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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Jul 23. 2023

냄새수집가

분명 냄새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발굴해 내는 능력이 있다


후각은 유독 기억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언가를 들었을 때나 보았을 때에는 객관적인 사실로서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후각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트리거가 되어 나를 아주 쉽게 과거로 돌려보낸다.


언젠가 지하철역을 지날 때, ‘델리만쥬’ 냄새를 맡은 적이 있다. (아마 지하철역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은 그 냄새에 익숙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길고 긴 고속도로의 사이에서 나에게 허락된 일탈이고 기다림의 보상이었기 때문일까, 역을 지나치면서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나는 아주 가볍게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딘가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무언가를 맡았을 때에는 과거에 맡았던 그 냄새의 기억을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기억의 서랍을 찾아가게 된다. 서랍 속의 기억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그것에 이름표를 달아준다면 나는 망각되어지는 기억들을 다시 꺼내어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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