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던 세계, 연예계
"이사 축하합니다. 이사 축하합니다."
그날은 타 그룹 멤버이자 친한 친구 새나가 처음으로 개인 숙소에 들어간 날이었다.
단독 주택. 정원에 여름이 막 피어오르던 저녁. 스케줄을 마친 우리는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새나, 해리, 복철, 만희. 그리고 나. 오랜 친구이자 동료들.
그리고 이 안에 아무도 몰랐던 비밀 커플이 있었다.
식탁 위에는 선물들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에 새나 어머니가 보내주셨다는 떡이 놓여 있었다.
팥떡.
작은 그릇에는 팥알이 따로 담겨 있었다.
"이건 뭐야?"
"이사하면 나쁜 기운 쫓으라고 둔대."
다들 웃었다. 그때까진 몰랐다. 그 팥이 그렇게 쓰이게 될 줄은.
샴페인을 터뜨리고, 사진도 찍고 흥이 오르자 정원으로 나왔다.
복철과 해리가 유난히 붙어 있었다. 그땐 그냥 사이가 좋은 줄 알았다.
나랑 만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갈게. 아쉽다."
"그래도 예전엔 이런 날도 없었잖아."
"신인 때 생각하면 오늘은 일탈이지."
웃음이 정원을 채웠고 우리는 하나둘 흩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터졌다.
[새나, 복철. 집 데이트 포착.]
각자의 자리에서 동시에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새나랑... 복철?"
"우리 먼저 가고 나서야?"
"사진은 한 장밖에 없네."
"딜 중인가 보지."
단톡방이 요란해졌고, 매니저 전화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소속사는 늘 하던 말을 했다.
사실무근.
며칠 뒤, 우리는 다시 새나의 집에 모였다.
"근데 너네 진짜 사겨?"
잠깐의 뜸.
복철이 입을 열었다.
"새나가 아니고, 해리야."
공기가 멈췄다.
"나 해리랑 사귀어. 꽤 됐어."
새나가 들고 있던 물잔을 세게 내려놨다.
"어이없네. 근데 왜 나랑 엮인 거야?"
한동안 말이 없던 해리가 말했다.
"그 이유 난 알 것 같아.
새나가 나보다 훨씬 유명하잖아."
아무도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랑 사귄다는 생각은 못 했겠지. 아니면, 나랑 기사 터뜨려봤자 이득이 없었거나."
거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섣부른 위로나 부정은 하지 않았다.
돌아가기 위해 정원으로 나왔다.
그때 해리가 담 너머를 힐끗 봤다.
"저기."
하나인지, 둘인지 모를 그림자.
도망갈까. 가릴까. 아니면 그냥 태연하게 있을까.
"잠깐만."
새나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곧 다시 나왔다. 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담 쪽으로 다가가 그대로 던졌다.
후두두둑.
팥이었다.
나쁜 기운 쫓으라고 두었던 팥이 파파라치에게 뿌려졌다.
그 후로 기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물론, 팥 덕분은 아니겠지만.
복철과 해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만났다.
유명한 새나.
새나만큼 유명한 복철.
이름만으로도 설명이 끝나는 조합.
그저 이 일은 해프닝으로 끝난 줄만 알았다.
그 거짓 기사가 진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우리의 세계는 정글이었다.
(실제 인물이 특정되지 않도록 등장인물 이름은 가명이며
새나.
해리.
복철.
만희로 표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