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인어와 인간, 말 없는 사랑의 파동

조예은 작가 『입속 지느러미』 & 기예르모 델 토로 <쉐이프 오브 워터>

by 호야 Hoya

색감 미장센 분석

누군가 머리 속으로 인어의 형상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머리에 아름다운 여성의 상반신을 가지고 물고기의 다리를 가진 모습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어인(魚人)의 형상이나 성별도 각 문화권 마다 다르게 다루고 있으며, 인간이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 양상에 따라서 그려지게 된다. 최근 사이렌 인어와 인간 사이의 관계성을 신선한 방식으로 접근한 조예은 작가의 소설 『입속 지느러미』 를 읽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한 존재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존재하는 모습 자체로서 바라보고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사랑의 모양이나 인간이 온전한 미학을 향해서 인간이 가지는 광적인 집착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글의 줄거리와 해당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던 영화 <쉐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 안에 드러난 색감 미장센을 롤랑바르트의 기호론을 통해서 분석해볼 예정이다.




음파가 고막에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분명 아주 섬세한 세밀화일 것이다. 찰박이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꼭 박자를 맞추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리듬이 신경을 팽팽히 조였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고 계속될 듯 맥없이 고꾸라졌다. 귀를 박박 긁고 싶었다. 간지럽고 감미로우며 괴로운 이 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 조예은, 『입속 지느러미』 p.46


대학교 작곡 동아리를 하고 있는 선형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경주와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며 기쁨과 열정이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현실적인 장벽을 마주하며 공무원 준비생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가수과 작업하는 작곡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 선형의 외삼촌은 조선업계에서 일하다가 IMF라는 국가적인 재난으로 인해 해고된 이후, 괴생명체를 밀수하는 일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삼촌은 그 모습이라고 가늠할 수 없는 하얀 갈비뼈와 두개골 그리고 몇개의 이빨 조각으로 발견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꺠끗리 발라 먹은 것 같은 형상이었다. 이후 선형은 삼촌이 일하던 수족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 곳에는 죽은 수백 마리의 물고기와 지하실 가장 깊숙한 위치에 놓여있던 지독한 비린내가 나는 인어가 있었다. 삼촌이 인어를 숨겨놓은 것이었다.


사이렌(sire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매우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마력을 가진 님프다. 이들은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섬에서 배를 타고 지나가는 선원들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고 유혹을 하고는 했다. 신비로운 노래에 홀린 성원들은 세이렌의 섬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배가 난파되어 목숨을 잃거나 또는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선형는 인어를 보고 놀라기보다는 인어의 허밍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피니는 잠시 허밍을 멈추고 붉은 입술을 벌려 웃었는데 그럴 때마다 영락없이 맹수처럼 뾰족한 이빨을 섬뜩하게 드러냈다.


선형은 인어에게 갖은 노력을 가하며 파니의 혀를 재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인어의 혀를 살림으로서 그가 만든 노래를 구현해주기를 바랬기 떄문이다. 이때 삼촌이 적어둔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에 살펴보니 장마철이 되면 '식성이 변함'이라고 적혀있었다. 뒤이어 삼촌이 적은 문구에는 '파니의 노래를 듣고 싶다. 성대를 돌려줄 것이다. 파니의 새끼손가락을 먹었다. 내가 준 것이다. 마찬가지다 ... 한때는 세상의 모든 노래를 네 목소리로만 듣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럴 수 있다면 내 귀도 팔다리도 바칠 수 있었어'라고 적혀있었다. 결국 선형은 청춘의 중심에서 동경하던 경주가 더럽고 추악한 잔상만 남겨두고 파니의 혀를 재생된 것을 바라보며, 그 목소리를 사랑하는 것인지, 그 사랑에 겹쳐있는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이내 더 이상의 완벽함이 없을거라고 확신한다.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해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다 상관없어져. 이해하려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어차피 끝내 알수 없을 테니까.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이니까.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깨닫는거야 - 조예은, 『입속 지느러미』p.143


그는 떠나는 파니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 이름을 알 필요는 없어. 하지만 내 노래는 기억해줘.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방금처럼 내 노래를 불려줘" 찰박찰박. 언어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듯이 귓가에서 오래도록 머문다. 얇고 축축한 지느러미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고막을 간질거렸다.





