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록키 투어
어느덧 밴쿠버에 온 지 6개월이 지났다. 로키투어를 다녀온 지는 5개월..
이때만 해도 아직 밴쿠버가 낯설고 새로울 때였는데,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캐나다 생활.
지나간 사진들을 정리하며 감개무량했다.
이 시기의 내가 갖고 있던 새로움과 설렘이 조금은 그립기도.
추억을 회상하며 적어보는 3박 4일 로키 투어! 지금 바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로키투어 첫 번째 코스! 브라이덜 호수를 보러 가는 길
미국 영화나 그림책 속에서 보던 숲 속이 눈앞에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런데 울창한 면적에 비해 방향 표지판이 적어서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쉬울 것 같았다.
가이드 분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나와 몇몇 투어 일행들은 결국 돌아 나오는 길에 방향을 잃음..
분명 가라는 대로 갔단 말이에요.
우와 이것이 말로만 듣던 캐나다의 자연이구나-
수직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신부의 면사포(Veil)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이아가라처럼 웅장함보다는 서정적인 느낌이랄까?
숲 안쪽에 조용히 숨어서 흐르는 가느다랗고 여리여리한 폭포. 고요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숙소로 가는 도중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정차.
다른 분들은 Meal 패키지를 신청하셔서 한식집에서 식사를 하셨는데, 이 외진 곳에 식당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젊은 청년들이 운영 중인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맥도날드에서 간편하게 때우기로. 맥치킨? 같은 어떠한 버거를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음.
밥 먹고 주변을 잠시 거닐고 있는데 갑자기 상남자 포스 풍기는 라이더 분들 등장.
우리가 앞에서 사진 찍고 있으니 뒤에서 브이해주심.
결국 같이 간 언니와 함께 찰칵. 갑자기 외국 분위기 확 느껴져서 신이 나고요 ㅎㅎ(언니가 특히 신나하셨다 ㅎ). 무엇보다 저 쾌청한 하늘로 보아 알 수 있듯이 이 날 날씨가 매우 매우 좋았음.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 아아- 잠시 패키지 투어 멤버소개가 있겠습니다.
우선 오렌지 카운티에서 관광 오신 부부 동반 어르신들, 친구끼리 여행 오신 어머님들, 어린 시절부터 미국으로 이민오신 80대 할머니와 그분의 조카, 한국에서 오신 어머님과 캐나다 거주 중인 딸, 필리핀 부부, 젊은 중국인 부부, 20대 초반 여대생들, 그리고 친언니 친구랑 여행 온 나ㅎㅎㅎ 이런 구성이었다. 정말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 3박 4일간 동행 예정. 이런 게 투어의 묘미겠지.
여담으로 오렌지 카운티에서 오신 어르신들 전부 말투부터 굉장히 교양이 흐르셨는데, 여행 도중 서로 짜증 한 번 안 내시고 싸우지도 않으심. 그리고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키가 크고 훤칠하셨던 아버님 한 분이 계셨는데, 말투부터 던지시는 조크 같은 것들이 모두 피식대학 한사랑산악회 용주아버님 현실판이었다. 그 캐릭터가 제대로 현실 고증이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됨ㅎㅎㅎ
롸키 마운틴으로 가는 동안 정말 질리도록 봤었던 나무들.
가이드 분 설명에 따르면 캐나다는 나무를 수출해서 버는 수익이 국가 재정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 말이 한 번에 납득이 갈 정도로 어딜 가나 나무가 정말 많다. 그런데 대신 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 소각장이나 공장 같은 것들은 만들지 않는다고. 그래서 대부분의 공산품이 수입 제품이기 때문에 생활용품 가격이 비싸다. 또한 쓰레기 소각장도 마련하지 않고 미국에 있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나쁘게 보면 이기적인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풍부한 자원이 부러우면서도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슬픈 인생사.
엉덩이가 아플 즈음 여행 첫날 마지막 행선지였던 Farm Market에 도착.
안에 리쿼 샵도 있어서 자기 전에 숙소에서 먹을 와인이랑 간식 등을 샀다.
이때가 할로윈 즈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호박들이 많이 보였구요.
Fresh 한 농장에 와있는 무드를 담아 찰칵.
간판도 귀여워서 찍음.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던 용주아버님 st 어르신 분이 본인 찍는 줄 알았다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말을 건네심. ㅎㅎㅎㅎ 아유 참 위트 있으셔. (ㅎ)
귀요미 똥글똥글 호박 친구들.
드디어 첫날 숙소 도착!
밴프까지 가는 길이 워낙 멀어서 첫날은 중간에서 한 번 쉬었다 가는 느낌으로 일찍 숙소에 도착해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이제부터 자유시간-
숙소는 무난히 깔끔한 느낌으로 만족스러웠다. 마지막 날에도 이곳에서 다시 묵음.
저녁은 오는 길 마켓에서 산 샌드위치와 언니가 야무지게 챙겨 온 컵라면! 만족스러운 조합이었다.
역시 한국 라면이 최고야
숙소에서 조금 걸어가면 엄청 큰 마트도 있었고, 피자가게 A&W 버거 등등 음식점도 있긴 했다.
다음날 집합 시간이 오전 5시라 첫날은 일찍 잠에 드려고 하였으나..
거의 11시 다돼서 잔 듯? ^_^
전원 탑승 완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로키 산맥으로 출바알-
새벽이어서 라이트를 켜면 오히려 운전에 방해되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2시간 남짓을 달렸다.
