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에 없는 일들을 왜 하고 있을까?
매일 아침 우리는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팀원들과 협업하고, 맡은 일에 몰입합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 모든 건… 어디에 쓰여 있었던 거지?'
근로계약서에는 없었습니다. 누군가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기대를 짊어집니다.
'이 정도는 회사가 원하겠지', '직장인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그런데 그 '당연함'의 풍경이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MZ세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관리자들은 말합니다. 회식보다 혼자가 좋고, 승진은 부담이며, 눈은 늘 바깥을 향해 있다고 말입니다.
정말, 세대의 문제일까요?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회사와의 관계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회사 역시 더는 예전처럼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약속이 선명했습니다. 잘하면 승진했고, 충성하면 보상받았습니다.
위기엔 함께 버티는 게 '조직의 미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승진은 선물이 아니라 부담처럼 느껴지고,
회사는 더 이상 내일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약속을 우리는 심리적 계약이라고 부릅니다.
"이번에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는데, 당연히 인정받겠지?"
"야근과 특근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회사도 날 지켜주겠지?"
"업무 시간 외에는 연락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누가 나를 앉혀놓고 약속하자 한 적은 없지만, 조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대와 의무들입니다.
회사에서의 규범, 조직 분위기, 상사의 행동과 동료의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규칙,
이것이 심리적 계약입니다.
문제는, 이 약속들이 '말하지 않는 약속'이라는 점입니다.
변해도 알기 어렵고, 어긋나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불편함은 쌓이지만, 원인을 짚기는 어렵습니다.
이 변화는 일터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부업 플랫폼 '커리어데이'에 등록된 국내 4대 대기업 직원만 4,600명에 이릅니다.
단순히 부수입 때문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자신 안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가능성, 이 직장이 아니더라도
나의 가치를 확인할 기회를 시험해 보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경력 개발을 위해 회사 밖의 전문가에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습니다.
담당 직무라면 직장 선배에게 노하우를 구할 만도 한데, 회사 밖에서도 통용되는 업계 고수를 찾는 것입니다. '평생직장'이란 말이 힘을 잃은 자리에, '평생 경력 관리'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심리적 계약이 이행되고 의무와 기대가 충족되면 우리는 몰입과 만족을 느낍니다. 그러나 어긋날 때는 실망을 넘어 냉소와 배신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과 규칙이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회사와 어떤 심리적 계약을 맺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약속을 맺기를 원하는가?"
익숙하던 규칙은 사라졌고, 당연하던 약속은 낯설어졌습니다.
- 우리 회사는 좋은 복지와 공정한 성과관리 제도가 있는데, 왜 사람들은 떠날까?
- 회사와 개인 간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 바뀌었는데, 나는 그걸 인식하고 있었을까?
- 세대 갈등처럼 보이는 현상은 사실 어떤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걸까?
- 지금 이 회사에서 버텨야 할까, 떠나야 할까?
이 질문들의 답을 지난 25년간의 데이터(외환위기 직전부터 코로나 팬데믹 직후까지)와
현장 이야기 속에서 찾아보겠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오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실망은 단순히 세대 차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약속이 바뀌었는데, 우리가 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약속을 다시 읽는 법을 알면, 오늘의 답답함도 내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약속의 변화는 이제 회사에도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도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