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가이드 아저씨가 틀어놓은 대만 노래를 흥얼거리며,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주즈후로 향했다.
제발, 제발 비가 더는 오지 않길 바랐는데…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태풍급 비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가이드는 먼저 주즈후 앞 식당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하지만 그곳은 대부분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한 대용량 메뉴만 팔고 있었고, 내가 먹을 수 있는 1인분 단품 요리는 없었다. 다행히 아까 핫도그를 먹었기 때문에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가이드 아저씨께,
“저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실게요. 문제 생기면 라인 드릴게요.”라고 말한 후, 단독 행동을 하기로 했다.
카페로 향하는 길.
거리 곳곳에는 카라꽃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날씨는 최악이었지만, 꽃은 너무 예뻤다.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라테를 한 잔 주문했다.
바람이 너무 거세고, 비바람이 얼굴을 때릴 정도였기에, 따뜻한 라테가 정말 생명수처럼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카페 사장님이 다가오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 겉옷은 왜 없니?”
나는 얇은 카디건 하나만 입고 있어서 멋쩍게 웃으며,
“이게 겉옷인데요?”라고 대답했더니, 사장님은 깜짝 놀라며,
“너 감기 걸려!!! 우의 사 입어야 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게 바로 우비 영업인 건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바깥 날씨를 다시 보니, 정말 우의를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장님 추천대로 우의를 한 벌 사 입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타이베이 메인역 지하상가에서 예쁜 걸로 하나 사둘 걸. 아쉬웠다.
이 비바람 속을 뚫고라도, 내가 이 꽃을 보겠다고 여기까지 오다니!
추운 날씨 탓에 잠시 '괜히 왔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하얗고 동그란 카라꽃을 보니, 그런 마음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꽃밭 입구에서는 주인들이 입장 요금을 받고 있었다.
꽃 6송이 + 사진 촬영 패키지는 100 NTD
사진 촬영만은 50NTD
나는 50NTD를 내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솔직히 입구 쪽만 꽃이 예쁘고, 안쪽은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 그래도 이미 들어왔으니 신나게 구경했다.
생각했던 투어와는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양명산 주즈후에서 카라꽃을 잔뜩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비를 쫄딱 맞으며 꽃을 보는 여행을 하겠어?
지나가던 분께 자연스럽게 사진을 부탁드리게 되었고, 서로 번갈아가며 찍고 찍어주다 보니
이 상황이 웃겨서 계속 웃음이 터졌다.
카라꽃을 정말 원 없이 구경했다.
비록 온몸이 비에 젖어, 조금 추웠지만,
그래도 카라를 봤으니 대 만족스러웠다!
꽃구경을 마친 후, 서둘러 차량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싱가포르 커플들과 잠시 수다를 떨다가… 또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양명산에 오고 싶다.
그때는 꼭, 맑은 날씨 속에서 카라 꽃밭을 걷기를...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오늘의 양명산 주즈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