이 동안은 모든 색들이 사라지고 내 시야에 온통 흑과 백 밖에 보이지 않았다.
창밖으로 어둠에 둘러싸인 산 언저리를 보며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도 생각나고, 색이 없는 세상은 어떨지 상상해보기도 했다. 역시 시각적인 새로움은 뇌를 자극한다.
마치 흑백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롸키 Rocky 마운틴!
파타고니아 로고가 생각나는.
이곳을 시작으로 눈으로 보면서도 안 믿기는 광경들이 연속해서 펼쳐졌다.
첫 번째 행선지는 Yoho National Park 에메랄드 호수.
투어 중 총 7여 개의 호수를 돌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처음 봤을 때의 기분 좋은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단순히 첫 번째 방문지여서가 아닌, 이렇게 맑고 깨끗한 호수를 상상조차도 해본 적 없을 만큼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설명이 무슨 소용. 잠시 감상하고 가실게요.
모든 사진은 아무 보정 없이 그저 아이폰 12 mini로 촬영했다.
구글, 핀터레스트 이미지 아니고요.
어떤 외국인이 앉아있는데 그 자체가 그림이길래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러버림.
호수가 너무 투명해서 하늘 위 구름이 그대로 데칼코마니 되어 버린다.
너가 지금 무얼 보고 있는지 알고 있니, 멍이야.
끝도 없이 빼곡하게 펼쳐져 있는 나무들.
천국을 상상하라면 앞으로 이 에메랄드 호수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나도 떠나기 전 통나무 위에 앉아 찰칵.
앞으로 시작될 로키 투어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최적의 장소였다.
호수 구경 후 잠시 화장실 타임. 3박 4일 밴프-로키 마운틴 오케이 투어 추천해요-
가이드님이 이동 내내 퀄리티 높은 교양 강의를 계속해주셔서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 정말 많음.
특히 캐나다가 어떤 사회인지 이해하게 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에메랄드 호수를 보았던 Yoho National Park 내 Natural Bridge에 방문.
오묘한 횟빛 베이지 색깔을 띠던 호수? 강?
석회질과 물이 섞여 이러한 색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역시 인간에게 가장 큰 영감은 자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투어가 끝날 때까지 질리도록 보았던 창 밖 풍경의 모습.
어딜 가든지 로키 산맥이 보임. 그만큼 규모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크다.
이 날 점심은 처음으로 Meal 패키지를 신청했다. 중국식? 레스토랑이었는데 스테이크와 연어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언니와 하나 하나 시켜서 쉐어. 맛은 낫 밷-
감자에 버터랑 후추 쳐서 먹으니 맛있었다.
밥 먹고 잠시 근처 상점들 구경 후 다시 출발.
밴프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레이크 루이스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호수 중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레이크 루이스는 다음날 방문 예정!
또 한 번의 비쥬얼 쇼크.
밴프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명소 중 하나인 페이토 Peyto 레이크.
이런 색의 호수가 현실세계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빙하가 녹은 물이 모여 영롱한 푸른빛의 터키색 호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빙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한데 이런 경관까지 선사해 주다니. 이것이야말로 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사진이 합성처럼 나왔으나 그 정도로 보면서도 뇌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그만큼 놀랍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전망대가 꽤 높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핸드폰 떨어질까 봐 초큼 무서웠음.
이 사진을 보면 현실인 것을 믿으시겠죠?
저것이 바로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도 전 태초부터 있었던 빙하!
지구의 역사를 생각하며 바라보면 더욱이 경이로웠다.
어마어마한 두께 보이시나요. 저것들이 다 녹으려면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투어 일행분들은 저곳으로 설상차를 타러 올라가셨지만 언니와 나는 체력이슈로 ㅎㅎㅎㅎ
다른 분들 오실 때까지 잠시대기.
기다리는 동안 기프트 샵 구경.
인형이나 소품들은 귀여운 것들이 꽤 보였지만 옷은 예쁜 게 별로 없었다. 캐나다 특이다.
뉴욕이었으면 이미 홀려서 몇 개 집었을지도.
1층에 스타벅스도 있어서 잠시 티타임.
새벽부터 일어나 꽤 쌀쌀한 날씨에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빙하 근처로 오니 비도 내림) 피로가 쌓여갔는데 이때 쉬면서 많이 회복했다. 다시 한번 설상차 타러 안 간 우리 참 잘했다고 서로 칭찬함.
와중에 언니가 커피를 주문하면서 팁을 15%나 냈다고 했다.
심지어 제대로 좌석 있는 매장도 아니고 주문만 받는 곳이라 팁을 안 줘도 되었는데ㅎㅎ 아무 생각 없이 버튼을 눌러버렸다고. 아직 캐나다가 낯선 언니의 귀엽고 웃겼던 해프닝-
드디어 밴프 Banff 다운타운 도착! 자연 속에 있다가 잠시 사람 사는 마을로 돌아온 느낌.
밴프 시내의 첫인상은 아기자기한 동화 속 마을 같은 느낌이었다.
시내 중심에서도 역시나 보이는 롸키 마운틴!
이곳은 우리의 밴프 숙소!
시내 중심가에서는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했지만 밴프 시내처럼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매우 매우 만족스러웠다. 밴프에 와 있구나를 맘껏 느낄 수 있었던 곳.
3일 차 여행은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