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를 돌려드릴게요
문이 열리고 종소리가 울렸다. 차가운 공기 속에 희미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한 여자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고 돌아서려던 찰나, 낮은 목소리가 등을 붙잡았다.
"제가 차 한 잔 사도 될까요?"
마주 앉자 의자가 미세하게 삐걱였다. 여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찻잔 위로 맺힌 김이 사라질 때까지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래전에 작은 빌라에서 화재가 있었어요."
그 한마디에 손끝의 감각이 둔해졌다. 찻잔이 조금 흔들렸다.
"대낮이었어요.
사람들은 거의 밖에 나가 있었고요.
그 안에 남아 있던 건...
두 사람뿐이었죠.
연인이었어요.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했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저는 문 밖에 있었어요.
처음부터 들어갈 수 없던 사랑처럼."
그녀는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유리창에 비가 한 방울씩 닿기 시작했다.
"안에 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렸으니까."
코끝이 먼저 알아챘다.
불향.
"문손잡이가 안에서 녹아내리고 있었어요.
결국 문은 열리지 않았죠.
제가... 열어주지 않았으니까."
창가에 커튼이 멎었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땐 이미 안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어요."
여자의 손이 테이블 가장자리를 세게 움켜쥐었다.
"남자는 여자를 안고 있었어요.
온몸으로.
등이 다 타들어갈 때까지."
가슴 안쪽에서 통증이 터졌다. 타지 않은 기억이 안쪽에서 부서지는 느낌.
"그래서 묻고 싶었어요."
이번엔 흔들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숨을 들이마셨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까지도.
전부 지운건가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의자에 손을 짚으니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가슴에 닿자 이유도 없이 타들어갔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거나라도 좋으니 기억하고 싶다.
생각하고 싶다.
더는 빈자리를 느끼고 싶지 않다.
사라진 기억이 너무 아파서.
나도.
돌아가고 싶다.
내 하루로.
한 방울씩 닿던 비가
어느새 유리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