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ods, 영국 최고의 백화점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3년 후 내가 백화점에 취업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것도 심지어 브랜드라면 나이키, 아디다스밖에 모르던 내가 마케팅팀이라니 웬 말인가. 하지만 평소 백화점 식품관만은 내게 친숙한 공간이었다. 런던에서 거주할 때도 해롯백화점의 식품관은 충분히 매혹적인 공간이었고, 인턴으로 일하던 곳인 Knightbridge역에 위치했기 때문에 자주 방문할 수 있었다. 이번 시리즈는 영국의 대표 백화점인 해롯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롯백화점의 역사를 살피기 전에 런던에서의 재밌는 일화를 먼저 풀고자 한다. 나는 2층 버스 안 출근길이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항상 음악을 듣지만, 그날따라 귀의 피로도로 인해 잠시 이어폰을 벗고 있었다. 그때 어떤 리버풀 지역 사투리가 깊게 베인 영국인 할머니의 말이 들려왔다.
Darling, this is Harrods, the best department store in all of Britain. It's got such a rich 'istory, it has. Make sure you take it all in, eh?
할머니는 옆에 있는 손주를 향해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해롯백화점을 가리키며 설명하듯 말했다. 나에게는 문득 이곳이 영국인에게 그저 백화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단순 쇼핑센터가 아닌 영국 역사의 살아있는 건축물이자 자부심이었다.
해롯백화점은 1834년 찰스 헨리 해롯(Charles Henry Harrod)에 의해 설립되었다. 원래는 런던 Stepney에 작은 식료품점으로 시작했으나, 1839년 현재 위치인 Brompton Road로 이전했다. 해롯백화점은 1883년 대화재 이후 건물을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게 재건축했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런던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그럼 해롯백화점의 내부는 어떤 것이 특별할까?
1. 세계 최고의 식품관
해롯의 식품관은 세계적으로도 일류로 꼽히며, 다양한 고급 식재료와 F&B를 갖추고 있다. 해산물, 육류, 치즈, 과자, 차, 과일, 커피, 초콜릿 등 엄선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해롯의 델리와 베이커리는 유럽 최고의 명성을 가지며 고품격 가치를 지닌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아름다운 디스플레이와 함께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 엄청난 고객이 몰린다. 위 사진 또한 크리스마스 이브에 방문했으며, 사람이 너무 몰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현상까지 목격했다.
F&B 대표 입점 브랜드로는 Caviar House & Prunier, The Grill, Chai Wu 등이 있으며 모두 최고의 명성을 가진 레스토랑들이다.
2. 세계 최고의 명품관
해롯백화점은 이집트 스타일의 고품격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이집트 스타일 건축뿐만 아니라, 테라코타 타일, 아르 누보 창문, 바로크 스타일의 돔 등 백화점 장소 그 자체가 깊은 운치를 풍기는 포토스팟이 된다. 또한 그에 걸맞은 수많은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1층에는 프라다에서 직접 운영하는 프라다 카페(Prada Caffè)를 만나볼 수 있다.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티, 커피, 디저트를 즐길 수 있으며, 한 번쯤 방문해 볼만한 장소이다.
3. 세계 최고의 장난감
4층에 있는 장난감 섹션을 가보면, 끝없는 장난감 선반에 압도당하게 된다. 장난감 부서는 다양한 테마와 독특한 색상으로 구성된 8가지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고, 아이들이 즉석으로 장난감을 즐길 수 있는 체험존을 구비해 두었다.
4. 세계 최고의 애프터눈티(Afternoon teas)
해롯백화점 4층을 방문하게 되면 세계 최고의 클래식한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신선한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섬세한 핑거 샌드위치, 디저트와 같은 영국의 클래식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기 전에 해롯의 다양한 차 블렌드 중에서 페이스트리와 잘 어울리는 차를 선택해 볼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해롯 티룸에는 영국 내 품격 있는 가문이 외식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은 라이브 피아노 연주와 티의 깊은 향으로 청각과 후각을 모두 취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앞서 작성했던 파리 백화점에 대한 글에도 언급했지만, 영국 백화점 해롯 또한 국내 백화점과의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특약매입(모든 재고부담을 브랜드가 떠안게 됨)이 아닌 직매입(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구매함) 구조로 백화점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Exclusive Items(특정 백화점에만 있는 상품)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을 가든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가든 모든 브랜드 제품이 거의 동일하며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유럽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직매입으로 운영되어, 그 백화점에 밖에 없는 유니크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 백화점의 가치를 놀라울 정도로 높이게 된다.
유통인이 아닌 이상 백화점의 구조와 형태를 알기 쉽지 않으며, 알고 싶어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해롯백화점을 방문하여 그 자태를 보는 순간, 이런 곳이야말로 소위 '백화점'이라고 부를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롯백화점은 영국의 역사적 한 페이지를 작성할 수 있는 자부심이 깃든 곳이다.
Photo by B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