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서포터, 햄스터

2살 하고 5개월 차

by 밤비

인트로

맨 처음 주에서 주로 혼자 장거리 이사를 했을 당시, 나는 룸 렌트를 해서 살았었다.

가져온 짐 자체가 많이 없었기도 했고, 불가피하게 짐이 늘어나는 것도 싫었고, 이 도시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이며 졸업 전이라 들어오는 돈도 없었기 때문에 가격이 싼 룸 렌트는 일시적으로 살기에 적격이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유학생이라면 이 정도는 정말 흔한 일이라 나는 거리낌이 없었다.


첫 만남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상황이 좀 나아진 나는 혼자 살 아파트를 계약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완전한 독립이었다.

나 혼자만의 공간이 너무도 어색했으며 그 적막함 또한 이상했다.

필요한 가구들도 가볍고 가성비 있는 것들로 최소한으로 주문했다. 이곳에서 얼마나 살지 모르는 것에 대한 대비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혼자 있으려니 적적하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이제 완전한 1인 가구가 된 나는 언제든지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설레었다.


그 길로 바로 다음날에 펫스토어에 가서 장모 시리안 햄스터를 입양받아왔다.

그게 우리 코튼이 와의 첫 만남이자 인연의 시작이었다.

20210512_232634.jpg 첫날의 우리 코튼이 정말 아가아가 했다.
20210802_234731.jpg 데려오고 3개월 지났을 때인데, 아직도 아가아가한 얼굴이다.


새로운 케이지

그 뒤로 몇 개월 후... 코튼이가 어느 정도 몸이 자라고 성체가 되니, 원래 살던 케이지가 작아 보였다.

그리고 자꾸 탈출을 시도했고 실제로도 몇 번 성공을 해서... 이렇게 새벽에 자다 깨서 옆을 보면 코튼이가 있던 때도 있었다.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20211009_064855.jpg 탈출 성공한 코튼

그 뒤로도 탈출해서 혼자 집구석구석을 돌아다니질 않나, 베이스보드랑 종이를 갉아 놓지를 않나, 장모라서 털에 베딩이 붙어있는 채로 탈출해서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베딩을 하나하나 떨어뜨리며 돌아다닌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질 않나! 어이가 없었지만 귀여웠고 재미있었던 추억들이다.


하지만 얘를 이렇게 계속 탈출하게 둘 수도 없었고, 더 큰 집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던 나는 많은 검색 끝에 거금을 들여 새로운 케이지를 주문했다.


성인남자가 들어가서 다리를 펴고 편안히 앉아 있을 정도로 큰 크기의 케이지를 주문했다.
20211128_220404.jpg 미모의 코튼 씨

코튼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반년만이었다. 이렇게 새 집으로 옮겨주고, 집이 넓으니 큰 모래존, 노즈워크존, 그리고 6실 미로룸까지 둬도 자리가 넉넉했다. 사휠 사이즈 챗바퀴까지 두 개를 놔주니까 코튼이가 아주 신나 보였다. 햄집사로써 아주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밤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는지 흔적을 보는 것 또한 내게는 뿌듯함과 기쁨이었다.


첫 번째 생일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코튼이의 첫 번째 생일이 되었다. 물론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데려올 당시 생후 3주에서 한 달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집에 온 날을 기점으로 일 년이었다.

20220508_213100.jpg 정말 fluffy 그 자체다.

코튼이는 데려올 당시부터 재채기를 달고 살았지만, 그거 빼고는 건강했다.

재채기를 어떻게 멎게 해줄까 싶어서 Vet도 두 차례나 방문을 했었지만 수의사는 두 번 다 별 문제가 없이 건강하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약도 처방받아 꼬박꼬박 먹였지만 재채기는 없어지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흘러 반년이 또 지나고

20221218_231543.jpg 1살 6개월의 코튼


두 번째 생일

두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코튼이는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가지고 왕성히 돌아다니며 놀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조금 눈에 띄었던 것은 체구가 조금 작아졌다는 것과 서서 물 마시는 것을 좀 힘에 부쳐했다는 것. 그래서 급수기도 내려주었다.

20230510_201549.jpg 그냥 작은 아가인데, 벌써 2살이 된 코튼

두 살이 된 후로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코튼이 자체가 어릴 때부터 워낙에 순해서 물지도 않고 손에서도 잘 있었는데, 나이 드니 더 순해진 느낌이었다.

나는 하던 대로 밥을 주고 케이지를 청소해 주고... 여전히 밤에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심리적 안정을 느끼고 아침엔 얼마나 놀았나 보는 것이 나에겐 기쁨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더 흘러서...


2살 5개월

코튼이는 눈에 띄게 체중이 줄었다. 나이가 있으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8월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고 마음은 쓰였지만 열심히 놀고먹는 것은 여전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코튼이가 이상하게도 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서 봤더니 상태가 이상해 보였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설사를 한 흔적이 있어서 아침부터 헐레벌떡 닦아주고, 탈수 오지 말라고 물에 소금이랑 설탕도 타주고, 전에 동물병원에서 받아온 항생제도 먹이고, 따뜻하라고 병에 데운 물을 넣어서 케이지에 넣어줬다. 시시때때로 일반 물도 먹이고, 밥도 곱게 갈아서 물이랑 섞어 부드럽게 만들어 먹여주었다. 웻테일에 쓰는 항생제도 주문해서 먹였다.

아프니까 입이 짧아진 건지, 주는 대로 받아먹기는 하지만 한 번에 많이 먹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 시간 간격을 두고 조금씩 먹였다. 삶은 계란이 생각나서 잘게 잘라 조금씩 줘봤더니 그건 또 좋아하고 잘 먹더라.


하지만 이게 웬걸, 웻테일이 끝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코튼이 가슴 쪽에 종양이 있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동물병원에 가도 수술은 할 수 없을 테고... 햄스터는 종양이 잘 생기는 동물이기에 나이가 들 수록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아무리 생각을 했었어도 마음이 아프고 울적해지는 것은 별개였다. 왜 나는 빨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싶었고 더 유심히 볼걸 후회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휴가를 냈을 때 발견 했다는 것과 휴가동안 집에 붙어서 간호를 해줄 수 있다는 것. 그 덕인지 코튼이가 조금씩이지만 처음보단 기력이 생긴 느낌이라서 아침에 약, 물, 밥을 먹여주고 출근을 하게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