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콩 Oct 10. 2023

나의 장롱면허 탈출기 ②

“아니, 여기서 왜 브레이크를 밟아요? 밟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

“아니요,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몸이 맘대로 움직여요.”


천사 같던 강사의 목소리가 연수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연거푸 “죄송해요”, “죄송해요”를 외치며 운전을 했다.


>>이곳에서도 볼 수 있어요.

[나의해방일지]_나의 장롱면허 탈출기! ② > 뉴스 | 디지털에듀 (kedu.news)





뭐 처음부터 죄인 모드였던 건 아니다. 차선을 변경할 때나 빨간불에 멈추어야 할 때, 생각보다는 유연하게 차를 움직여서 강사분께 칭찬도 받았다.


“멀미 나게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강사의 칭찬에 나는 조금 안도했지만, 그것도 잠시.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차를 길의 중앙에 놓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더 와야해요. 오른쪽이요~ 아니, 왜 자꾸 왼쪽으로 붙냐고요!”

“아니, 제 느낌으론 자꾸 오른쪽으로 붙는 것 같아서요.”


몇 번이나 핸들을 잡아주던 강사가 목 뒷덜미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식은땀이 나는 모양이었다. 



아니, 내가 달리 운전 초보인가, 그런 감이 없으니까 왕초보 아니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식은땀 흘리는 강사를 보니 미안했다. 몇 번 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목숨 건 주행을 짧게 끝낸 강사가 이번에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하자고 했다.


“왼쪽으로 다 꺾어요. 더, 더~ 이제 후진하면서 오른쪽으로 살짝 풀면서 들어가요. 들어가요. 들어가라고요!! ”


왜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느냐, 왜 본인의 맘대로 하느냐, 마흔이 되면 자기 고집이 있어서 말을 안 듣는다. 강사의 폭풍 잔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하지, 잔소리하는 강사가 밉지 않았다. 그냥 미안했다. 다 내가 너무 못해서 그런 거지.


계획했던 강습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요. 너무 자책하지 말고, 내일 더 잘해보자고요”


강사는 나를 위로했지만, 내일 또 운전 연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 왔다.

후... 집으로 돌아와 철퍼덕 쇼파에 드러누웠다. 두 시간 운전했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면허 따고 20년 만에 제대로 운전하는 건데, 첫날부터 잘할 순 없지! 기운 내자!'   

나는 ‘뭐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배워야 하는 거’라는 말을 몸소 체감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눈 뜨기가 싫었다. 마치 대입 수능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강사로부터 약속 시각보다 10분 더 일찍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아 왜! 일찍 오는 거냐고. 나는 툴툴거리며 머리를 질끈 묶었다. 운전이 더 잘될까 싶어 전날 신었던 플랫슈즈 대신 바닥 창이 딱딱한 운동화로 갈아신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운동화를 바라보다가 나는 피식 웃었다. 일 못 하는 목수가 연장 탓한다지.


둘째 날은 고속도로를 주행하기로 했다.


‘응? 벌써? 가능해?’


나는 시작 전부터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고속도로라니!

강사의 도움으로 일단 고속도로 진입 전까지는 무난히 운전했다. 문제는 도로 합류 구간이었다! 저 멀리 합류 구간이 보이자마자 나는 긴장해 운전대를 꽉 붙들었다.


“뒤에 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가세요. 지금! 지금 들어가요! 아, 왼쪽으로 움직여야지. 힘 빼봐요. 아구, 힘을 너무 줬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꼭 쌩쌩 달려오는 차에 부딪힐 것만 같았다. 강사가 핸들을 꺾으며 도움을 주었지만,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오늘도 강사는 얼굴이 허옇게 질려 식은땀을 연거푸 닦아 냈다.


가까운 휴게소에 주차하고,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의 장롱면허탈출기 3화로 이어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