던 와인의 가격이나 종류는 국내 편의점 보다 딱히 낫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하긴 여행객들이 많은 동네니 그럴 지도, 여행지까지 와서 누가 와인 퍼마시겠냐고). 그래서 식당에서는 주로 정종이나 하이볼을 마셨고 숙소에서는 증류주를 사서 레드불을 섞어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