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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Apr 10. 2023

'트렌드 코리아' 책 이름을 바꿔야 하는 이유

트렌더스날 후기

2021년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던 당시, 직장 상사의 추천으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모집하는 '트렌더스날'에 지원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약 3년간 활동 중에 있다. '트렌더스날'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김난도 교수님께서 매년 발간하시는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집필하는데 도움을 주는 집단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산업 속 각 분야의 종사자들은 나름의 배분율을 바탕으로 선별되고 그들이 직접 관찰하여 작성한 트렌드 리포트를 제출받는다. Bottom-up 방식의 사례 중심 데이터를 가지고 큰 틀의 트렌드를 도출해 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영광의 자리이고 자랑스럽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나는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해서 '트렌드 코리아' 책의 이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3가지가 있다.


1. 대한민국의 트렌드는 밈과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던 트렌드는 진짜 트렌드가 아닐지 모른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파생되는 트렌드라는 것은 일시적 현상일 경우가 많고 그것은 밈과 더욱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밈이란,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아이디어, 행동, 풍습 또는 습관을 말한다. 이것들은 종종 인터넷에서 유행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하지만 트렌드란, 어떤 분야, 주제 혹은 산업에서 인기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트렌드는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인기를 얻으며, 그 후에 사라지거나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을 때도 있다. 따라서, 밈은 보다 개인적이고 무형적인 것이며, 트렌드는 더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것이다. 하지만 밈과 같이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것들이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으며, 실제 기업들이 마케팅 요소로 밈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팽수, 최준, 무야호 그리고 다나카 등이 있다. 밈의 인기가 일시적인 만큼 기업들이 활용한 밈의 마케팅 또한 수명이 짧고 또 다른 최신 밈으로 대체될 뿐이다. 그런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면 나이키 혹은 애플과 같이 진정한 팬덤을 얻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김난도 교수님께서는 10년 이상 지속되는 트렌드는 '메가트렌드', 30년 이상 지속되는 트렌드는 '문화'라고 말씀하신다. 국내 사람들이 '밈'의 열풍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트렌드와 밈의 분명한 차이부터 알려야 하고 트렌드의 현상보다는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지식수급이 더 필요해 보인다.

*트렌드코리아에서 트렌드를 "일정범위의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동조하는 변화된 소비가치에 대한 열망"이라고 정의함.


2. 트렌드의 근원지는 어디인가? 트렌드 크리에이터 vs 빅데이터(소비자의 욕망)

김난도 교수님께서는 이전의 트렌드는 탑디자이너와 같이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로부터 트렌드가 생성되어 트렌드세터 그리고 얼리어덥터까지의 과정을 거치며 트렌드가 대중에게 흘러들어 갔지만, 현재는 정보화 시대를 거쳐 소비자의 지식 및 정보 습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그들의 소비욕망으로부터 트렌드가 파생되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씀하신다. 즉, 소비자의 니즈(데이터)를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소비욕망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습득하는 것이 곧 트렌드 생성이라는 고지 선점에 가까워질 수 있게 한다.


소수의 크리에이터의 트렌드 공급값과 빅데이터라는 다수의 동의(동조)를 결과로 도출한 공급값 크게 이 두 가지로 트렌드의 근원지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실제로 이 둘 중 어느 쪽을 중심으로 트렌드를 발원시키고 있는가? 대부분의 기업(브랜드)은 소비자 니즈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파악하고 상품을 제조하고 있다. 소비자 또한 다수의 니즈에 대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자신의 니즈를 파악하는 성향을 가진다. 그렇게 된다면 수요와 공급 그 어느 쪽에서도 트렌드의 고유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며, 그 트렌드는 메가 트렌드 혹은 문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다수가 동조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에 기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창의보다는 데이터 중심의 전략을 세우게 된다. 많은 소비자들 또한 본인이 자신만의 유니크함을 좇으며 '다르게'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이 좇은 그 어떤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동조를 산 것일 확률이 크고 이미 그 고유성을 잃은 것일 것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욕망을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많은 이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고유성을 만들어낼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3. 트렌드 코리아를 찾는 소비자들은 어떤 사람인가?

연말에 내년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고 직원용 책을 구입하는 기업의 경우, 평소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경우, 취업 시기에 자소서 혹은 면접에 쓸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경우, 자신만의 트렌드를 찾아내고 싶은 다양한 예술가 혹은 공급자의 경우 등이 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책을 찾는 사람들은 그들 삶 속에서 국내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소비 트렌드는 여러 현상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고 그 양은 방대하다. 그렇기에 그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치화하고 데이터적 그리고 논리적으로 풀어서 설명해 주는 트렌드 코리아 책은 매우 실용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본인의 진짜 니즈에 맞게 변형하여 현업 혹은 본인의 삶에 적용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트렌드에 단순히 동조하는 것이 아닌 본인이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 역량이 있어야 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트렌드 또한 본인의 니즈에 맞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트렌드를 단순히 정리해 주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트렌드를 도출하고 생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가 필요한 시기이다. 국내에 국한된 트렌드를 양산하는 것이 아닌 범세계적 메가 트렌드 혹은 문화를 한국에서 파생시킬 수 있는 진정한 트렌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트렌드'코리아'로 한정 짓지 않고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이끄는 트렌드 근원지가 될 수 있는 그러한 미래 영향력을 갖춘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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