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던 세계, 연예계
스캔들 이후 복철은 더 바빠졌다. 새나만큼이나.
그 후로 우리가 얼굴을 본 건 많은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스케줄에서였다. 각자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보지 않는 척해도, 다 보이는 자리.
나는 잠시 해리 옆으로 갔다. 복철은 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해리의 시선을 피했다.
그게 이 세계의 연애 방식 중 하나라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복철은 우리 뒤쪽 자리였다. 잠시 뒤 멤버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새나랑 스캔들 잘 어울리더라?"
"광고도 엄청 들어왔다면서요?"
"이참에 진짜 사귀면, 형 급도 같이 올라가는 거잖아요."
복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리의 표정이 굳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들렸다.
복철과 새나의 연애. 이어서 복철과 해리의 이별.
순서가 뒤바뀌었다.
모두의 축하가 복철과 새나에게 쏟아질 때, 해리는 아직 복철의 연인이었다. 그 둘의 뒤에서 해리는 조용히 가려지고 있었다.
해리의 전화를 받고 번화가를 벗어난 술집으로 향했다.
만희는 한참 뒤에 도착했다.
메이크업도 다 지우지 못한 채로.
만희는 해리의 잔이 비워질 때마다 채워줬다.
한 번은 물. 한 번은 술.
해리 모르게 다시 물.
말보다는 웃음 섞인 장난, 술보다는 진심이 담긴 걱정.
그 후로 해리는 차근차근 자기 자리를 만들어갔다. 급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걸 가장 기뻐하던 건 만희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만희는 오래전부터 해리를 좋아하고 있었다. 해리와 복철이 비밀연애를 하던 때부터.
해리는 조금 늦게 그 마음을 알았다.
그리고 둘은 그 이상 가까워지지 않았다. 선택의 어려움보다, 선택이 남길 것들에 더 용기가 필요했다.
시간이 꽤 흐른 뒤, 해리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만희는 여전히 혼자였다.
만약 그때 그 둘이 한 발만 더 다가갔더라면 그들은 지금 함께였을까.
아니면 그때의 선택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서로의 곁에 남을 수 있었던 걸까.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했던 건 맞닿아 있어야 했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랜만에 만난 지금도 우리는 함께 웃고 있다는 것.
이 세계는 정글이었고 정글 안의 계산은 자연의 법칙처럼 굴러갔다. 하지만 그 안에도 끝까지 계산하지 않는 마음은 있었다.
복철과 새나?
생각보다 오래가진 못했다. 복철이 새나를 택했던 것처럼, 새나도 복철보다 더 잘나가는 쪽으로 움직였다.
술자리만 가면 복철은 꼭 해리 이름을 불렀다.
"해리야!!!"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둘의 비밀연애가 들켰다.
참 찌질도 하지.
위로 올라가는 선택. 곁을 버리는 선택.
선택은 자유다.
대가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인물이 특정되지 않도록 등장인물 이름은 가명이며
새나. 해리. 복철. 만희로 표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