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문은 그대로 닫혀 있었다.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종소리도 공기도.
여자는 어제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아 있었다. 한 번도 자리를 비운 적 없었던 사람처럼.
"오늘도 오셨네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찻잔 위로 김이 올랐다가 이내 흩어졌다. 열기만 남았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나요?"
다시 같은 질문이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문장. 같은 톤, 같은 속도.
여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미 알고 있다는 얼굴로.
"그래서 늘 이 자리에 있었어요."
"저희가 만난 적이 또 있나요?"
여자의 시선이 카페 벽면을 따라 걸린 사진 액자로 옮겨갔다. 풍경도, 사람도 없는 사진들. 지워진 자리 위에 이름만 남아 있었다.
"그날 이후로.
쭉."
"그날이라니..."
그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기억.
그리고 그날,
왜 문이 열리지 않았는지."
잠깐의 공백 사이로 카페 안의 소음이 하나씩 가라앉았다.
"또...
내가 누구인지."
"당신... 대체 누구인가요."
어제부터 이어지던 빗소리가 끊겼다.
유리창 너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여자의 시선이 찻잔을 스쳤다가 곧장 나를 향했다.
"하루."
이름이 떨어지자 카페 조명이 한 단계 낮아졌다.
"저는
당신의 하루예요.
당신이 붙잡지 못한
아직 되찾지 못한 하루."
그림자가 바닥으로 길게 늘어졌다. 밖의 시간과 이 안의 시간이 서로 어긋나 흐르는 것처럼.
"기억을 지우던 순간, 당신 손으로 놓아버린 하루요."
내 기억에서 사라졌던
내 하루.
그제야 알았다.
내가 놓친 하루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여자를 중심으로 공기가 밀려났다. 귀 안쪽이 낮게 울렸다. 테이블 아래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올라왔다. 찻잔이 떨렸고, 수면 위에 맺힌 물결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빛이 퍼졌다. 번지는 대신, 되감기듯 한 점으로 모여들었다.
떨어지려던 물방울들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빛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 안에, 여자가 있었다.
"당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한,
나는 여기에 머물 수밖에 없어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자리에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시즌 1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 시즌 2는 다른 형태로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