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우리, 완전체 무대

내가 있던 세계, 연예계

by 밤얼음

스페셜 무대였다. 완전체라는 말이 붙은.


원하는 사람도 있었고, 망설인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날, 같은 연습실에 모였다. 문이 열릴 때마다 공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안녕" 대신 "왔어."

"잘 지냈어?" 대신 "으응."


짧은 말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누군가는 스트레칭만 반복했고, 누군가는 애꿎은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았다.


음악이 켜졌다.


"안무 이거였나?"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다른 한 명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다음 파트 같은데..."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크게 움직였다. 가연이었다.


두 번째 박자에서 완전히 어긋났다. 아니, 일부러 어긋냈다.


삐그덕.

엉뚱한 포즈로 멈춰 섰다.

정적 한 박자.


누군가의 숨이 먼저 터지자, 웃음은 순식간에 옮아갔다. 허리를 잡고 웃는 아이가 생겼고,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 아이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한 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아직 웃고 있던 얼굴 그대로. 그걸 본 순간, 옆에 있던 얼굴 하나가 먼저 무너졌고 곧이어 다른 얼굴도 붉어졌다.


"울다 웃으면 똥꾸에 털 난대."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말끝이 다 닿기도 전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또 웃었다. 우리는 말없이 모여 서로를 끌어안았다.


"얘들아. 라면 먹고 하자."

"의상 안 맞으면 어떡해."

"하나만 먹고 굶으면 되지!"

"그럼 그거 먹어보자."


안무선생님이 알려줬던, 일명 '뽀글이'.


라면 봉지를 하나씩 손에 쥐었다. 뜨거운 물을 붓는 각도 하나에도 다들 숨을 죽였다.


"앗, 뜨거."

"이거 맞아?"

"뭐야, 이게. 물이 너무 많나?"


퉁퉁 부은 눈으로 퉁퉁 불은 면발을 불었다.


"같이 먹으니까 진짜 맛있다."


같이.


음악이 다시 틀어졌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거울 속 각자의 위치와 대형에 시선을 고정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몸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오랜만에 다 함께 서는 무대.


첫 데뷔 무대가 겹쳐졌다.

멤버들로 꽉 찼던 그때.


그리고 지금.

무대가 유난히 더 가득해 보였다.

다시 모여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때,

수많은 밤을 버티던 우리는

함께라서 빛났고,


오늘,

수많은 시간을 건너온 우리는

다시 함께라서 빛나고 있었다.


조명이 터졌다.


음악이 시작됐다.


우리의 노래가,


다시 시작되었다.




(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과 일부 설정은 실제 인물이 특정되지 않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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