다음은 조예은 작가의 소설 『입속 지느러미』 의 모티브가 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쉐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와 영화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경쟁 한창이던 1963년,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이자, 말을 할 수 없는 언어장애인 엘라이자 에스포지토의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주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는 그녀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기에 상사 스트릭랜드의 무시와 차별을 받지만, 실험실의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와 인간 남성을 섞은 듯한 모습의 괴생명체와 만나게 되며 일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예르모 델 트로 감독은 구체적인 역사적 시공간 위에 판타지적 서사와 독특한 미장센을 구성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동화적 세계와 실제 세계 속에서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영화 <쉐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에서 살펴볼 만한 지점은 언어장애인인 엘라이자가 권위적인 관리자 스트릭랜드의 감시를 피해 양서류 인간를 탈출시키는 서사 속에서 각각의 공간의 색과 구조에 따라서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고 은유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이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양면적 기호모델은 하나의 기호가 언제나 기표 Signifiant (표시하는 표현), 기의 Signifié (그것으로 표시된 관념)'으로 이루어진다. 소쉬르는 기호는 표현과 관념이 종이의 양면처럼 서로 결합하여 자의적으로 완성된다고 보았다. 단적인 예시로 프랑스에서는 나비와 나방을 모두 ‘이것’을 지칭하는 ‘파피용’으로 인식한다. 이는 우리는 나비와 나방을 다르게 인식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 둘을 같게 인식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소위르는 기호가 앞서 구성된 기표와 기의로서 존재할 뿐, 결코 언어 밖 물리적 현실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련된 내용을 송예진 선생님의 영화 공간의 상징적 표현 연구: 영화 <셰이브 오브 워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롤랑바르트의 기호학을 적용하며 기표와 기의로 나누어져있는 기호학의 이론으로 나아가 기호학의 2차 의미작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롤랑바르트는 1차 외시 의미(denotation)에서 발생된 기호가 다시 사회/문화적 의미 개념이라는 기의를 통해 2차 공시의미(connotation)를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쉐이프 오브 워터 The Shape of Water> 속에 드러난 색은 이미지에 현실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시간과 장소, 인물, 감정 분위기, 심리 등을 표현하기도 한다. 동일한 구조일지라도 다른 색으로 인해 관객의 심리적 반응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영화 공간에서 주로 사용된 색감은 초록, 빨강, 노랑이다. 이는 1차원적 재현된 공간 이미지를 넘어 각 색상의 심리학, 연상학적 개념과 서사 배경에 따른 “냉전시대”라는 2차 기의를 만나 각각의 공간 속 색상은 냉전시대 미국과 그 속에 사는 소수가 받는 차별을 상징하는 의미가 되었다. 또한 공간 구조에서 틀, 수직 구조 등의 공간 속 기호는 감옥 계급(권력 구조)이라는 2차 기의를 만나 냉전시대 소수를 억압하는 권력 구조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영화 속 공간이 단순히 서사 배경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감독의 의도와 영화 주제, 캐릭터의 표현을 상징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영화 공간 표현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있다. 우선, 초록이라는 색체는 색체 심리학 내에 연상 작용에서 차가움, 고독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영화는 이러한 초록빛이 도는 색감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바다는 물론이고, 엘리이자가 일하는 연구센터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이나 옷에서도 초록빛을 띈다. 이는 어두운 푸른색 특유의 신비감과 고독한 패쇄성 그리고 아득한 역사성을 부여한다. 2차 기의로 확장되게 되면, 이는 미국냉전체계를 상징하게 된다. 이처럼 초록빛이 도는 물이 영화의 기존 질서로 자리한다면, 이와 대조되는 빨강 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또한 열정, 욕망과 같은 빨간색의 공간이라는 1차 외시 의미를 넘어 연구소의 책임자 "스트릭랜드"나 엘라이자가 화장실에서 떠난 자리에 남겨둔 붉은 피와 같다. 그가 상관의 전화를 받는 사무실의 전화 역시 붉은 색이다. 이처럼 빨간색은 권위를 내새우고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폭력성을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랑은 스트릭랜드의 집 자체 2차 기의에 의하면 미국을 상징하는 색감이기도 하다. 영화의 실험실을 구성하는 기호들은 갇힌 틀, 끝없는 복도, 수직 구조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다시 감옥, 비밀, 시선에 따른 권력이라는 기의를 통해 철저한 권력 중심의 공간 안에 억압되어있는 소수자들을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기호학의 방법론을 통해서 영화과-관객 간의 의미 전달구조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영화 공간의 색체와 이미지가 가지는 상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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