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현대인들은 자기 의지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오만한 태도다. 세상에는 의지만 가지고 이룰 수 없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닥쳐오는 좌절감을 어찌할 것이냐.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툭툭 털어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경쟁 만능의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한 건 포기의 철학, 체념의 사상이 아니겠느냐. 이 아빠도 ‘복수는 나의 것’으로 네 친구의 아빠가 만든 영화 ‘친구’를 능가하는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싶었으나 끝내 그 이십 분의 일밖에 안 되는 성적으로 끝마쳐야 했을 때 바로 그렇게 뇌까렸던 것이다. ‘아니면 말고…’라고
(경향신문, 2002.10.11.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