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점, 나쁜 점, 이상한 점
아직도 버스나 지하철에서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애플을 필두로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3.5mm 이어폰 잭을 없앤 제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이 음질이나 연결문제로 대중화되지 못했던 블루투스 제품들이 이제는 유선 이어폰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서인지, 제조사만 수백 개에 가격도 천차만별로 난립 중인 시장 상황을 반영해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해서 분명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셋의 대중화는 눈에 띌 정도입니다.
하지만 막상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을 구입하려고 찾아보면 무수히 많은 제품들 중에서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품 사양 설명에는 '최신 블루투스 4.1, APT-X 코덱 적용'과 같은 문구들이 흔히 보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상당히 고가의 제품이나 그 가격에 반에 반도 안 되는 제품 모두 같은 장점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별력이 없기도 하고요. 저 역시 몇 년간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몇 개의 블루투스 제품을 사용해 봤는데 이번에 구입한 제품은 소니의 'NW-WS623'입니다.
(1) 내장 메모리를 이용한 단독 재생
이 제품은 블루투스 이어폰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동안 소니에서 제작해온 워크맨 시리즈에 속합니다. 때문에 다른 기기와 연결하지 않고 블루투스 모드에서 워크맨 모드로 전환하면 기기 자체 내장 메모리에 음악을 저장해서 듣는 것도 가능합니다.(NW-WS623은 4기가, NW-WS625는 16기가)
(2) 소음 차단 능력
헤드셋 계열의 제품과 달리 일반적으로 이어폰 제품들은 지하철이나 주변 소음이 큰 장소에서는 음악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소리를 무리하게 키우면 청력에 손상이 올 수 있었는데, NW-WS623은 이어팁을 자신의 귀에 맞는 사이즈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문제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매장이나 도로변 같이 소음이 심한 장소에서도 음량을 조절하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고요.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주변 사운드 모드' 기능을 이용하여 이어폰을 장착한 상태에서도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http://helpguide.sony.net/dmp/nwws620/v1/ko/contents/TP0001407145.html)
(3)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음질
그간 사용했던 몇 가지 블루투스 제품들은 편차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음악을 감상할만한 기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NW-WS623은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되는데, 같은 기기에서 같은 음량 수준으로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었을 때 이전까지 듣지 못했던 악기의 소리가 선명하면서도 이질감 없이 들려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음질을 전문적으로 평가할 식견은 없는지라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지난 1년 반 동안 써오던 플랜트로닉스사의 '백비트 핏'과 비교해서는 뒤떨어지는 느낌은 없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더 만족스러운 소리를 느낄 수 있었네요.
(1) 다소 짧은 이어폰 연결선
이제까지 사용해본 제품들은 제조사나 모델이 모두 달랐지만 한 번도 길이가 짧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NW-WS623 장착했을 때는 이어폰 연결선이 바로 머리 뒤에 닿고 있습니다. 이어폰 선이 뒤통수에 딱 붙어있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NW-WS623이 수영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제작되었고 그에 따라 이어폰 연결선 안에 철사가 들어가 있어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니 전속 모델인 아이유 씨 정도의 머리 크기가 아닌 사람은 같이 동봉된 조절 밴드를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2) 지나치게 많은 버튼
이 제품 이전에 사용했던 '백비트 핏' 은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가벼웠고, 몇 개 안 되는 버튼으로 모든 기능을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이에 비해 NW-WS623은 백비트 핏과 비교해서 훨씬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버튼이 달려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홈페이지나 설명서에 정말 자세히 각각의 기능과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이전에 사용하던 기기와 비교해서 직관적인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1) 블루투스 버전은 향상되었는데 작동 거리는 짧아졌다?
기존에 사용하던 백비트 핏은 블루투스 3.0 칩을, NW-WS623는 블루투스 4.0으로 향상된 칩셋이 장착되었음에도 어찌 된 일인지 NW-WS623은 백비트 핏이 휴대폰과 떨어졌을 때 연결이 끊기지 않았던 지점에서 연결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블루투스 칩셋의 성능 향상과 무관하게 소니와 플랜트로닉스의 기술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두 제품의 출시 시기나 가격차를 고려했을 때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2) 따로 구입하기엔 비싼 소프트 파우치
최근 출시되는 블루투스 제품들은 통상 USB 케이블과 직접 연결해서 충전하는 것이 가능한데 비해 NW-WS623는 전용 받침대와 USB 케이블을 연결해야만 충전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받침대와 이어폰을 함께 휴대할 수 있도록 별도의 파우치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파우치의 가격은 무려 49000원입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회사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하나 더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고 거기에다 옥션이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서 NW-WS623과 함께 구입하는 경우는 19000원에 구입할 수 있어 파우치를 따로 구입하는 사람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소니 NW-WS623은 다양한 기능과 쾌적한 음질을 감안하더라도 2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블루투스를 처음 사용하는 분에게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제품입니다. 또한 편차는 있었지만 제 경우는 그간 사용했던 블루투스 이어폰들이 1년 반~2년을 안팎으로 수명이 다해서 다른 제품을 구입했기 때문에 어차피 이 제품도 2년 내에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크고요. 그럼에도 고가의 제품인 만큼 다른 제품들에 비해 장점도 적지 않은 데다가, 소니 코리아를 통한 A/S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는 NW-WS623을 구매한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요즘 같이 쇼핑하는데 신경 쓸 점이 많은 세상에서 큰돈 들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행운에 감사하기도 하고요.
P.S 블루투스 음향 기기를 구입하시려는 분께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구입 시에는 교보문고와 같이 기기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곳에 방문해서 본인에게 넥밴드형과 백 헤드형, 커널형과 오픈형 중에 어느 쪽이 더 잘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시간과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럴싸한 사진과 좋은 말로 포장된 제품을 구입했다가 음악에 실망이 반주로 깔리는 일을 겪는 것은 피하는 게 좋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