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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의 밤 Dec 24. 2022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 중 가장 대견한 것

셰어하우스에서 수면 교육하기


이 작은 아이를 가지고 자랑거리를 삼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별 볼 일 없는 일이겠냐만은

그럼에도 아이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대견할 때는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을 때이다.


잘 먹고 잘 싸고 혼자 놀고 뒤집고. 이런 사소하고 단순한 것들. 그중의 제일은 역시 혼자 잠드는 것이다.


최근엔 보니가 혼자 잠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제 만 6개월이 된 보니를 지금까지 안아서 재웠는데 요즘 현명한 부모들은 다들 수면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인듯하여 …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면 부끄럽고 덜 성숙한 부모가 된 기분도 들었다.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일단 셰어하우스를 하니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아이를 방에 눕혀두고 나오는 방법‘ 등은 실천해보기도 전에 포기.

(남는 방이 없어!!!)

게다가 결정적으로 보니는 신생아 시절부터 울음소리가 어마어마하게 큰 아이였는데(물론 지금도)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압도적인 데시벨로 울어재꼈다. 특히 배가 고프거나 졸릴 때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울어서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무튼 지금까지 태어난 6명의 아이들 중에서 울음소리로는 단연코 1등이다. 그러다 보니 울기 시작하면 안아서 달래기 바빴다.

사실 몇 번 누워서 재우기를 시도해본 적이 있었는데 시댁에서 1박 하고 온 날 리셋, 또 여행을 가서 잠자리가 바뀐 날 리셋이 되니 습관을 만드는 것이 보통 쉽지 않았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지금까지 미루다가 ‘이제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며칠 전부터 수면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거창하게 시작한 것처럼 썼지만 …… 사실 어느 날 그냥 보니를 침대에 눕혀놨더니 잠이 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만든 계기가 아니라 보니가 만든 날이 시작점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이 3일 째인데, 불을 끄고 좁쌀 이불을 덮어주면 혼자 칭얼거리다가 다시 잠드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신기하고 대견하다.

밥을 잘 먹고 잘 노는 것과는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특함을 느낀다.

혼자 잠이 드는 법을 몰라 칭얼거리고 울 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한 부모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 혼자서 그 방법을 알아간 것이 무엇보다 고맙다.

육아를 하다 보면 이런 당연한 것들이 기적 같고 마법 같고 선물 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이러다 또 어느 날은 다시 도루묵이 되는 날이 있겠지.

패턴이 깨지고 컨디션이 나빠 품에 안겨 울며 불며 자는 날이 있겠지.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믿게 되는 한 가지는 아이에게 새겨진 ‘무엇’은 분명 어딘가에 남는다는 것이다.

그 믿음 때문에 하루하루 작은 흔적들을 만들고, 모래들을 모아 탑을 쌓는다.

여러 번 무너지고 수포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가 함께 노력한 시간들은 아이가 끝끝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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