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이 느린 진짜 이유
오늘 아침 링크드인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많은 대기업이 클로드 코드 같은 외부 AI 툴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많다.
보안 검토, IT 승인, 부서장 결재... 결국 외부 AI를 못 쓰는 이유는 보안도 있지만, 솔직히 그냥 시간이 없다.
어차피 회사가 생각이 있으면 언젠간 도입하거나 폐쇄형으로 구축해 주겠지.”
그런데 글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진짜 AI가 내 일을 다 해준다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일단 주변 동료나 선배한테는 말 안 하고 나 혼자 먼저 쓸 것 같다."
더 흥미로운 건, 이 글이 AI와 거리가 먼 사람이 쓴 푸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분야를 아는 사람조차 “기다리자”와 “먼저 쓰자” 사이를 오갑니다.
올해 초 맥킨지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습니다. AI 도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인데, 결론이 꽤 도발적입니다.
"직원들은 준비됐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직원들은 이미 AI를 쓰고 있습니다. 리더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그런데 성과는 잘 나지 않습니다. 맥킨지의 진단은 리더들이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조직의 공식 채널 밖에서, 개인 핸드폰으로, 조용히.
그런데 조직은 아직 그 변화에 걸맞은 관계의 언어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AI를 쓰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가. AI로 바뀐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교육은 누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조직은 아직 답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 아직 약속하지 않은 겁니다.
약속을 쓰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약속을 쓰는 순간 지켜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AI 교육을 지원하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예산과 제도가 따라와야 하고, “역할을 재정의하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평가와 보상 기준도 손봐야 합니다.
모호함은 리더를 보호하는 방패이자, 오래된 전략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호함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그 변화가 조직을 향하지 않습니다.
조직이 새로운 약속을 쓰지 않으면 — 직원들의 AI는 계속 조직 밖에서, 개인의 생존을 위해 작동할 겁니다.
맥킨지는 "더 빨리 움직여라"라고 말합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읽습니다.
속도보다 먼저 필요한 건 언어입니다.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관계의 언어. 조직이 직원에게 건네는 새로운 약속입니다.
그 약속 없이는,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직원들은 계속 혼자, 조용히, 자신을 위해 움직일 겁니다.
참고문헌
Mayer, H., Yee, L., Chui, M., & Roberts, R. (2025). Superagency in the workplace: Empowering people to unlock AI's full potential. McKinsey &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