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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새 Jul 20. 2020

'엄마', 내겐 너무 낯선 그 이름

엄마, 엄마, 어머니

TV에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 '엄마'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가족 중에 가장 위대한 그 이름 '엄마'.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요리해서 장성한 자식에게 보내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애틋한 모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엄마를 일찍 떠나보낸 친구는 술자리에서 엄마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 모든 풍경이 낯설기만 한 나. 근데 벌써 반백이 돼버렸네, 아이구.


나는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6살 때 엄마와 헤어졌다. 들은 말에 의하면. 잘난 아버지께서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안 한 젊은 처자와 바람이 났고, 기필코 같이 살아야겠노라고 해서 이혼을 했다. 엄마는 두 머시마(아들)를 홀로 키울 자신이 없었고, 아버지는 자식은 절대 내줄 수 없다 해서 결국 우리 형제는 그 파란만장한 '아버지의 여자들' 역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후 엄마는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고모라고 거짓말을 하고 가끔 나를 보러 오셨다. 수업 마칠 때쯤 찾아와서 운동장에서 기다리신 것 같은데, 난 냉정하고 쌀쌀맞게 엄마를 거절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강했던 나는 나를 버린 엄마한테 마음 주기가 싫었던 것이다. 엄마 입장에서는 버린 게 아닐지 몰라도 어린 나에게는 당연히 그건 의심의 여지없이 자식을 버린 행위였으니까.


그러다가 나는 엄마를 쭉 잊고, 아버지와 새엄마들 틈에서 나름 잘 버티고(버텼나?) 살았다. 형은 몰래몰래 가출 등을 하며 엄마를 찾아서 며칠씩 지내다 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관심이 없었다. 20대가 다가오던 어느 날이었나... 갑자기 나의 '생모'가 살아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찾고 싶었다. 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나는 엄마를 찾았고, 그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낸다.


엄마는 철없고, 여자와 노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은 안중에 없었던 아버지의 피해자였다. 지금도 아들 둘 다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사는 신세라 아들들에게 기대지 못하고, 혼자 힘들게 사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에게 애틋한 감정은 없다. 자식으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생긴 죄책감은 있지만. 엄마와 함께한 기억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기억력이 안 좋은 건지 내 뇌가 의도적으로 지운 건지 몰라도 기억이 정말 제로다.


대중매체에서 '엄마' 이야기가 나올 때,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엄마'가 언급될 때, 나는 씁쓸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심지어 친정에 자주 가는 아내를 볼 때에도. '엄마'한테 정 없는 나는 매몰찬 인간인가? 어떻게 억지로라도 엄마와 친해져 볼까? 그런 생각들이 스쳤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버렸고, 마음이 굳어버려서 그건 안되더라. 자기 엄마와 다정히 얘기하는 내 자식들을 보면 외로운 마음이 든다.


이런 나는 효도를 너무 강조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욱하다가 - 어느 누구도 내게 그걸 강요할 순 없어. 니가 나처럼 살아봤니? - 지극한 효도를 실천하는 사람을 보면 또 숙연해지고 존경하는 맘을 갖게 된다.


50을 눈앞에 두고, 지나온 내 삶을 한번 정리하면서 늘 짐 같은 '엄마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었다. 나처럼 '엄마'가 대부분 사람들의 그 '다정한 엄마'가 아닌 분들, '엄마'없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진 분들에게 괜찮다고, 그건 죄가 아니라고 위로를 드리고 싶다.


나는 생존해 있고, 처자식이 건강하며, 앞으로 엄마에게 작게나마 효도를 할지도 모른다. 못하거나 안할 수도 있고. 다만 인류에게 너무나 큰 그 '엄마'라는 존재 때문에 나를 너무 꾸짖지 말아 주시기를. 모든 게 다 케바케이고, 내가 당신 삶을 다 이해할 수 없듯이 당신 또한 내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므로.



<god - 어머님께>

https://www.youtube.com/watch?v=efuVbrNLuAk


<소찬휘 - 엄마>

https://www.youtube.com/watch?v=C9R0oCqgr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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