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년이다.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없었던 내가 1년이라니. 그것도 악기 연습을. 짝짝짝.
1년이 채워짐과 거의 동시에 늘 부담이었고, 벽이었던 12키 스케일도 대략 손에 익혔다. 무서웠던 검은 건반도 자꾸 누르다 보니 별것 아니란 걸 깨달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화성학 책이 우연히 눈에 띄길래 빌려 와서 대충 훑어볼 요량으로 읽어봤는데, 이전에 비해서 내가 화성학 이론도 많이 보강돼 있음에 뿌듯했다. 물론 아직도 반주의 여러 패턴, 고급 코드 진행... 익혀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제 이전처럼 두렵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발전이다.
음악이 좋아서 하고 싶은데, 악기를 배우고 싶은데 두려워서 망설이는 분들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 기록하고 반복하면서 천천히 배우면 배우지 못할 것이 있을까? 언제나 빨리 결과를 내려 하고,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어제 어떤 유튜브가 '꾸준한 것을 이기는 것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 인생의 신조로 삼았다고 하더라. 최근 남원 여행에서 「혼불」의 최명희 작가를 기념하는 <혼불문학관>에 다녀왔는데, 이전에 <태백산맥문학관>에서와 마찬가지로 좋은 글을 써내는 작가의 인고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만큼 또 희열이 있기에 훌륭한 작가들은 오랜 기간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리라.
이렇게 쌓아온 1년이 연습을 안 하고 공부를 안 하면 바람 새듯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잊힌다. 그래서 꾸준한 연습이 중요하다. 연습이 지겹지만은 않은 것은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 계속하면 발전하고 변화한다. 좋아하는 여행지는 갈 때마다 새롭고, 좋아하는 영화도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느끼게 해준다.
<피아노 연습 1년>이라는 귀한 종잣돈을 엿팔아먹지 말아야겠다. 이 종잣돈을 잘 굴려서 제법 좋은 곡 쓰는 작곡가, 시골 카페에서 동네 어르신과 놀러 온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운 곡을 연주해 줄 수 있는 연주가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